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호랑이굴에서 살아남으려면 '정신 바짝 차려야'

1% 초저금리 대출, 역마진 우려에도 은행들은 '미소(?)'

국토교통부가 1%대 은행 공유형 모기지 상품 출시 강행을 내비친 가운데 '역마진' 논란이 일고 있다. '역마진'은 손실을 뜻하는데, 어찌 된 이유인지 은행권에는 불만보다 여유가 묻어나온다. 왜일까?

은행들의 셈법은 단순하다. "역마진 우려는 과도한 것"이라는 자신감에서다. 은행들은 면밀한 분석을 토대로 대출 가능 지역을 선별적으로 진행한다는 복안이다. 은행 모기지의 주 고객이 수도권과 광역시 등에 한정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설사 집값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대한주택보증이 있어 괜찮다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손해 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들어가 보면 1% 주담대를 두고 은행이 미소 짓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은행 모기지론 대출 대상은 공시가격 9억원 이하, 전용면적 102㎡ 이하인 주택을 구매하는 고객이다. 이 조건만 맞으면 고소득자라도 1%대 초저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다. 은행 모기지론이 강남에 거주하는 고소득자를 겨냥한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은행들, 우량고객 유치 기회

즉, 은행 모기지는 은행이 우량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매력적인 상품이 되는 셈이다. 서민대출의 성격이 강했던 주택기금 공유형 모기지와 가장 큰 차이이기도 하다. 국민주택기금 업무 총괄 수탁은행인 우리은행이 가장 먼저 은행 모기지 상품을 출시한 것도 이를 간파한 전략이란 관측이다.

실제 우리은행에선 지난 한 해 동안 총 6000여가구가 8000억원의 대출을 받아갔다. 이들은 수익공유형 또는 손익공유형 모기지를 이용해 아파트를 샀다. 이 중에는 우리은행과 그동안 거래하지 않던 고객들도 많다. 신규 고객이 유입된 것이다. 은행 통장이 있어도 자주 거래하지 않았던 고객들도 있었는데, 모기지를 이용한 뒤 우리은행 통장 이용횟수도 늘었다. 모기지는 20년 장기계약에 해당돼 이들이 우리은행의 충성도 높은 고객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춰간다는 인식을 주는 것도 은행 입장에서는 큰 이점이다. 보이지 않는 물밑지원을 받을 수 있어서다.

◇ 정부 물밑지원도 기대

실제 2008년 주택기금 총괄수탁은행으로 선정된 우리은행은 전세자금 대출, 청약저축통장, 국민주택채권 등 일반고객업무뿐 아니라 LH, SH 등 주택사업자에 대한 대출도 단독으로 취급할 수 있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란 말이 있듯이 다양한 혜택을 누려온 것이다.

물론,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손'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에 밉보여서 좋을 게 없다는 것이다. 이는 은행업이 대표적인 규제산업이란 태생의 한계 때문이다.

요컨대, 정부는 1% 은행 모기지 출시를 통해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 은행은 다양한 부가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서민의 빚은 늘어만 간다. 8년 째부터는 이자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는 구조다.

금융권 한 인사의 말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모기지(Mortgage)의 어원에 대한 말이었다. 모기지 제도는 프랑스에서 시작한 것인데, 해석을 하자면 모(Mort)는 목숨이고 기지(gage)는 약속이라고 했다. 목숨을 담보로 한 계약이 모기지란 이야기였다.

저출산 영향으로 2018년부터 인구 감소 예상되고 있다. 지금의 2030세대는 취업난으로 부동산 매수 여력이 점점 부족한 상황이다. 2012년 이후 저소득층의 자가점유율은 하락세다. 하지만 정부는 빚내서 집을 사라고 하고 있다. 아주 매혹적인 조건을 내세우면서.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말을 꼽씹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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