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KCC에는 영구 결번이 2개 있다. 이상민 서울 삼성 감독(43)의 11번과 추승균 현 감독대행(41)의 4번이다. 둘은 1997-97시즌부터 10시즌을 함께 하며 3번의 챔프전 우승 반지를 꼈다. 조성원 해설위원(44)까지 그 유명한 '이-조-추' 트리오는 역대 최강 멤버로 꼽힌다.
KBL 최고의 가드와 포워드의 찰떡 궁합은 06-07시즌이 마지막이었다. 이 감독이 FA(자유계약선수) 서장훈(41)의 보상 선수로 삼성으로 이적했기 때문. 둘은 적으로 만났고, 08-09시즌에는 우승컵을 놓고 쟁패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둘의 우정은 유효하다. 10년 이상 동고동락했던 세월이 어디 가지 않았다. 이 감독이 09-10시즌, 추 대행이 11-12시즌 뒤 은퇴를 하면서 나란히 KCC의 영구 결번으로 남았다.
▲화려한 선수 시절, 그러나 감독의 현실은…
화려했던 선수 시절과 달리 감독 이상민과 추승균의 상황은 어둡다. 이 감독의 삼성은 9승37패, 승률 2할대에 못 미친 최하위다. 객관적 전력이 떨어지는 데다 임동섭, 박재현 등의 부상이 겹쳐 '컴퓨터 가드'도 어쩔 수 없다는 평가다.
KCC 역시 11승35패로 삼성에만 간신히 앞선다. 김민구의 음주 사고와 하승진의 부상 등으로 팀이 어수선했던 까닭이다. 추 대행은 지휘봉을 잡은 첫 경기인 11일 고양 오리온스전에서 52-78 대패를 안으며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삼성과 함께 시즌 막판 탈꼴찌 경쟁을 펼쳐야 할 상황이다.
이 감독은 추 대행을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서로 어려운 상황에 팀을 맡았다는 것이다. 이 감독은 12일 안양 KGC인삼공사와 홈 경기를 앞두고 추 대행과 통화한 내용을 살짝 귀띔했다.
▲"부담감 엄청나지만 일단 마음은 편하게…"
사령탑 선배인 만큼 진솔한 경험담을 들려줬다. 이 감독은 "코치와 감독은 그 부담감이 천지차이라고 말해줬다"면서 "그러나 최대한 마음 편하게 해보라고도 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올 시즌 초반 연패에 빠지자 "감독이 이렇게 힘든 자리인 줄 몰랐다"면서 "지면 방 안에만 틀어박혀 농구를 잊으려고 TV 드라마만 본다"고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누구보다 추 대행에게는 마음에 와 닿을 충고였을 터. 10년 이상 세월을 함께 한 데다 올 시즌 먼저 하위팀 사령탑의 마음 고생을 했던 이 감독인 까닭이다. 추 대행의 첫 경기를 본 이 감독은 "실책이 너무 많이 나왔다"면서 "점수 차가 너무 크게 벌어지면서 다른 경기로 채널을 돌렸다"고 말했다.
그런 둘은 오는 20일 전주에서 첫 사령탑 대결을 펼친다. 설 연휴 다음 날이다. 이 감독은 "막힐 것 같아서 전날 일찍 내려가겠다"고 말했다. KCC 영구 결번의 주인공들이 펼칠 대결의 승자는 누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