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지난해 6월 퇴근길 교통사고로 세상을 등졌다.
지하철역까지 바래다주는 업체의 통근용 승합차를 탔다 빗길에 사고가 났고, 차량 밖으로 튕겨나간 양씨가 병원에 이송됐을 땐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출근한지 3주 만이었다.
대학을 나오지 못해 번번한 직장 한 번 다니지 못하다, 새벽 건물 청소를 하던 홀어머니마저 해고 통보를 받자 앞서 일했던 이곳을 다시 찾았다가 당한 일이었다.
그런데 물류업체는 소속 직원이 아니라면서 산재처리는커녕 밀린 월급조차 주지 않았다.
발인까지 하루 늦췄건만 찾아오겠다던 책임자도 끝내 빈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사과 전화 한 통도 없었다고 한다.
양씨의 누나는 “동생을 잃은 것도 슬픈데, 일은 시켜놓고 자기네 직원이 아니라는 것도 당황스럽다"면서 "조문이나 사과도 없이, 최소한의 도리도 없는 걸 보고서는 화가 가라앉지 않는다"고 흐느꼈다.
물류업체 측은 양씨가 자신들이 아닌, “용역업체와 곧 계약을 맺을 예정이었다”고 주장했다.
작성된 근로계약서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나 양씨 측 박종천 노무사는 “계약서가 없더라도 직접 면접을 해 채용하기로 한 구두계약이 있다면 물류업체가 직접 채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이번 일의 배경에는 파견법 위반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현행법상 물류업에는 파견근로가 금지돼 있지만 물류업체가 중간관리자 없이 직접 작업지시를 하며 사실상 파견근로를 진행해왔다는 것.
물류업체의 하청인 용역업체 역시 "우리를 배제한 채 (물류업체 측이) 직접 면접을 해 채용을 확정하고 일하게 한 뒤 이름과 입사일만 통보하는 방식이었다"면서 "우리는 양씨 얼굴도 모른다"고 밝혔다.
양씨 측은 물류업체가 실제 사용자임을 확인받기 위해 체불한 임금부터 지불하라는 진정을 고용노동부 고양지청에 넣으며 파견법 위반에 대한 처벌도 함께 요구했다.
이에 대해 물류업체 관계자는 “작업 효율을 위해 우리 측 직원이 가끔 들어갈 뿐 작업지시는 하지 않는다”면서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는 상황.
업계의 허술한 관행으로 근로계약서 한장 남지 않은 가운데, 고용노동부는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라며 8개월째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