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동향 조사가 시작된 지난 2003년, 우리 가계는 월평균 263만원을 벌어 170만원을 순수하게 소비에 썼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월평균 430만2천원을 벌어 이 가운데 255만1천원을 소비하는데 썼다.
2003년에는 벌어서 64%를 소비에 지출했다면 지난해에는 59%로 그 비중이 줄었다. 그리고 소비지출 비중이 줄어든 자리를 메운 것은, 세금과 사회보험, 이자 비용 등이었다.
2003년에는 가계가 월평균 7만원을 세금(경상+비경상)으로 내고 건강보험과 고용보험은 5만원, 국민연금 등에 6만2천원, 대출이자로 4만3천원 정도를 지출했다. 그러나 지난해 우리 가계의 월 세금부담은 15만원으로 늘었고,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은 12만4천원, 국민연금 등은 12만2천원, 이자비용도 8만9천원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동안 소득은 63% 늘어났는데, 세금(114%)과 사회보험(147%), 이자비용(103%)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세금과 사회보험 등에 대한 부담이 늘어난 것은 고령화에 따른 복지비용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통계청 이운주 복지통계과장은 "가계의 소득과 지출의 기본은 고령화가 깔고 가는 상황"이라며 "사회보험료, 공적연금기여금, 이런 부분들이 모두 (고령화를) 준비하는 자금이기 때문에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가계대출도 1000조 원이 넘어가면서 최근 금리가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가계의 이자부담이 확실히 커졌다.
게다가 가계 소득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이는 임금 인상보다는 최근 취업자수가 늘어난 영향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가계 소득이 다양하게 구성돼 있기 때문에 가계소득 증가를 단순히 임금 상승으로는 볼 수 없다는 뜻이다.
결국 월급은 거의 제자리인데, 세금이나 보험 부담은 치솟고, 이자부담까지 가중되는 우리 가계의 현실에,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미래 불안까지 겹치면서, 이것이 또다시 소비위축과 내수부진의 원인으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