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지난해 8월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AVC컵에서는 컨디션을 올라오지 않은 박철우(군복무 중)를 대신해 한국을 정상에 올려놓았다. MVP부터 서브상까지 싹 휩쓸었다.
그런데 올 시즌은 서재덕이 완전히 달라졌다.
수비형 레프트로 완벽히 탈바꿈했다. 지난 시즌에도 리시브 부문 2위(세트 당 평균 5.919개)에 올랐지만, 수비라는 것이 생각보다 부담이 됐다. 하지만 시즌 전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참가하면서도 수비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결국 그 땀의 결과가 올 시즌 서재덕의, 그리고 한국전력의 성적으로 나오고 있다.
서재덕은 리시브 부문에서 1위(세트 당 5.794개)를 달리고 있다. 지난 시즌과 큰 차이가 없는 수치지만, 성공률이 50% 이상이다. 몸을 날려 잡아내는 디그도 수준급이다. 덕분에 수비 부문에서도 1위(세트 당 7.235개)로 1위다.
특히 3위 싸움의 분수령이었던 9일 대한항공전에서도 리시브 38개 가운데 26개를 세터에게 정확히 배달했고, 디그도 11개 중 9개를 성공시켰다. 이쯤되면 '수비 요정'이다.
물론 공격 욕심이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참는다. 라이트에는 모처럼 뽑은 제대로 된 외국인 선수 쥬리치가 있고, 레프트에도 전광인이 버티고 있다.
덕분에 공격 비중은 더 줄었다. 27경기에서 214점을 기록했지만, 공격성공률은 오히려 3% 정도 올랐다. 특히 서재덕의 스파이크는 좌우를 가리지 않는다. 레프트로 변신했지만, 쥬리치가 왼쪽에 있을 때는 기존 포지션인 라이트에서도 스파이크를 때린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 서재덕에게 고비도 있었다. 3라운드 마지막 날 현대캐피탈로 임대 트레이드됐지만, 규정으로 인해 다시 한국전력으로 돌아왔다. 마음의 상처로 남을 수도 있지만, 서재덕은 "다 잊었다"면서 마음을 다시 잡았다.
한국전력은 현재 17승10패 승점 47점으로 3위를 기록 중이다. 7연승도 달렸다. 봄 배구도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리고 그 보이지 않는 배경에는 서재덕의 변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