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사건이 발생한 후 고개 숙인 자세로 얼굴을 감췄던 조 전 부사장.
하지만 이날만은 허리를 곧추 세운 반듯한 자세로 나타났고, 변호인과 대화할 때에는 입가에 엷은 웃음까지 보였다.
피고인 관계자들을 위해 마련된 재판정 내 참관인 좌석 앞 2줄 곳곳에는 두툼한 짐도 눈에 띄었다.
통상 피고인들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될 경우 피고인들은 공판 직후 법원 대기실에서 사복으로 갈아입고 구치소가 아닌 집으로 곧장 돌아갈 수 있다.
기자와 일반인 방청객이 발디딜 틈 없이 좌석과 복도까지 가득 메우자 제12형사부 오성우 부장판사의 심리로 선고공판이 시작됐다.
조 전 부장의 밝은 표정도 잠시였다.
재판부는 검찰이 기소한 혐의 중 형량이 비교적 적은 위계상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제외한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실형 1년을 선고했다.
오 부장판사의 입에서 "피고인 측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발언이 나올 때마다 조 전 부사장은 조금씩 고개를 떨구기 시작했다.
오 부장판사는 양형이유를 밝히며 "조직적인 책임 전가에 모멸감을 느낀 박 사무장이 '죽을 것 같다'며 세상에 사건을 알렸다"며 "또다른 피해 승무원인 김모씨는 교직을 받는 대가로 허위 진술했다고 오해를 사 밖에 나가지도 못한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또 "돈과 지위로 인간 존엄의 가치를, 인간의 자존감을 무릎 꿇렸다"며 "아직도 사건의 발단을 승무원의 매뉴얼 위반이라고 진술하는 등 진정한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 부장판사가 제출된 반성문을 읽기 시작하자 조 전 부사장은 어께를 들썩이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앞서 조 전 부사장은 지난 10일 하루에만 3건의 반성문을 제출하는 등 지난 6일부터 재판부에 꾸준히 반성문을 제출해왔다.
조 전 부사장은 이날 공개된 반성문에서 "일적인 면에서는 까칠하지만, 나무라면 쉽게 잊는 화통한 상사가 되고 싶었다"며 "저로 인해 발생한 모든 피해와 상처가 낫기를 소망하지만, 어떻게 용서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적었다.
오 부장판사는 "사건 발생 무렵 조 전 부사장이 타인에 대한 마음의 문이 닫혔다면 지금은 마음의 문을 열고 사죄하고 반성할 준비가 된 것 같다"며 "박 사무장의 법정 진술처럼 더 큰 경영자가 되는 발판으로 삼으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