한일 통화스와프가 14년 만에 전면 중단됐지만 규모가 크지 않아 금융시장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16일 한·일 양국이 오는 23일로 끝나는 양자간 통화 스와프를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통화스와프는 외환 위기 등 비상시에 상대국에 자국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이다.
양국 통화 스와프는 2001년 7월 20억 달러로 시작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1년 10월에 700억 달러까지 확대됐었다.
그러나 양국 간에 정치적인 문제가 불거지면서 규모가 축소되기 시작했다. 특히 2012년 8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면서 통화스와프 협조 분위기가 바뀌었다.
한일관계가 악화되면서 2012년 10월 만기가 도래한 570억 달러 규모의 스와프가 연장되지 않았다.
이어 2013년 7월에도 만기를 맞은 30억 달러가 중단됐고 이번에 100억 달러마저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동안 일본은 '한국의 요청이 없는 한 연장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흘리면서 우리 정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했었다.
정부는 한일 통화스와프라는 안전장치 하나가 없어졌지만 위기 방어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외환보유고 여유가 있는 데다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말 외환보유액은 3,621억 9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때보다 18배나 많은 수준이다.
경상수지도 1997년에는 103억 달러 적자였지만 지난해 흑자 규모는 900억 달러에 달했다.
이에 따라 한일 간 100억 달러 양자 통화 스와프가 중단되더라도 외환 등 국내외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통화스와프를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만큼 경제와 정치 문제를 분리해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제금융시장에서 엔화가 원화보다 영향력이 있기 때문에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해 질 것을 대비해 한·일 통화스와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