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는 9일 "허재 감독이 팀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감독직에서 자진사퇴한다"고 밝혔다. 추승균 코치(41)가 감독대행을 맡아 오는 11일 고양 오리온스와 홈 경기부터 남은 시즌을 치를 예정이다.
지난 2005년 부임한 허 감독은 10시즌 동안 챔피언결정전 우승 2회, 준우승 1회 등 사령탑으로도 성공시대를 썼다. 여기에 4강 플레이오프(PO) 진출 2회, 6강 PO 진출 1회 등 봄농구 단골손님이었다.
하지만 최근 2시즌 동안 하위권을 면하지 못했다. 챔프전 우승 주역인 하승진(221cm)의 군 입대와 귀화 혼혈 가드 전태풍(kt)의 이적으로 팀 전력이 약화됐다. 2012-2013시즌 최하위에 머물었고 지난 시즌에도 7위에 그쳤다.
다만 지난 시즌 뒤 국가대표 가드 김민구 등 희망을 발견했다. 또 하승진의 제대와 대형가드 김태술의 이적 등 전력 보강도 확실하게 해냈다. 다크호스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김민구가 지난해 6월 불의의 음주 교통사고를 내면서 허 감독의 시즌 구상이 어그러졌다. 확실한 스윙맨이 없어진 KCC는 김태술이 반년 동안 국가대표로 차출되면서 팀 전술에도 제대로 녹아들지 못했다.
당초 허 감독은 특유의 지도력과 함께 '신의 손'이라는 별명과 함께 복장(福將)으로도 불렸다. 신인과 귀화, 외국인 드래프트에서 김주성(원주 동부), 하승진, 전태풍 등을 뽑았던 전력 때문이었다. 이들은 모두 허 감독의 플레잉코치와 사령탑 시절 우승을 안겼다.
그랬던 허 감독의 운도 다한 것일까. 김민구의 악재가 팀 전체를 흔든 가운데 하승진의 부상까지 돌발 변수가 발생하면서 자진사퇴에까지 이르게 됐다. KCC 관계자는 "감독님이 오늘 오전 구단주, 단장님과 면담 끝에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농구계 일각에서는 허 감독도 재충전의 시기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10년 동안 쉼없이 달려온 만큼 머리를 식히면서 재도약을 도모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KCC는 9일 현재 11승34패로 9위에 머물러 있다. 6위 인천 전자랜드(22승22패)에 11.5경기 차로 사실상 PO 진출이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