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청, 구룡마을 시설물 철거 시도…주민 충돌(종합)

강남구청이 무허가 판자촌 구룡마을 개발사업을 앞두고 행정대집행에 나선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자치회관에서 구청 관계자들이 철거 집행을 막아서는 주민들을 끌어내고 있다. (윤성호 기자)
서울 무허가 판자촌 구룡마을 개발 사업을 앞두고 강남구청이 행정대집행에 나섰으나 법원의 제지로 2시간 만에 중단됐다.

강남구청은 6일 오전 7시 50분쯤 용역업체 직원 등 500여명을 투입해 구룡마을 주민자치회관 철거를 시도했다.

주민 300여명은 이들을 몸으로 막아서며 거세게 반발해 충돌이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용역 직원의 진입을 저지하던 주민 중 50대 여성이 쓰려져 119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다.


일부 주민들이 주민자치회관 안에서 저항하며 1시간 동안 대치 상태가 이어졌으나, 모두 용역 직원들에 의해 밖으로 끌려나왔다.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자치회관에서 강남구청이 무허가 판자촌 구룡마을 개발사업을 앞두고 행정대집행을 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이후 강남구청 측은 굴삭기 3대를 동원해 본격적인 철거 작업에 속도를 냈다. 주민자치회관은 이내 앙상한 골격을 드러냈다.

주민들이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던 순간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다. 강남구청 직원이 손확성기를 통해 "현 시간부로 철거 작업을 종료합니다"고 외친 것.

같은 시간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행정대집행 계고처분 집행정지 신청 사건 판결이 났기 때문이다.

법원은 주민들이 낸 행정대집행 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철거작업을 13일까지 잠정 중단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구청이 대집행을 개시한 경위와 집행 정도 등을 확인하기 위해 추가로 심문이 필요하다”며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자 주민들은 강남구청이 법원의 결정 전 무리한 법집행을 했다며 반발했다.

강남구청이 무허가 판자촌 구룡마을 개발사업을 앞두고 행정대집행에 나선 6일 오전 법원의 행정명령으로 철거가 중단된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주민자치회관 앞에서 한 주민이 오열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주민 A씨는 “법원이 철거를 못하게 결정 내릴까봐 강남구청에서 새벽부터 집행을 강행한 것 아니냐”며 “강남구청은 마을 주민들의 의사를 듣지도 않고 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민 B씨는 “재개발 사업 과정에서 우리가 서울시 편을 들어서 그런 것 아니냐”며 “이것은 강남구의 보복”이라고 날을 세웠다.

구룡마을 개발 사업은 지난해 말까지 서울시와 강남구가 이견을 보여오다가, 토지주들에게 현금으로 땅을 사들여 보상하는 강남구 방식으로 합의됐다.

반면 서울시는 토지 소유주가 개발비 일부를 부담하는 대신 일정 규모의 땅을 받아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일부 환지 방식’을 주장해 왔다.

한편 법원의 결정이 ‘잠정 중단’인 만큼, 13일 이후 강남구청이 행정대집행을 추진한다면 마을 주민들과 또 다시 충돌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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