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추락·윤석열 좌천…이기고도 망가진 검찰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항소심 재판부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실형을 선고하면서, 원 전 원장의 기소를 주도했던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의 파란만장한 행적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6부(김상환 부장판사)는 9일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에게 징역 3년의 실형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은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날 재판부는 원 전 원장등의 국정원법 위반 부분은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선거법 위반 부분은 무죄로 판단한 원심과 달리 국정원의 정치개입이 지난 2012년 대선에 개입한 것으로 인정했다.


원 전 원장이 국정원 직원들로 하여금 SNS 댓글등을 달도록 해 정치개입을 금지한 국정원법을 위반하고 국정원으로 하여금 대통령 선거에 개입토록 했다는 특별수사팀의 기소 내용을 항소심 재판부가 대부분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전대미문의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 지난 2013년 원 전 원장을 법정에 세웠던 당시 특별수사팀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낙마와 좌천으로 지금은 존재감조차 미미해진 상태다.

검찰은 지난 2012년 대선 과정에서 국가정보원 여직원 김모씨가 16개 아이디로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서 정치사회 이슈 관련 게시글에 수십차례 찬반 표시를 하는 등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인터넷 상에서 정치에 개입한 정황이 나타나자 윤석열 당시 여주지청장을 팀장으로 '특별수사팀'을 구성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특별수사팀은 2013년 4월 원 전 원장을 소환해 14시간여 조사한 끝에 같은해 6월에는 원 전 원장을 불구속 기소하기에 이른다.

직원들에게 1900여건의 정치·대선 관여글을 올리고 1700여차례 댓글 찬반 표시를 하도록 하는 등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금지하는 국정원법과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것이 기소이유였다.

특별수사팀이 원 전 원장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것을 놓고 막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등 청와대와 검찰 사이에 불길한 전운이 감돌았다.

실제로 황교안 법무장관과 당시 채동욱 검찰총장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 여부를 두고 정면으로 충돌했고 채전 총장은 총장직 사퇴라는 배수의 진을 치면서 버틴 결과 기소를 관철시켰다.

결국 불안했던 예감은 2013년 9월 조선일보가 돌연 원 전 원장 기소를 결정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의혹을 대서특필하면서 현실화 됐다.

채 전 총장은 검찰 역사상 유례가 없는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감사 명령이 내려지자 불명예 퇴진을 감수해야 했고, 지금은 법조계에서 은퇴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특별수사팀을 이끌던 윤석렬 검사는 대구고검으로 좌천됐고 박형철 부팀장과 다른 검사들도 줄줄이 한직으로 밀려났다. 박근혜정부의 가장 민감한 부분을 건드린 것에 대해 혹독한 대가를 치른 셈이었다.

이 때문에 이날 항소심 판결에 대해서도 검찰 내에서는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재판에서 이겼으니 당연히 환영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 환영하면 황 장관을 폄하하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검찰 고위관계자는 이같은 결과는 놓고 "일부는 항소심 결과를 환영하겠지만 일부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고 검찰의 기류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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