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처음부터 '대부분의' 호남선 KTX는 새로 개통하는 전용선으로 운행하고 기존 이용수요를 고려해 일부만 서대전역을 경유하자는 논의였음에도, 타 지역에서 호남선 KTX 전체가 '저속철'이 되는 것처럼 강조되면서 본질이 흐려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5일 호남고속철도 개통 이후 KTX 운행계획을 발표하면서, 호남선 KTX는 모두 4월에 개통하는 호남고속철도 신선을 이용하도록 결정했다.
이에 따라 서울 용산역을 출발해 광주·목포·여수·순천으로 가는 모든 KTX는 서대전역을 경유하지 않는다.
국토부는 기존 이용객들을 고려해 서울에서 서대전·계룡·논산을 거쳐 익산역을 종착역으로 하는 별도의 KTX를 18차례 운행하도록 했다.
그러나 앞으로 서대전역권과 호남을 오가려면 익산역에서 환승을 해야 하는 만큼, 사실상 호남과의 KTX 연결은 단절됐다.
이와 관련해 대전지역 200여 경제·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호남선 KTX 서대전역 경유 추진위원회'는 6일 "지역 이기주의와 정치권의 압력에 밀려 공공성을 훼손한 결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추진위는 이날 대전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대전역권과 호남을 방문하는 이용객들은 교통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됐고, 지역 간 이동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국토부가 정책 결정을 위해 제시했던 이용객의 편의성과 안전성, 수요는 구호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국토부의 결정은 지역의 요구를 수용한 것처럼 보이는 '꼼수'"라며 "호남선 KTX 전체 수요 중 30%를 차지하는 서대전역권 배제는 코레일의 경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선택 대전시장은 이번 결정에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적극적 항의보다는 상황을 지켜보며 향후 운행계획 재조정 등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 시장은 "서대전역을 일부 지켰다는 점에 대해선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는 코레일의 대안이 채택되지 않은 점은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권 시장은 "대전에 있는 50만 호남 출향인의 불편이 불가피해보이고, 호남과 충청의 상생발전에도 장애가 될 것"이라며 "호남고속철도의 운행상황을 지켜보면서 향후 노선·운행계획이 재조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년 수서발 KTX 개통에 맞춰 새롭게 조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대전시와 시민사회계 모두 이 문제를 끝이 아닌 '진행 중'으로 판단하면서, 국토부 결정 이후에도 서대전역을 둘러싼 논란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