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 누구를 위한 영화관인가…빼앗긴 '볼 권리'
② 돌려쓰는 극장용 '3D 안경'…이대로 괜찮나?
③ "왜 영화 상영시간에 광고를 끼워넣죠?"
④ "극장 팝콘값 뻥튀기 담합?"…울며 겨자 먹는 관객들
⑤ "영화 대기업 횡포? 짜증을 드러내야 바뀌죠!"
⑥ [단독] CGV, '선택권' 앞세워 '영화값 6%' 편법 인상
⑦ 프리미엄관에 가봤더니…영화 관객은 '봉'
⑧ 뒷짐 진 공정위…영화 관객만 '부글부글'
⑨ "영화 만들기…이젠 행복 아니라 고통입니다"
⑩ '위험수위' 넘은 대기업의 자사 영화 밀어주기
같은 '천만영화'이지만 '국제시장'은 되고 '변호인'은 안 되는 것이 있다. 역대 흥행 2위에 올라 있는 외화 '아바타'(누적관객수 1330만 2637명)의 기록에 도전하는 일이다.
1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국제시장은 전날까지 누적관객수 1318만 6620명을 기록하며 아바타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7일 개봉한 이래 9주차를 보내고 있는 국제시장은 이 추세대로라면 이번 주말 아바타를 제치고 역대 흥행 2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 변호인이 국제시장을 넘을 수 없는 이유
국내 영화 시장에서 CGV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영진위의 '2014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3대 멀티플렉스인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는 전체 상영관 2281개 중 92%인 2098개를 점유하고 있다. 이는 다시 CGV 948개, 롯데시네마 698개, 메가박스 452개로 나뉘는데, CGV가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영진위의 '멀티플렉스 체인별 상영현황 통계'와 '일자별 통계 정보'에 따르면 국제시장은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지난달 13일 상영횟수 점유율 27.5%를 찍은 이후, 한 달가량 지난 10일까지 꾸준히 11~21%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시장의 개봉 시점과 거의 동일한, 2013년 12월 18일 개봉한 변호인은 이듬해 1월 19일 1000만 관객을 넘어섰는데, 국제시장보다 5일 늦은 기록이다. 1000만 관객 동원 당시 변호인의 상영횟수 점유율은 17.1%로 국제시장보다 10.4%포인트나 낮았다.
변호인의 상영횟수 점유율은 1000만 돌파 시점으로부터 5일 뒤인 24일 10%로 떨어지더니 1100만 관객을 넘긴 지난해 2월 1일 6.6%, 보름 뒤인 16일 0.9%로 급감했다.
익명을 요구한 영화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변호인이 1000만 관객을 넘길 즈음 '겨울왕국' 신드롬이 분데다, CJ E&M에서 투자·배급한 '수상한 그녀' 개봉과 맞물리면서 CGV 상영관이 그쪽으로 몰린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 "자사 영화에는 관대…중소 배급사에는 엄격"
수상한 그녀 개봉 첫날인 지난해 1월 22일 CGV에서의 상영횟수 점유율은 21.4%로 롯데시네마(18.6%), 메가박스(16.8%)보다 각각 3%포인트, 5%포인트 정도 높다. 이후 수상한 그녀는 개봉 한 달 반이 지난 3월 5일까지 10~20%의 점유율을 오가다가, 29일 0%대로 떨어질 때까지 두 달 넘게 꾸준히 상영되며 86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다.
이 관계자는 "기록에서도 나타나듯이 CGV나 롯데시네마 등이 계열사인 CJ E&M, 롯데엔터테인먼트에서 투자·배급한 영화에 대해 특별히 관대한 것을 알 수 있다"며 "지난 여름 전체 상영횟수의 50% 넘게 점유했던 '명량'이 그 극단적인 예"라고 꼬집었다.
한 예로 중소 배급사가 내놓은 '내 심장을 쏴라'의 경우 지난달 28일 개봉 당시 CGV에서 14.7%의 상영횟수 점유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첫 주말을 보내고 일주일 만인 5일 점유율이 3.8%로 4분의 1가량이나 줄었다. 계열사에 대한 관대함과 달리 중소 배급사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 셈이다.
해당 관계자는 "최근 명량과 같은 극단적인 움직임은 자제하는 모양새"라면서도 "굵고 짧게 1761만여 관객을 모은 명량과 달리 국제시장은 가늘고 길게 가는 분위기다. 5일 개봉한 이래 예상보다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는 CJ E&M의 '쎄시봉'에 대해 CGV가 이번 주말부터 어떤 행보를 보일지 지켜볼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