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경기장에는 낯선 외모의 외국인 5명이 본부석에 자리를 잡았다. 평소 각 팀에서 활약하는 외국인 선수의 가족이 한국을 찾을 때마다 본부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만큼 루크(흥국생명)나 폴리(현대건설)의 가족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들은 선수 가족이 아닌 람지 카즘 오울루 테이무로프 대사와 보좌관 등 주한 아제르바이잔 대사관 직원들이었다.
이들은 폴리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폴리의 강력한 서브가 흥국생명의 코트에 꽂힐 때나. 스파이크가 득점으로 연결될 때는 물론 심지어 작전타임으로 벤치에서 감독의 지시를 들을 때도 폴리를 주시했다. 각자의 휴대전화로 폴리의 경기 장면을 사진 찍기도 했다.
한국에 거주하는 아제르바이잔 국적의 외국인 가운데 가장 지위가 높은 대사의 현장 응원을 받은 폴리는 양 팀 최다 25득점을 몰아치는 맹활약으로 현대건설의 3-0(26-24 25-15 25-7)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3세트에는 역대 한 세트 최다 서브 득점 타이기록인 5개를 성공하는 등 7개의 서브 득점을 기록하며 흥국생명에 역대 한 세트 최소득점 타이기록(7득점)의 불명예를 안겼다. 이 승리로 현대건설(승점46)은 4연승을 내달리며 선두 한국도로공사(승점49)를 바짝 추격했다.
경기가 끝나자 테이무로프 대사는 현대건설 선수단을 격려하며 승리를 축하했다. 특히 폴리를 따로 만나 특별한 고국의 기를 불어넣었다. 기분 좋은 승리에 대사관 직원들의 축하까지 받은 폴리도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 경기 후 양철호 현대건설 감독도 “폴리가 평상시 자기 기량보다 활약이 좋았다. 팀을 잘 이끌었다”고 호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