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교수 성추행 사건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서울대는 지난 2년여 전 학부 엠티에서 동기간 성추행이 있었던 것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대에 따르면 2012년 11월께 이 학교 한 학부 엠티에서 남학생 여러명이 여학생들이 자는 방에 몰래 들어가 신체 부위를 만진 것으로 전해졌다.
2년여가 지난 일이지만 이 문제를 언급한 글이 지난 14일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면서 논란이 점화됐다.
글을 올린 작성자는 "문제의 남학생 중 일부는 곧바로 입대했으나, 조만간 복학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당시 학교 측이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와관련해 해당 학부 관계자는 "사건 발생 직후 관련된 학생들을 모두 만나 경위를 파악했고 일부 남학생에게는 한학기 권고휴학 등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면서 "또 졸업할 때까지 이 남학생들이 피해 여학생들과 같은 수업을 듣지 못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학내 성희롱·성폭력 상담소에서도 조사했고 단과대학이 대학본부에 보고한 뒤 대학본부가 학부에 징계를 위임해 처리한 사안이다"라며 "문제를 덮으려고 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국민대에서도 한 학과내 소모임 소속 남학생들의 단체 카톡방에서 최근 동료 여학생의 사진이나 이름을 두고 성추행한 발언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날 국민대 해당 학과 페이스북 등에 따르면 이 학과 소모임 남학생만이 참가했던 카톡방에서 여학생들의 사진과 실명을 거론하며 음담패설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전달사항 등을 전파하기 위해 개설된 이 카톡방에는 여학생들을 '위안부'에 비유하기도 하며 "가슴은 D컵이지만 얼굴은 별로니…" 등 성추행 발언들이 오갔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해 12월 학내 커뮤니티에 해당 사안을 폭로하는 기고가 실리면서 공론화됐지만 학교측의 별다른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던 지난 12일쯤 학교 측이 사건을 파악한 뒤 긴급 비상대책위원회가 열려 해당 소모임을 해산하고 가해자들에 대해서는 학회에서 영구제명하기로 결의했다.
문제의 소모임 대표는 지난 14일 사과문을 통해 "학과 뿐 아니라 학교 전체의 명예에 큰 오점을 남게 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면서 "그릇된 행동과 관련한 처벌과 징계를 관련자가 모두 겸허히 받을 것을 약속한다"고 전했다.
학교 관계자는 "폐쇄적인 카톡방 안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징계를 한 전례가 없어 수위를 고심중"이라며 "모든 관련 규정을 징계위에서 검토한 뒤 징계가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대학은 총장이 제자를 성추행한 의혹을 받고 있는 교수를 직접 고발하기도 했다. 피해 학생이 직접 고소를 했던 기존 사건 조치와는 달리 대학이 적극적으로 나선 이례적인 경우다.
덕성여대는 지난달 19일 박상임 총장 직무대행 명의로 "A교수가 제자를 성추행 했다"면서 서울 도봉경찰서에 고발했다.
경찰과 대학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A 교수는 지난해 2월 "저녁이나 같이 먹자"며 대학원 진학을 앞둔 학생을 불러내 술을 마신 뒤 집에 가는 길에 갑자기 입맞춤 하는 등 두 차례 강제 추행을 했다.
또한 해당 피해 학생 외에 다른 학생들도 성희롱을 당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학교 측은 지난해 12월 말 신고가 접수되자 학생처장, 교무처장, 사무처장, 등이 모여 성희롱·성폭행 대책위원회 회의를 열어 피해자의 진술과 A교수의 해명을 청취한 뒤 A교수를 징계위원회에 넘기고 경찰에 직접 고발장을 제출했다.
학교 관계자는 "피해 학생이 직접 고소를 할 경우 2차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고려됐다"면서 "최근 상습 성추행 혐의로 구속기소된 서울대 강석진 교수 사건 이후로 바뀐 분위기와 지난해 12월 나온 교육부의 성추행 사건 처리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