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역사학자들 "아베 역사 왜곡 경악" 집단 성명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미국의 저명한 역사학자들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국 역사교과서 왜곡 시도를 비판하는 집단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 코네티컷대의 알렉시스 더든 교수 등 19명의 역사학자들은 최근 아베 총리가 미국 역사 교과서에 실린 일본군 위안부 관련 기술을 문제 삼고 수정을 요구한데 대해 반발하는 성명을 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들 역사학자들은 '일본의 역사가들과 함께 서서'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일본 정부가 2차 대전 당시 일제의 야만적 성 착취로 고통을 겪은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일본과 다른 국가의 역사 교과서 기술을 억압하려는 기도에 역사학자이자 미국역사협회 회원으로서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밝혔다.


또 "국가나 특정 이익 단체가 정치적 목적으로 출판사나 역사학자들에게 연구 결과를 바꾸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아베 총리가 미국 맥그로힐 출판사의 역사교과서를 거론하면서 위안부 기술이 잘못됐다고 지적한 데 대해 "출판사를 지지하고 ‘어떤 정부도 역사를 검열할 권리가 없다’는 허버트 지글러 하와이대 교수의 견해에 동의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 문헌을 통한 요시미 요시아키 일본 주오대 교수의 신중한 연구와 생존자들의 증언은 국가가 후원한 성노예 시스템의 본질적 특징을 보여주는 것에 대해 논쟁의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수의 역사 학자들이 특정 사안을 놓고 집단 성명을 발표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아베 총리는 국제사회에서 체면을 구기게 됐다.

여기에 미 연방 하원의원인 마이크 혼다(민주.캘리포니아) 의원이 아베 정권의 과거사 왜곡을 규탄하기 위해 백악관에 이메일을 보내는 운동을 전개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아베 총리의 역사 교과서 왜곡 시도는 미국 등 국제 사회의 주요 관심 사안으로 떠오르게 됐다.

한편, 미국 역사학자들의 이번 집단 성명은 3월호 미국역사협회 회보인 '역사의 관점'에 게재될 예정이다.


미국역사협회(AHA) 소속 역사학자 19명이 5일(현지시간) 배포한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과거사 왜곡 움직임에 반대하는 '일본의 역사가들과 함께 서서' 집단성명 전문

"역사학자이자 미국역사협회의 회원들로서 우리는 최근 일본 정부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제에 의한 야만적 성착취 시스템하에서 고통을 겪은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일본과 다른 국가의 역사교과서 기술을 억압하려는 기도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역사학자들은 착취 받은 여성들의 숫자가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에 이르는지, 일본군이 위안부들을 동원하는 데서 정확히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두고 계속 논쟁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문헌에 정통한 역사가 요시미 요시아키(吉見義明)의 신중한 연구와 아시아 생존자들의 증언은 국가가 후원한 성노예에 준하는 시스템의 본질적 특징을 보여주고 있음에 논쟁의 여지가 없다.

많은 여성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징집됐으며 아무런 이동의 자유가 없는 최전선의 위안소로 끌려갔다. 생존자들은 장교들에게 강간을 당했고 탈출을 시도하다가 폭행을 당했다고 묘사하고 있다.

아베 정권은 애국적 교육을 고취하려는 목적의 일환으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확립된 역사에 목소리를 높여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학교교과서에서 관련된 언급을 삭제할 것을 시도하고 있다.

일부 보수적인 정치인들은 국가 차원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법적인 논쟁을 펴고 있고 다른 정치인들은 생존자들을 비방하고 있다. 우익 극단주의자들은 위안부 문제를 기록으로 남기고 희생자들의 이야기를 쓰는데 관여한 언론인들과 학자들을 위협하고 겁주고 있다.

우리는 역사를 자신들의 이익에 맞게 해석하려는데 있어 일본 정부가 혼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는 국가와 지방의 교육위원회가 흑인 노예 이야기를 모호하게 만들거나 베트남 전쟁에 대한 비애국적인 언급들을 삭제하기 위해 역사교과서를 다시 쓰려고 하고 있다.

작년의 경우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의 활동과 관련해 잘못된 것으로 간주되는 정보를 보급하는 것을 범죄로 보는 법을 통과시켰다. 올해 아르메니아 인종학살 100주년을 맞았지만, 터키 시민이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말할 경우 감옥에 갈 수 있다.

일본 정부는 그러나 국내와 국외에서 역사가들이 하는 일을 직접적으로 겨냥하고 있다. 작년 11월 7일 일본 외무성은 뉴욕 총영사에게 맥그로힐 출판사의 세계사 교과서에 나오는 위안부 기술을 수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부분은 허버트 지글러와 제리 벤틀리가 공동으로 저술한 '전통과 교류: 과거에 대한 국제적 관점'이다.

출판사는 두 문장을 삭제해달라는 일본 정부의 요청을 거절했고 학자들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확립했다고 진술했다.

우리는 출판사를 지지하고 "어떤 정부도 역사를 검열할 권리가 없다"는 허버트 지글러 교수의 견해에 동의한다. 우리는 이 문제를 비롯해 2차대전 당시 다른 악행들과 관련한 사실을 조명하기 위해 일했던 일본과 다른 지역의 많은 역사가들과 함께 한다.

우리는 과거로부터 배우기 위해 역사를 가르치고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는 국가나 특정 이익단체가 정치적 목적 아래 출판사나 역사학자들이 자신들의 연구결과를 변경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을 반대한다.

제레미 아델만 교수(프린스턴 대학)
젤라니 콥(코네티컷 대학)
알렉시스 더든(코네티컷 대학)
세이바인 프뤼스틱(산타바바라 대학)
캐럴 글럭(컬럼비아 대학)
마크 힐리(코네티컷 대학)
미리엄 킹스버그(콜로라도 대학)
니콜라이 코포소프(조지아 공과대학)
피터 커즈닉(아메리칸대)
패트릭 매닝(피츠버그대학)
데빈 펜다스(보스톤 칼리지)
마크 셀덴(코넬 대학)
프란치스카 세라핌(보스턴 칼리지)
스테판 다나카(샌디에고 캘리포니아 대학)
줄리아 애드니 토머스(노트르담 대학)
제프리 워서스트롬(어바인 캘리포니아 대학)
시어도어 윤 주(하와이 대학)
허버트 지글러(하와이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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