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국립극장을 뒤흔든 7발의 총성이 오랜 침묵을 깨고 진실의 말문을 여는가?
고(故) 육영수 여사가 경호원의 총탄에 맞아 숨졌다는 분석이 제기된 가운데 그 근거로 활용된 자료가 당시 현장에서 녹음된 총성이란 사실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육 여사 숨지게 한 7발의 총성에 관심
30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당시 관련자들의 속시원한 증언을 기대하기가 힘든 상황에서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줄지도 모를 ''객관적 자료''에 대한 분석이 막 시작됐기 때문이다.
사건이 벌어진 1974년 8월 15일 국립극장의 광복절 기념식 실황이 녹음·녹화돼 현재까지 남아있는 것은 CBS 라디오의 중계녹음과 KBS, MBC-TV의 흑백화면, 미국 CBS TV의 중계장면 등 모두 4건이다.
이 가운데서도 숭실대 배명진 교수팀(소리공학연구소)이 특히 중시하는 것은 CBS 라디오의 중계녹음.
배 교수는 "(육 여사 등이 앉아있던) 연단을 중심으로 총소리가 가장 잘 녹음된 것은 CBS 라디오의 현장녹음 상황이었으며, 이를 기준으로 연단에서의 거리와 총소리의 종류를 구분했다"고 말했다.
또 "총소리가 들리는 시간에서의 육영수 여사의 저격 장면은 MBC와 KBS의 실황중계 장면을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CBS의 현장녹음(www.cbs.co.kr/nocut/show.asp?idx=42778)은 세월의 더께에도 불구하고 고(故) 박정희 대통령의 연설 도중 "탕탕"하고 울리는 날카로운 총성, 동시에 참석객들이 비명을 지르며 황급히 대피하는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보존하고 있다.
연단 중심으로 총소리 가장 잘 녹음된 것은 CBS 라디오 현장녹음
연구팀은 이 같은 자료분석을 토대로 당시 현장에서 모두 7발의 총성이 울렸고 이 가운데 4발은 문세광, 나머지 3발은 경호원들이 쏜 것이며 육 여사는 바로 4번째 총성인 경호원의 총격에 희생됐다고 결론내렸다.
연구팀은 당시 수사결과 밝혀진 연단에서부터 저격범까지의 거리, 각 총성간의 간격, 탄환의 평균초속, 총성의 크기 및 종류, 각 총성간 육 여사의 움직임 등을 종합한 결과 놀랍지만 이같은 결론을 도출했다는 설명이다.
물론 이 연구팀의 분석결과도 현재로서는 완벽한 것으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며, 방법론 등의 측면에서 얼마든지 반론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동안 온갖 설이 난무하고 추측만 무성한 가운데 진실에 대한 접근이 거의 불가능했던 상황에서 유력하고도 객관적인 단서를 거의 처음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연구팀의 시도는 결과여부를 떠나 평가받을 만 하다.
CBS정치부 홍제표기자 enter@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