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쎄씨봉' 정우 "밝고 명랑한 효주, 질투날 정도로 예뻤죠"

[노컷 인터뷰] "오근태 캐릭터 답답한 면 있어…'쎄시봉'은 살아있는 전설"

영화 '쎄시봉'에서 젊은 오근태 역을 맡은 배우 정우.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영화 어떻게 보셨어요?"

배우 정우의 첫 마디였다. 들뜬 목소리와 반짝이는 눈에는 영화 '쎄시봉'을 향한 그의 애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 '쎄시봉'은 '응답하라 1994'의 성공 이후 그가 대중 앞에 처음 선보이는 작품이다.

연기경력은 오래됐지만 정우가 완전히 주연급 배우로 발돋움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정우의 연기 인생은 지난 2013년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로 전환점을 맞았다. 쓰레기 캐릭터로 단숨에 스타가 됐지만 그는 2년 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물 들어 올 때 노 젓는' 행보를 택하지 않은 것.

"'응사' 이후에 광고, 인터뷰, 화보 등 부수적인 스케줄을 진행했고, 몸 상태가 썩 좋지는 않았어요. 시나리오들이 많이 들어오긴 했어요. 그렇지만 '응사'가 끝나기도 전에 다른 작품을 먼저 보면서 다음을 준비하는 것 자체가 너무 죄송했어요".

그의 대표작을 살펴보면 영화 '바람', '응사' 이후 벌써 세 번째 경상도 남자 캐릭터다. 정우가 맡은 포크 그룹 '쎄시봉' 제 3의 멤버 오근태는 서울로 상경한 통영 촌놈이자 순애보를 간직한 청년이다.

"영화에 보면 부모님댁에 내려갔을 때는 사투리를 신나게 쓰다가 음악감상실 '쎄시봉'에 올라오면 사투리를 안 쓴다고 안 썼는데…. 그래도 사투리가 묻어나긴 하더라고요".


영화 '쎄시봉'에서 젊은 오근태 역을 맡은 배우 정우.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멋쩍게 웃는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배우라면 누구나 가지는, 캐릭터 고착화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을까.

"희한하게 그런 생각이 없었어요. 아마 그런 생각이 있었으면 이 작품에 참여하는 것이 힘들었겠죠. 저는 우선적으로 큰 맥락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연기하고 싶은 스타일이거든요. 근태는 쓰레기의 착한 버전이었다고 생각해요. 순둥하고 순박하면서 투박하기도 하고. 코를 찡긋이는 표정도 그런 느낌이었고, 감독님도 그런 감성을 주문하셨어요".

영화의 오근태는 첫사랑 민자영(한효주 분)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순정남이다. 그의 조건없는 순애보는 결국 '쎄시봉' 친구들과 인연이 끊기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답답한 면이 느껴지긴 했어요. 자영이 집 대문을 발로 찰 때 좀 더 과격하게 하고, 화가 날 때는 물건도 집어던질 수 있는 거고. 의도를 했죠. (자영이에게 실연당해 '쎄시봉'을 떠나는 장면은) 영화적인 느낌이 들어가지 않았나 싶어요. 여자 때문에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인생을 바꿔버리는 거잖아요. 아마 근태는 평생 잠적할 생각이었을걸요?"

인간 정우는 오근태와 180도 다르다. 그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솔직함과 진실함을 추구한다.

"사랑뿐만 아니라 뭐가 됐든 솔직하고 진실되게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예의상 하는 것이 잘 안 돼요. 진심이 우러나야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속에 있는 감정을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표현을 해야 마음이 편안해요. 어떤 사람이고, 상황이냐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죠".

영화 '쎄시봉'에서 젊은 오근태 역을 맡은 배우 정우.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전설적인 포크 그룹 '쎄시봉'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다보니 노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었다. 음악프로그램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한 정우는 당시를 '심장이 두근두근대면서 튀어나올 정도로 너무 떨렸다'고 회상했다. 이렇게 노래에 익숙지 않지만 영화에서 제 몫을 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였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기타와 보컬 레슨을 받았어요. 노래를 할 때 너무 튀지 않게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웃음을 주기 위해 코미디적으로 튀는 행동을 하긴 했지만 노래부를 때는 조화가 잘 이뤄지게 하려고 연기적인 면도 튀지 않게 신경썼어요. 포크송이나 흘러간 가요를 원래 좋아해요".

그는 음원사이트에서 '트윈폴리오'의 명곡들을 들어보기도 했다. 그에게 '쎄시봉'은 전설이자 하나의 문화다.

"'트윈폴리오' 음악을 검색해서 들었는데 이야기가 함께 덮히니까 이 글이 영상으로 펼쳐졌을 때 어떤 느낌이 나올지 짐작이 됐어요. '쎄시봉' 선생님들은 함부로 단어를 쓰는 것조차 조심스러울 정도로 살아있는 전설이시죠. 어제도 쇼케이스에서 만나 뵀어요. 젊은 세대와도 소통할 수 있는 음악인데 패션 감각이나 생각 자체가 굉장히 젊으세요".

가수 송창식(조복래 분), 윤형주(강하늘 분) 등 실존 인물이 아닌 가상 인물 오근태를 연기하는데 어려움은 없었을까. 정우는 고개를 내저었다.

"저는 반대였어요. 모티브가 되는 분들이 없어서 자유로웠고, 정우가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내가 근태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으로 상황을 많이 이해하려고 했어요. 감독님이 말씀하시기를 (강)하늘이나 (조)복래는 실제로 닮은 친구를 뽑았다고 하더라고요. 두 사람 다 워낙 노래 실력이 좋고, 제가 그 캐릭터였으면 어렵지 않았을까 싶어요".

영화 '쎄시봉'에서 젊은 오근태 역을 맡은 배우 정우.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인터뷰 도중 통영으로 내려온 민자영과 오근태가 여관에서 하룻밤을 보낸 장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말은 '하룻밤'인데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을지는 관객들의 상상에 맡기는 지점이었다.

"감독님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입장이고 몇몇 스태프 분들은 '설마했던 네가 자영이를…' 이런 느낌이었죠. 솔직히 말씀드릴까요? 별 생각 없이 그냥 했어요. 하하. 그냥 숙면이었거든요. (근태 입장에서는) 쉽게 잠들 수는 없지 않을까요?"

유일한 홍일점, 한효주와의 호흡도 좋았다. 정우는 무엇보다 연기에 대한 한효주의 열정을 높이 샀다.

"한효주 씨와 호흡은 좋았어요. 정말 예쁘게 나와서 질투가 나더라고요. (웃음) 아무래도 여배우는 예쁘게 나와야죠. 효주가 자영이처럼 행동을 하더라고요. 밝고 명랑한 친구인 것 같고, 작품에 애착과 열정이 있는 친구에요".

촬영 현장에서 가장 친하게 지냈던 이는 역시 프로듀서이자 작곡가 이장희 역의 배우 진구다. 실제로 영화 속에서 정우는 한효주만큼 배우 진구와 친밀한 연기를 펼친다.

"제가 낯을 가리는데 진구가 먼저 현장에서 마음을 열고 다가왔어요. 진짜 친해요. 배신하고 떠난 자영이를 위해서 장희를 파는 장면이 있는데 그 부분이 가장 마음이 아팠어요. 진구가 감정이입하는데 도움을 많이 줬죠. 매일 장난치고 배려하는 친구인데, 이장희 캐릭터를 진구라고 생각하니까 가슴이 많이 미어졌어요".

정우는 앞으로도 '이야기'를 중심으로 작품 활동을 해나갈 생각이다. 이야기만 매력적이라면 수위 높은 애정신도 가릴 이유가 없다.

"특정 장면을 상상한 건 아니고, 이야기가 굉장히 좋은데 베드신이 있다든지, 격한 애정신이 있다든지 그런 것에 대해 예전부터 상상은 해봤어요. 그런 장면에 크게 신경을 쓰는 편은 아니에요. 좋은 이야기만 있다면 장르 구분이나 제약을 두지 않아요. 단지 특정 역할을 계속 했는데 또 똑같은 역할에 이야기가 좋으면 고민이 되겠죠? 비슷한 캐릭터만 반복이 되면 고착화돼서 굳어버리니까 작품을 참여할 때 그런 점에 대해 생각해 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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