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이어질 경우 미술관이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경주시는 2012년 지역문화예술 저변확대를 위해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공원 내 1만4천880m²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솔거미술관을 착공했다.
건물면적은 1천556m²로 지난해 11월에는 건물 공사를 마무리했다. 시는 일부 시설 공사를 거쳐 당초 오는 3월 개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개관이 한 달도 남지 않았지만 미술관에는 아직 단 하나의 작품도 설치되지 않았다.
작품 기증을 약속했던 박대성 화백이 미술관 명칭을 '박대성 미술관'으로 변경할 것을 요구하며 작품 기증을 거부하고 있어서다.
사건의 발단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박대성 화백은 경북도에 자신의 작품 670여점을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박 화백은 국내의 대표적인 수묵화 화가로 현재 경주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이에 경북도와 경주시는 작품 기증자인 박대성 씨의 이름을 따 '박대성 미술관'을 추진했지만, 곧바로 지역 미술계의 '특혜시비'에 휘말렸다.
결국 2011년 6월 경주시는 지역미술인 단체와 협의를 통해 '솔거미술관'으로 명칭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박 화백과 경주시와의 관계는 조금씩 틀어졌고, 미술관이 완공됐지만 박 화백은 작품 기증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박 화백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지만, 경주시는 이를 강제하지 못하고 있다. 작품 기증과 관련한 문서(文書)가 작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술관 명칭 변경 3달 전인 2011년 3월 경북도와 경주시, 박대성 화백은 간담회를 갖고 건립위치와 운영비 분담, 미술관 명칭, 작품 기증 등을 합의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합의서나 작품서약서 등의 문서화 작업은 하지 않았다.
경주시 관계자는 "작품 기증서는 법적인 효과를 가지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작가들이 작품을 기증할 때 자신의 소유권과 저작권 등을 포기한다는 내용의 기증서를 작성한다"며 "간담회 당시 선의로 작품을 기증하겠다는 박 화백에게 이런 문서를 강요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경주시는 박 화백을 직접 찾아가거나 공문을 보내는 등 설득작업을 계속하고 있지만, 박 화백의 입장은 바뀌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솔거미술관 개관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 관계자는 "박 화백에게 2차 협조 공문을 보내 작품 기증을 부탁했지만, 현재 만남 자체를 거부해 설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이달 안까지는 어떻게든 결론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박 화백이 끝까지 작품 기증을 거부할 경우 시가 소장하고 있는 작품 200여점을 먼저 전시하고, 시의회가 제안한대로 시립미술관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