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머드보다 귀하신 몸, 장수하늘소

국내 표본 42마리뿐, 홍승표씨 기증 9마리는 "족보 완전"

평생을 걸쳐 모은 곤충 표본을 막상 국가에 기증하기로 했지만, 만감이 교차하기 때문일까?

4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기증식 내내 곤충연구가 홍승표(57) 씨는 건강이 안 좋기도 하지만 표정이 마냥 밝지만은 않았다. 분신과도 같은 표본 자료 2천여 점을 이제는 다른 품으로 넘겨야 한다는 만감 때문인지 전날 밤을 꼬박 뜬눈으로 새웠다고 한다. 하기야 그 마음이 오죽할까 싶기도 하다.

홍씨는 이날 강순형 국립문화재연구소장과 곤충 표본 기증서에 사인했다. 이로써 이제 그의 곤충 표본들은 대전에 있는 연구소 산하 천연기념물센터로 보금자리를 옮기게 된다.

그가 기증한 표본에는 그 귀하다는 장수하늘소가 9마리나 있다. 개중에는 길이 11.4㎝로 국내 최대 크기를 자랑하는 것이 있다. 그런가 하면 장수하늘소 애벌레 1마리도 있다.

일반에는 공룡박사로 널리 알려졌으며, 이번 기증을 위해 1년간 홍씨와 접촉했다는 천연기념물센터 학예연구관 임종덕 박사는 "장수하늘소는 현재 파악한 표본 현황이 42마리이며, 그중에 홍 선생이 9마리를 채집하셨다"면서 "더구나 그 애벌레는 국내 유일이라 이 컬렉션이 갖는 의미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고 말했다.

도대체 얼마나 귀한 몸일까?


임 연구관은 장수하늘소 한 마리가 매머드 한 마리보다 더 귀한 대접을 받는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매머드는 수요 공급에 따라 매매가격이 다르기는 하지만, 요즘 7천만원에서 1억원 사이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수하늘소는 그보다 귀하다는 말이다. 아예 물량이 없으니 국내에서는 거래조차 없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공룡 화석보다 귀하다고도 할 만하다.

장수하늘소 기증 소식을 언론을 통해 먼저 접한 이정모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은 부랴부랴 기증식장에 나타났다. "직접 보고 싶었고, 여건만 된다면 우리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서도 전시 한번 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평균 40만명이 찾는다는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도 아직 장수하늘소가 없다고 한다.

이 관장은 장수하늘소 애벌레를 가리키며 "장수하늘소라고 하면 흔히 성충을 생각하지만, 저 애벌레가 진짜 장수하늘소"라면서 "우화(羽化)하고 나서 약 2개월 살다가 죽는 반면 이른바 애벌레 상태로 약 6~7년을 지내는데 어떤 상태가 진짜 장수하늘소라고 생각해야 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장수하늘소뿐만 아니라 홍씨의 다른 기증품인 딱정벌레 타이탄하늘소는 현재까지 알려진 이 곤충 중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고 임 박사는 덧붙였다.

홍씨는 왜 이런 귀한 곤충자료들을 기증했을까?

대화와 거동이 어려운 홍씨는 이날 기증식에서 수화를 통해 이렇게 전했다.

한국 장수하늘소를 우리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국내에서 장수하늘소라고 유통되는 곤충은 전부 외국산이다. 따라서 우리 장수하늘소가 어떤 것인지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장수하늘소는 구북구(舊北區, 유럽·히말라야이북 아시아·사하라이북 아프리카) 지역의 딱정벌레 중 가장 대형 종으로, 성충으로 우화한 형태와 멸종위기에 처한 종으로서 희귀성을 지니며 중남미에 분포하는 유사 종과의 분포적 영속성 등 생물학적 가치로 주목받는다고 해서 1968년 11월 22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광릉 숲에서만 간혹 관찰될 뿐 멸종위기에 처했다.

워낙 실물이 귀한 까닭에 국내에서는 제대로 된 연구조차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홍씨가 채집한 이들 장수하늘소는 채집시기와 채집장소, 그리고 채집당시 크기를 비롯한 상세한 자료를 남겼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고 임 박사는 강조했다. 그만큼 족보가 확실한 까닭에 이를 토대로 하는 연구도 가능한 자료라는 의미다.

홍씨는 곤충 표본에 필요한 약품과 핀을 국내에서도 구하기 힘든 독일제를 썼다고 한다. 워낙 구하기 어려운 재료들인 까닭에 적지 않은 돈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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