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 긴수염고래, 또 남해 찾을 수도"

- 버스보다 큰 12m 크기 긴수염고래, 구조 어려움 겪어
- 탈출한 고래, 고래 지문 사진 통해 행방 추적 가능
- 우리 연안에 많았으나 미프영러 포경으로 거의 사라져
- 긴수염고래 중 전세계 300마리 안 되는 북태평양 멸종위기종
- 동물성 플랑크톤이 먹이, 플랑크톤 풍부한 남해 찾아 온 듯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안용락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박사)

최근 경남 남해의 한 홍합 양식장에 낯선 손님이 나타났습니다. 길이 13m 가량의 큰 고래가 양식장 줄에 걸린 것인데 남해안에는 무려 41년 만에 나타난 북태평양 긴수염고래가 손님으로 온 것이었죠. 전문가들이 긴급출동을 해서 고래구조에 나섰는데, 그런데요 하룻밤이 지나고 갑자기 흔적도 없이 고래가 사라졌습니다. 현재까지는 스스로 고래가 탈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41년 만에 남해를 찾아왔던 긴수염고래. 지금 고향으로 잘 가고 있을까요. 화제의 인터뷰, 긴수염고래 행방을 조사 중인 분이십니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의 안용락 박사 연결하죠.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박재홍의 뉴스쇼 전체듣기]


◆ 안용락> 네, 안녕하십니까? 안용락입니다.

◇ 박재홍> 긴수염고래 원래 몸집이 굉장히 큰 동물인데 이번에 남해에는 나타났던 긴수염고래는 얼마나 큰 거였습니까?

◆ 안용락> 저희가 현장에서 보니까 13에서 14m 정도로 추정이 되고요. 버스보다 1, 2m 크다가 보시면 되겠습니다.

◇ 박재홍> 와, 일반 버스보다 시내버스보다. 그러면 완전히 크면 몇 미터 정도 되는 겁니까?

◆ 안용락> 다 자란 성체 같은 경우에는 17~18m까지 자라고요. 체중은 한 80~100톤 정도 나갑니다.

◇ 박재홍> 100톤까지… 일반 버스크기로 엄청나게 큰 것인데, 이름이 긴수염고래인데요. 그럼 그러면 이게 수염이 있어서 정말 긴수염고래입니까? 아니면 모양이 그래서 긴수염고래입니까?

◆ 안용락> 고래 중에 수염고래하고 이빨고래로 나누게 되는데 수염고래라고 했을 때 이빨 대신에 위턱에 수염판, 고래수염이라고 하는 특별한 물질이 있습니다. 그래서 수염판으로 먹이를 걸러 먹는데 긴수염고래 같은 경우에는 이 수염판이 2m~3m 정도로 매우 길다고 해서 긴수염고래라고 합니다.

◇ 박재홍> 아하, 수염판이 길기 때문에 긴수염고래다 이런 건데. 그러면 이 긴수염고래가 우리나라에 41년 만에 나타난 거 아닙니까? 그렇게까지 귀한 고래인가요?

◆ 안용락> 긴수염고래 같은 경우에는 지금 전세계에 3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북태평양 긴수염고래, 그다음에 북대서양 긴수염고래, 남방 긴수염고래 해서 3가지가 있는데 북태평양이 지금 250~300마리 정도밖에 안 남았습니다. 그래서 이 세 가지 종류 중에서도 가장 희귀한 종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박재홍> 전세계적으로 250~300마리 정도밖에 없는 북태평양 긴수염고래가 나타난 것인데 왜 이렇게 왜 이렇게 숫자가 적은 건가요?

◆ 안용락> 긴수염고래 같은 경우 특징이 연안에 가까이 붙어서 살고요. 헤엄치는 속도가 굉장히 느립니다. 그래서 우리 바다에서도 굉장히 많이 있었는데 1800년대 미국이나 프랑스, 그 뒤에 일본이나 러시아 등이 우리나라에 와서 굉장히 많이 잡았습니다.

◇ 박재홍> 연안이 붙어 있는 습성과 속도가 좀 느리기 때문에 포경선에 많이 잡혔던 거네요.

◆ 안용락> 그렇습니다.

◇ 박재홍> 그런데 이 긴수염고래가 갑자기 남해의 홍합 양식장에 나타났습니다, 41년 만에. 지난 수요일이었는데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 보시기가 어떤 상태였습니까? 목숨이 위험하다, 이런 이야기가 있었는데…

◆ 안용락> 일단 밧줄, 로프에 꼬리 지느러미가 걸려서 얘가 움직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호흡은 할 수 있을 정도로 수면에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다행히 숨을 쉴 수 있어서 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자료사진)
◇ 박재홍> 제가 TV를 보니까 꼬리가 줄과 엉켜서 몸부림치는 그런 상황이었고. 또 고래가 움직일 때마다 배들이 휘정휘청하더라고요. 그리고 이제 구조작업을 펼치시는 어부였던 것 같은데, "가만히 있어" 막 이렇게 고래한테 막 그러시던데. 구조가 되기가 굉장히 어려워 보였어요.

◆ 안용락> 고래 덩치가 워낙 크기 때문에 구조 자체가 굉장히 위험한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이게 처음 있는 일이다 보니까 처음 시도를 해 봤는데 너무 가까이서 작업을 했어요.

◇ 박재홍> 너무 가까이에서.

◆ 안용락> 그래서 조금 위험하다 싶었는데 어쨌든 잘 마무리돼서 괜찮은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그래서 이제 구조를 중단하고 돌아갔는데 날이 밝았는데 갑자기 고래가 사라진 거 아닙니까? 일각에서는 죽은 거 아니냐, 아니면 누군가 고래를 빼돌린 거 아니냐 이런 가능성도 제기를 하는데 어떻게 보세요?

◆ 안용락> 수중작업 전용 포구를 구해서 작업을 시작을 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시간도 늦어지고 했는데 아무튼 안정상 철수를 하고 어제 아침에 다시 하기로 했는데 아침에 가보니까 달아나고 사라진 거죠. 그래서 보니까 줄을 몇 개 굵은 걸 끊어주고 나니까 좀 느슨해져서 얘가 움직이면서 풀어진 것 같습니다.

◇ 박재홍> 스스로 푼 것이지 외부에 의해서 죽거나 빼돌렸을 가능성은 없을 것이다라는 말씀이고. 그런데 여기서 궁금해지는 것은 이 긴수염고래는 어떻게 하다가 남해의 홍합 양식장까지 온 것일까 이런 것도 궁금해하시는 분도 있으시거든요.

◆ 안용락> 저희도 궁금한데 얘들이 주로 먹는 먹이가 동물성 플랑크톤입니다.

◇ 박재홍> 플랑크톤만 먹습니까? 일반 작은 어류를 먹는 게 아니고.

◆ 안용락> 입을 아주 크게 벌리고 돌아다니면서 골라 먹는데 먹이 때문에 왔다고 볼 수 있고요. 그게 아니라면 단순히 길을 잃어서 우리 바다로 들어온 걸로 보입니다.

◇ 박재홍> 생각보다 덩치에 안 맞게 다른 어류를 포식하는 게 아니고 플랑크톤을 먹으니까 좀 친근감이 드네요. (웃음)

◆ 안용락> (웃음) 아주 순둥이입니다.

◇ 박재홍> (웃음) 그런데 이 플랑크톤이 우리나라 바다에 더 많이 생겼다면 플랑크톤이 풍부해지니까 향후에 또다른 긴수염고래 친구들이 몰려올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 안용락>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 박재홍> (웃음) 더 올 수도 있다는 말씀이고. 전세계 몇 백마리밖에 없는 멸종위기종이라고 하는데. 그러면 지금 이 긴수염고래 어떻게 관리되고 있습니까?

◆ 안용락> 긴수염고래 같은 경우에는 입 주변하고 눈 주위 그리고 우리 사람으로 치면 콧구멍이죠. 콧구멍 주변에 경결이라고 하는 티눈 같은 조직이 있습니다. 사람의 지문처럼 개체마다 다 모양이 다 개수가 다르거든요. 그래서 사진의 좌우측 측면 사진을 찍고 정면에서 찍고 해서 등록을 해 놓으면 국제포유류위원회, 과학위원회에 이 사진이 공개를 하게 되면 어디 일본이나 러시아, 미국에서 관찰을 해서 찍은 사진에서 우리가 풀어준 애가 어디로 이동했다는 게 확인이 가능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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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홍> 그런 식으로 우리나라 홍합 양식장에 있었던 친구를 또 찾을 수 있는 방법도 있는 거군요.

◆ 안용락> 네,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웃음) 말씀하신 대로 우리나라에 또 다른 긴수염고래 친구들이 찾아와서 우리 남해안을 더 풍성하게 만드는 또 그런 기회가 오면 좋겠네요.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안용락> 네, 감사합니다.

◇ 박재홍> 국립수산과학원의 고래연구소 안용락 박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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