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징역 3년 법정구속…항소심서 선거법 '유죄'(종합)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9일 오후 항소심 선고 공판 출석을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박종민기자)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원세훈(64) 전 국정원장이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다.

서울고법 형사6부(김상환 부장판사)는 9일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3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함께 기소된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은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 국정원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인정한 1심 재판과 달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우선 원 전 원장의 혐의와 관련해 원 전 원장이 수 차례에 걸쳐 종북 세력과 연계해 야당 후보들을 겨냥한 발언을 내놓는 등 직원들에게 위계에 의한 지시를 내려 책임이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정원장은 사이버 활동의 주제를 언급하면서 야당이나 일부 관점을 항상 염두에 뒀던 것으로 보인다"며 "엄격한 상명하복 체계를 갖추고 있는 국정원의 구조를 고려하면 개인적 일탈 행위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국정원 직원들의 댓글, 트위터 글 게재와 리트윗 등 사이버 활동은 선거에 깊숙이 개입한 행위로 판단했다.

원 전 원장 측에서 "심리전담팀의 일상적 활동일 뿐 특별히 선거에 영향을 끼치려는 것이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것을 고려해 구체적인 수치를 내놓기도 했다.

재판부는 국정원 심리전단 팀의 활동 내역 중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2012년 8월 20일을 전후로 '선거글'이 많아졌다는 점을 꼬집었다.

재판부는 "2012년 전체 글 15만건 가운데 9월에만 7만여건의 선거글이 작성됐고 안철수, 문재인, 이정희 당시 후보 등에 대한 비난 글이 압도적으로 많아지는 등 심리전단팀의 활동의 중심이 바뀌고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해 국정원법을 위반했다는 점은 1심과 동일하게 인정했다. 재판부는 "국정원이 직접 개입해 일반 국민인 양 감정에 호소하는 등의 행위를 통해 중립성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의미에 대해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할 사건'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사이버 활동은 공무원들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하고 국민들의 정치적 선택을 침해하는 등 대의민주제의 정신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며 "국가기관이 사이버 공론의 장에 직접 조직적 개입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를 전혀 상상하지 못하고 사이버 활동에서 다른 관점에서 자유롭게 토론하고 논쟁했던 국민들은 이제 사이버 활동의 순수성을 의심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축적되고 있는 시점에 발생한 사건"이라며 "이른바 보수와 진보, 이 사건에 동의하는지 여부를 떠나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는 행위에 대한 법원의 엄단 행위는 이 사건에도 관철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정구속된 원 전 원장은 선고 직후 재판부를 향해 "저로서는 재판과정에 성실히 임했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했다"고 짧게 소회를 밝혔다.

원 전 원장의 변호인은 "모두 유죄가 돼서 상당히 실망스럽다"며 "판결문이 나오는대로 검토해서 원 전 원장과 의논해서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원 전 원장은 지난해 9월 열린 1심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국정원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판단돼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 받았다.

당시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1부(이범균 부장판사)는 선거운동에 목적성, 능동성, 계획성이 인정돼야 한다며 선거법 위반에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현직 부장판사인 김동진 부장판사가 법원 내부 게시판에 "지록위마(指鹿爲馬)의 판결"이라며 비난해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는 등 법원 안팎으로 논란이 빚어졌다.

1심 판결 직후 원 전 원장은 국정원법 위반 혐의도 무죄라며 즉각 항소했고, 검찰도 내부 격론 끝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포함해 항소했다.

원 전 원장은 항소심 선고 공판에 앞서 지난달 30일 신변보호 요청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원심 판단은 논리구조에 오류가 있다"며 1심때와 같은 징역4년과 자격정지 4년을 구형했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에게 사이버상 게시글 및 댓글 등을 작성하도록 지시해 정치에 관여하고 2012년 대선에 개입한 혐의로 2013년 6월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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