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노예제, 비정규직도 세습되는 나라

[박재홍의 뉴스쇼-행간]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박재홍>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 나와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성완>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오늘 다룰 주제로 가보죠.

◆ 김성완> 조선시대에는 신분이 되물림 되는 사회였었잖아요. 부모 세대의 신분이 천민이면 제아무리 자식이 능력이 있어도 천민이 될 수밖에 없었던 사회였었죠. 그런데 요즘 우리사회가 마치 조선시대를 닮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현대판 노예제, 비정규직도 세습되는 나라. 그 행간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 박재홍> 비정규직도 세습된다, 이 논문 발표된 걸 저도 봤는데. 그동안 그럴 것이다, 예상하고 체감하고만 있었는데 이게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니까 더 허탈했어요.

◆ 김성완> 저도 부모 입장이지만 부모님들이 아마 이 소식을 접하면 다 좀 참담하다, 이런 생각을 할 것 같은데요.

◇ 박재홍> 그러니까요.

◆ 김성완> 자식들한테 죄 짓는 기분까지 될 것 같습니다. 내용을 살펴보면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김연아 박사가 박사논문으로 발표를 한 겁니다. '비정규직의 직업이동연구', 이게 제목입니다. 부모의 고용형태가 자녀에게 세습된다는 걸 학술적으로 증명된 첫 사례라고 합니다. 조사대상을 2005년 이후에 노동시장에 처음 진입한 만 15세 이상 35세 미만인 사람을 일단 선택을 했고요. 정규직과 비정규직인 자녀와 부모 1,460쌍을 분석을 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아주 놀라운 결과가 나왔는데요. 정규직인 부모의 자녀가 정규직이 되는 비율이 27%, 비정규직이 되는 비율이 69%였고요. 비정규직인 부모의 자녀가 정규직이 되는 비율은 22%, 비정규직이 되는 비율은 78%였습니다.

◇ 박재홍> 80%네요, 거의.

◆ 김성완> 그렇죠, 한마디로 부모가 비정규직이라는 굴레에 갇히면 자식이 비정규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건데요. 이런 현상은 부모가 비정규직 생활을 오래 할수록 더 점점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박재홍> 비정규직이 세습되는 게 80%라는 거 아닙니까? 그러면 거의 다 된다, 이렇게 봐야 하고. 정규직 되는 비율이 20%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게 저는 충격이었습니다, 이게.

◆ 김성완> 논문을 제가 더 정확하게 요약을 해 드리면 이렇게 될 것 같습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자녀 모두 70% 정도는 비정규직이 된다, 부모가 비정규직일수록 비정규직이 될 확률은 훨씬 더 높아진다, 이게 마지막 말이 될 것 같은데요. 비정규직 노동자가 1년 안에 정규직이 될 확률은 이전의 연구 결과를 봐도 15%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그것만 있는 게 아니고요. 저소득층이 빈곤을 탈출할 확률이 매년마다 줄어들고 있어서 8년 사이에 최저치로 떨어진 상황이고요. OECD 국가 가운데 임금 불평등지수가 최고인 나라입니다. 제가 이런 얘기를 하면서도 좀 울컥한 느낌이 드는데요.

◇ 박재홍> 숨이 막히네요.


◆ 김성완> 부모가 천민이면 자식도 천민이 되는 시대는 이미 100년 전에 끝났는데 21세기판 신노예제가 지금 시작이 되고 있다, 이렇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상위 1%에게 고용된 99%가 마치 노예처럼 살고 있는 시대가 아닐까 이런 생각마저 듭니다.

◇ 박재홍>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됐는데 재판부가 판결문에서 '직원을 노예처럼 여긴 사건이다', 이렇게 말한 게 생각이 나네요.

◆ 김성완> 맞습니다. 그 말이 딱 정확한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땅콩회항 사건이 왜 발생을 했습니까? 바로 1%의 횡포 아니겠습니까? 단지 돈이 많다는 이유로, 아버지가 기업 총수라는 이유만으로 직원을 노예 부리듯 한 게 아니겠어요? 그리고 무릎을 꿇리고. 이건 인격살인이라고 봐야 될 것 같은데요. 얼마 전 한 대학 교내의 커뮤니티 게시판에 이런 글이 올라와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글 내용의 핵심은 이건데요. 현재의 취업난과 저출산은 상위 1%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한 20대의 몸부림이다, 이렇게 정의를 했습니다. 상위 1%에 들지 않으면 모두 노예처럼 사는 세상. 경제발전의 과실을 1%가 모두 독차지하는 세상이 되어 버린 게 아닐까 싶은데요. 그러니까 거꾸로 말하면 나머지 99%는 언제 잘릴지 모르는 두려움 속에서 재난과 사고, 치안 불안을 감내하는 그런 사람들이라고 봐야 되는 거죠.

◇ 박재홍> 1:99의 사회. 그런데 자꾸 상위 1% 하니까 감이 잘 안 오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상위 1%면 어떤 사람들입니까?

◆ 김성완> 몇 가지만 제가 간단하게 말씀을 드리면요. 상위 1%가 보유한 부동산이 얼마쯤 된다고 생각하세요? 우리는 아파트 한 채 사려고 아등바등하잖아요.

◇ 박재홍> 전세값 걱정도 하고요.

◆ 김성완> 상위 1%는 아파트 한 동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박재홍> 한 동.

◆ 김성완> 말하면서도 제가 어이가 좀 없는데요. 상위 1%가 우리나라 전체 부동산의 16%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시가로 따지면 505조원이 되는데요. 그러면 하위 10%는 얼마를 가지고 있을까? 1인당 525만원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상위 1%가 2013년 증여한 재산 총액이 1조 8,904억원이었습니다. 이게 3년 전에 비해서 79% 증가한 겁니다. 상위 1%가 소득 3억 9,000만원이 될 동안 하위 20%는 소득이 5만원 늘었습니다.

◇ 박재홍> 5만원.

◆ 김성완> 우리는 이런 사회에 살고 있는 겁니다.

◇ 박재홍> 갈수록 불평등의 격차는 가속화되고 있고, 이 격차 어떻게 줄일 수 있나요?

◆ 김성완> 사실 자본의 탐욕은 끝이 없죠. 가지면 가질수록 더 많이 가지려고 하니까요. 우리가 무슨 일을 할 수 있는가라고 할 때 결국은 정치를 호출할 수밖에 없어요.

◇ 박재홍> 정치.

◆ 김성완>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은 정치 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얼마 전에 대통령이 증세는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이런 말을 하지 않았습니까? 아마 이 얘기를 듣고 99%는 배신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결국은 사회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세금으로 해결하거나 아니면 기회를 균등하게 주는 것.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 박재홍> 좋은 일자리도 많아져야죠.

◆ 김성완> 네, 맞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지금 세습이 아니라 능력에 따라 기회를 주어지도록 하는 그런 사회를 만드는 게 가장 급선무가 아닐까 싶은데요. 정치권이 뭐를 하니, 뭐를 하니 하는데요. 다른 얘기할 필요가 없이 이 두 가지를 어떻게 바로 잡느냐가 진정 지금 정치인이 해야 할 그런 역할이 아닐까 싶습니다.

◇ 박재홍> 네,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 함께 말씀 나눠봤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성완>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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