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의원들 손에 달린 이완구…반쪽짜리 총리될 수도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윤창원기자
이완구 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에 필요한 의석은 통진당 해산으로 5석 줄어 148석(현 의석은 295석).

새누리당 의원이 158명이니까 과반수보다 10석이나 많아 모두 찬성한다면 청와대와 새누리당 지도부의 의중대로 임명동의안을 단독으로 처리하는 데 문제가 없다.

문제는 비리 혐의로 구속됐거나 실형이 선고된 새누리당 의원 3명과 해외 출장 중인 5명을 제외하면 과반에 두 석의 여분밖에 없다.

부인의 금품수수와 구속으로 새누리당에서 출당 조치된 유승우 의원이 가세하더라도 동의안을 강행하는 데는 위태위태한 의석수다.

해외에 출장 중인 의원들이 긴급 호출을 받아 12일 중 돌아온다면 몰라도 3~4명만 당론에서 이탈해 이완구 후보자의 인준에 반대표를 행사한다면 부결되는 대란이 난다.

여당은 그런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에 이날 오전 의원총회를 열어 당론을 결정할 방침이다.

새누리당은 11일 원내대표 명의로 소속 의원들에게 12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라는 통보를 했다.

반면 야당은 인준에 반대하며 결사 대응할 태세다.

최종 결정은 이날 의총에서 내려지겠지만 문재인 대표는 11일 “두 명의 낙마 총리 후보자도 있고 해 이번엔 웬만하면 넘어가려 했으나 그럴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반대 당론을 모으겠다는 뜻이다.

야당이 본회의에 불참할 것이냐, 아니면 본회의에 들어가 반대 투표를 할 것이냐의 선택 문제만 남았다.

물론 추석 연휴 직후인 23일 총리 임명동의안을 처리하자는 역 제안을 할 수도 있다.

새정치연합은 현재 본회의장 참석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왜냐하면 충청도 의원들과 일부 온건파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질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내년 4월 총선의 충청 지역 선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여야를 떠나 ‘내고향 충청도’ 인식이 충청도 의원들과 지역 여론을 강하게 지배하고 있다.

충청 출신 총리라는 이유로 이완구 후보자의 부적격 논란과는 별개로 무조건 통과시켜야 한다는 찬성 여론의 흐름이 강하다.


충청도 출신 한 야당 의원은 “이완구 총리에 대한 지역민들의 요구가 아주 높다”면서 “당론이 반대하더라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 등이 충청도 출신 의원들이 이완구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에서 일방적으로 해명의 시간을 주거나 은근히 적격자임을 강조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고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온 강희철 충청향우회장은 “충청에서 총리 후보 나오는데 호남 분이 계속...”이라며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이런 기류를 감안해 12일 본회의를 열어 임명동의안을 처리하자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지도부와 청와대는 야당의 요구대로 설 연휴 이후로 늦추더라도 여론의 ‘뭇매’를 피할 수 없는 만큼 이날 단독으로라도 처리하고 개각과 청와대 비서실장 개편으로 비판 여론을 타고 넘자는 계획이다.

여야 간의 협상이 잘 돼 설 이후에 처리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을 수도 있지만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는 디 데이를 이날로 정하고 이탈표 방지를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완구 후보자의 부적격을 거론하는 여당 의원들이 있지만 반대할 경우의 파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탈자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여당 지도부는 말한다.

만약 이완구 총리 후보자 인준이 부결된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과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는 치명상을 입는다.

청와대와 여야 지도부 모두 이완구 후보자 인준 문제로 긴장을 하고 있다.

태풍의 눈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과 맞물려 있다.

그런데 이완구 후보자의 인준 문제가 여권의 의도대로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이 후보자가 총리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청문회에서 여러 의혹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확대되고 있고 언론 외압 발언 등으로 거의 그로키(심한 타격을 받아 몸을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림) 상태다.

이 후보자는 위기 돌파력이 뛰어난 정치인이지만 반쪽짜리 총리라는 이유로 운신의 폭이 상당히 제한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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