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떠넘기'에 '단가 후려치기'…대학이야? 건설사야?

[돈 벌이에 눈 먼 상아탑②]'암약(暗約)' 뒤에 숨은…대학의 '갑질'

'늦깎이' 학습자들에게 대학을 졸업한 것과 같은 학사 학위 취득의 기회를 주고 있는 평생교육원. 매년 수 만 명이 학사 학위를 받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에 대학들은 갖가지 불법적인 방법까지 동원하면서 평생교육원을 돈 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기획 '돈 벌이에 눈 먼 상아탑'을 통해 대학들이 수익을 높이기 위해 평생교육원에서 자행하고 있는 온갖 비도덕적인 행태들을 고발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돈 때문에… 불법위탁 장사도 마다않는 상아탑
②'암약(暗約)' 뒤에 숨은…대학의 '갑질'
③뒤늦게 내놓은 정부 대책…실효성 있을까

경기도 K대학과 위탁업체간 비밀리에 체결한 '과정 운영 협약서'. 대학 측은 업체에 교육과정 운영에 필요한 모든 경비를 떠넘기고 있다.
몰래 교육과정마저 '위탁 장사'를 벌여 온 일부 대학들이 위탁업체들을 상대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갑질'을 해오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위탁 업체들은 이들 대학들이 비밀 협약서를 빌미로 '비용 떠넘기'를 비롯해 '단가 후려치기'까지 '횡포'가 도를 넘었다고 주장했다.

경기도 K대학이 부설 평생교육원 내 학점은행제 학부를 맡아 운영해 오던 위탁업체들에 무리한 요구를 시작한 건 지난 2013년.

◇ 수강생 늘자…수수료 인상 요구

초기에는 고전을 면치 못하던 학점은행제 학부들이 인기가 높아져 수강생들이 몰리던 시점이다.

실제로 30여 명으로 시작한 한 학부는 몇 년 사이 수강생이 300여 명까지는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은 위탁 업체들에 수익배분율을 5대 5로 하지 않으면 무조건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한 위탁 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수강생을 모집하기 위해 사용한 홍보비 등으로 누적적자가 15억 원에 달했었다"며 "그동안 학교는 한 푼도 도와준 것도 없으면서, 인지도가 생기니까 5대 5로 해달라는 건 대기업들이 하청업체들에 '단가 후려치기' 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비난했다.

결국 한 업체를 제외하고, 압박을 못 이긴 다른 위탁업체들은 학교 측의 요구대로 사인을 해주고 말았다.

◇ '암약서' 무기로 갑질하는 대학

협약서에는 교육과정 외부 위탁이 불법인 점을 감안해 '비밀 유지' 조항이 명시돼 있으며, 평생교육원은 업체가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과 유사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독소조항을 포함시켰다.
이때부터 학교 측은 요구를 거부한 업체에 대해 '갑질'을 시작했다. 대학 측은 협약서를 무기로 학부 운영의 모든 비용과 책임을 위탁업체에 떠넘겼다.

협약서에 따르면 위탁 업체는 학부 홍보부터 수강생 모집, 학부 교육 운영 및 관리, 수강생 지도 및 관리, 강사 지원 및 관리 등 모든 제반 사항을 책임져야 한다.

반면 대학 측 역할은 수강료를 받고, 학위를 수여하면 끝이다.

심지어는 교육과정의 외부위탁이 불법인 점을 감안한 '비밀유지' 조항까지 명시돼 있다.

이처럼 협약서대로라면 대학 측은 앉아서 50%에 달하는 수수료를 챙길 수 있는 것이다.

대학 측의 횡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대학 측은 협약서에 "평생교육원 자체 운영의 경우 협약사와 유사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 그해 유사한 학과를 설립했다.

게다가 위탁 업체 소속 인기 강사들을 빼내가 신설과 주임교수에 앉혔다. 결국 대학 측은 지난해 8월 이 업체에 학부 폐지 통보를 보냈으며, 현재 폐지 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학교 측의 해명은 어불성설에 가까웠다. "교육과정 위탁운영이라는 편법적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폐지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라고 했지만, 수수료 50%에 동의한 나머지 학부들은 여전히 협약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평생교육원을 운영하고 있는 대학들이 교육과정을 편법적으로 운영하게 되면 결국 교육의 질 저하로 피해는 학습자들이 볼 수밖에 없다"며 "평생교육과정이 돈벌이 수단이 되면서 폐단들이 있는데 사후 점검 없이 확대하기만 한다면 이같은 부작용은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며 교육 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사후 관리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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