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버스 안이나 침대에서 스마트폰 클릭 몇 번만으로 상품 선택과 결제를 마치고 1~2일 안에 배송받는 모바일 쇼핑의 '맛'을 안 뒤, 책상에 자리잡고 액티브X나 보안프로그램 등을 설치해가며 이용하던 PC 온라인 쇼핑을 잊은 지 오래다.
이처럼 10~20대 못지않게 모바일에 익숙하면서도, 그 이상의 구매력을 갖춘 30대 여성과 주부들이 모바일 쇼핑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이끌고 있다.
아울러 모바일 쇼핑이 점차 확산되면서, 저가 생필품뿐 아니라 고가의 여행상품·전자제품 등까지 모바일로 구입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 올해 들어서만 티몬·G마켓 모바일 매출 비중 5~7%25P 늘어
8일 온라인유통업계에 따르면 소셜커머스 티몬(www.tmon.co.kr)의 지난달 모바일 비중은 평균 75%로 집계됐다. 전체 거래액 가운데 무려 3분의 2가 모바일 앱을 통해 이뤄졌다는 얘기다. 2013년 9월 처음 PC를 앞선 이 업체의 모바일 비중은 지난해 70%까지 급증했고, 올해 들어 한 달만에 5%포인트 더 오른 것이다.
쿠팡(www.coupang.com) 역시 지난해 연간 모바일 비중이 71%에 이르렀다. 한 해 모바일 거래액(1조4천억원)도 1년전(6천억원)의 두 배 이상으로 불었다.
소셜커머스 뿐 아니라 일반 온라인 오픈마켓·쇼핑몰에서도 모바일은 점차 '주류 채널'로 부상하고 있다.
G마켓(www.gmarket.co.kr)의 모바일 매출 비중은 올해 들어 지난 4일까지 40%로 집계됐다. 2013년 16%에 불과했던 비중이 작년말 33%까지 높아졌고, 다시 1개월여만에 7%포인트 이상 뛴 셈이다.
11번가(www.11st.co.kr)과 옥션(www.auction.co.kr)의 모바일 비중도 지난해 각각 40%, 30%를 넘어섰다. 옥션은 올해 상반기 이 비율을 4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 모바일 매출 중 40%25는 30대 여성 지갑에서…유아용품에 패션까지
이처럼 고속 성장하는 모바일 쇼핑 시장의 주역은 단연 30대 여성이다.
쿠팡이 최근 4개월(2014년 10월~2015년 1월) 모바일 구매자를 성·연령별로 분석한 결과, 판매액 기준으로 30대 여성(38.29%)이 가장 많았다. 이어 20대 여성(17.42%), 40대 여성(15.41%), 30대 남성(10.38%), 40대(6.69%), 10대 남성(5.98%) 등의 순이었다.
티몬의 경우 역시 지난달 전체 모바일 매출 가운데 여성의 점유율이 77%에 이르고, 여성 중 46%가 30대였다.
G마켓에서도 지난해 모바일 매출의 약 70%가 여성 고객의 지갑에서 나왔다. 연령별로는 30대의 구매액이 모바일 전체 매출의 절반이상(52%)을 차지했다.
이들 30대 여성은 주로 기저귀·분유·물티슈 등 육아·유아용품, 패션용품 등을 사들였다.
쿠팡에서 작년 10월부터 지난달까지 30대 여성이 가장 많이 산 품목(판매액 기준)은 출산·유아동 용품(39%)이었다. 나머지 10대, 40~60대 여성층에서는 모두 의류가 1위였다. 특이하게 남성 30대의 최다 구입 품목도 출산·유아동 용품(20%)으로 조사됐다.
G마켓 조사에서 지난해 모든 연령대 여성은 모바일을 통해 의류를 가장 많이 구매했다. 하지만 이외 인기 상위 품목은 연령대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30대는 기저귀·분유 등 출산·유아용품과 유아동의류를 주로 구매해 화장품·향수, 신발 등에 집중하는 20대와 다른 모바일 소비 행태를 보였다. 이 밖에 40~50대는 신선식품, 화장품·향수, 가구, 세제 등을 모바일로 많이 샀다.
이처럼 유아용품 구매력을 바탕으로 모바일 쇼핑을 지배하는 30대 주부를 잡기 위한 업계의 마케팅도 활발하다.
예를 들어 옥션은 지난달말 한국존슨앤드존슨과 소비 환경 분석부터 상품 판매에 걸쳐 공동 마케팅을 진행하기로 협약을 체결했다. 한국존슨앤드존슨의 육아정보 사이트 '베이비센터 코리아'의 임신·육아 전문 의학 콘텐츠를 활용해 약 28만명의 '베이비플러스' 회원에게 주기별로 육아, 자녀건강 정보 등을 '알림 서비스' 형태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 남성 온라인 쇼핑 절반도 이미 모바일…여행상품·전자제품 2.5배로
모바일 쇼핑 시장이 초기 단계를 벗어나면서, 점차 남성의 참여도 늘고 구매 품목 범위도 여행상품·전자제품 등 높은 가격의 이른바 고관여(소비자가 많은 관심과 정보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선택하는) 제품으로까지 넓어지고 있다.
티몬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 부문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상품군은 여행·레저(166%)였다. 가전·디지털(134%), 패션·액서서리(109%), 도서·취미(103%) 등도 급증했다.
남성 모바일 쇼핑족도 뚜렷하게 늘고 있다. 남성 구매액 중 모바일 경로의 비중은 2013년 35%에서 지난해말 50%로 뛰었고, 올해 들어서는 55%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남성들이 모바일을 통해 많이 산 품목은 패션·뷰티, 지역상품(소비자 근처 상점 할인쿠폰 등) 등이지만, 전년대비 증가율로 보면 여행·레저(149%), 가전·디지털(148%), 도서·취미(140%), 생활용품(112%) 등이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문상준 G마켓 모바일팀장은 "모바일 쇼핑 시장의 빠른 성장에 맞춰 지난해 모바일마트, 모바일편집샵 등 모바일 전용 서비스를 선보였다"며 "20대는 패션, 30대는 육아, 50대는 식품을 많이 구매하는 등 연령대별 모바일 관심 품목이 다른만큼, 올해 타깃 소비자층에 따라 다양한 모바일 전용 프로모션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티몬 관계자도 "모바일 결제 비중이 올해 들어 벌써 75%에 이르렀고, 올해 말이나 내년초에는 80%를 넘어설 것"이라며 "특히 상대적으로 단가가 높고, 고관여 상품군인 여행·가전제품 등으로 모바일 쇼핑이 확대되고 있는만큼 이를 반영한 모바일 앱 서비스를 적극 개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