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측, “출입문 개폐 경보 장치 설치하겠다”...‘뒷북’ 대책
사육사, 방사장으로 들어간 지 1분만에 사자들에게 공격당해
사자에 물려 사망한 서울어린이대공원 사육사가 사고 직전 사자 방사장(놀이터)으로 들어갈 때 사자 내실(우리) 문이 열려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내실 문이 열려 있는 상황에서도 사자 방사장 출입문은 아무런 경고 없이 열리는 등 안전장치는 매우 후진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2일 발생한 사육사 김모(52)씨의 사망사고와 관련해 어린이대공원측은 13일 현장에서 기자 브리핑을 열고 사고 경위와 재발 방지 대책을 설명했다.
대공원은 "복수의 CCTV 확인 결과 김씨가 1번 내실의 문을 닫지 않은 채 방사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1번 내실은 김씨를 공격한 사자 두 마리가 갇혀있어야 할 우리를 말한다.
매뉴얼대로라면 김씨는 사자가 밖(방사장)에서 안(내실)로 들어갈 수 있게 2개의 문을 연 뒤 사자가 안으로 들어간 다음 2개의 문을 닫았어야 했지만, 김씨가 1개의 문만 닫았다는 게 공원측의 설명이다.
결국 내실의 문이 열려 있는 상황에서 김씨가 청소를 하기 위해 방사장으로 들어간 셈이다.
내실과 방사장은 문제의 내실 문으로 연결돼 있다.
내실 문과 방사장 문 등 동물원의 모든 문은 수동으로 조작되게 설계돼 있다.
문제는 내실 문이 열려 있는 상황에서 사육사가 방사장 문을 열고 들어갈 때 내실 문이 열려 있다는 사실을 경고해줄 만한 아무런 장치가 돼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어린이대공원 안찬 원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앞으로는 사육사가 방사장에 들어가기 전에 동물 내실 출입문의 개폐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사육 관리 동선상에 경보장치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김씨는 전날 오후 2시 22분쯤 사자 방사장 청소를 위해 혼자 들어간 지 1분만에 사고를 당했다.
김 씨는 공격당한지 11분 만에 동료에 의해 발견됐고, 동료들이 사자들을 내실로 가두는 과정(13분)과 응급조치 및 119신고 과정(12분)을 거친 뒤인 공격 36분만에 병원으로 후송됐다.
공원측은 김씨가 11분간 현장에 방치된 것과 관련해 "CCTV가 있지만 실시간 모니터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원측은 유사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내실 출입문 경보장치를 설치하는 것 외에도 동물사별로 사육사 안전관리 수칙을 숙지하도록 교육을 강화하고, 안전관리 수칙에 대한 미흡사항을 주지키겠다고 다짐했다.
또 맹수 퇴치 스프레이, 전기 충격봉 등 안전 장구도 추가로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013년 서울대공원의 호랑이 탈출 사고 이후 여러 안전대책을 발표한 뒤에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공원측의 안전불감증은 난제로 남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