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너무나 큰 변수가 생겼다. 바로 IBK기업은행의 외국인 선수 데스티니의 발목 부상이다.
데스티니는 폴리(현대건설), 니콜(도로공사)과 함께 V-리그 최고 공격수다. 출산으로 지난 시즌을 통째로 쉬었지만, 2009~2010시즌 2승10패에 허덕이던 GS칼텍스에 합류해14연승과 함께 플레이오프에 올려놓은 경험이 있다. 데스티니의 합류로 기업은행은 4라운드 막판까지 선두 경쟁을 펼쳤다.
그런데 1월14일 인삼공사전에서 데스티니가 부상을 당하면서 선두 경쟁에서 멀어졌다. 센터 김희진을 라이트로 돌려 공백을 메우기도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데스티니의 복귀는 예상보다 더뎠다. 그 사이 데스티니 없이 선두 도로공사를 잡았고, 데스티니는 지난 8일 흥국생명전에서 복귀했다. 정상 컨디션이 아니라 포지션은 센터였다. 하지만 데스티니는 결국 11일 GS칼텍스전에서 다시 관중석에 앉았고, IBK기업은행은 5위 GS칼텍스에 덜미를 잡혔다.
데스티니 부상 이후 IBK기업은행의 성적은 1승3패. 선두 도로공사에 깜짝 승리를 거두지 않았다면 4전 전패였다.
이정철 감독은 "데스티니가 잘못해서 다친 게 아니고 상대 선수가 넘어와서 다쳤던 것이기 때문에 더욱 한스럽다. 만약 데스티니가 빠지지 않았다면 1위도 가능했을 것"이라면서 "도로공사전을 이기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누구라도 그 상황이라면 욕심이 났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좋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덕분에 V-리그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도로공사가 17승7패 승점 49점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현대건설이 2경기를 덜 치른 상황에서 승점 43점(15승7패)으로 2위다. 반면 IBK기업은행은 14승9패 승점 39점으로 다소 처졌다.
문제는 데스티니의 공백이 계속된다면 3위 자리마저 위태롭다는 사실이다.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키다 주춤했던 흥국생명은 이재영이 살아나면서 최근 4경기에서 3승1패를 기록 중이다. IBK기업은행보다 1경기를 덜 치르고 11승11패 승점 32점, 7점 차까지 쫓아왔다.
일단 데스티니는 17일 현대건설전에는 다시 코트를 밟는다. 다만 "한 달 가깝게 훈련을 안 했다. 상태를 낙관전으로만 볼 수 없다"는 이정철 감독의 걱정대로 100%로 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