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없는 복지 정책'의 조정을 요구하는가 하면,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인사에 대해서도 당과의 협의를 통한 대규모 인적쇄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친박계인 이주영 의원이 아니라 유승민 의원이 새 원내대표로 선출된 것을 계기로 당청관계에서 확실히 다른 양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매우 조용히 전달된 박대통령의 '축하난(蘭)'은 당청관계의 변화 조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관측이다.
청와대는 사실 유승민 의원이 새누리당의 새로운 원내대표로 선출된 2일 별다른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새로운 원내대표에 대해 공식적인 논평을 내놓기 보다는 박대통령의 축하 난을 보내는 것이 관례라는 이유였다.
지난해 이완구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될 때도 공식 논평 대신 박대통령의 축하 난이 전달됐다고 한다.
이에 청와대는 조윤선 정무수석을 유 원내대표에게 직접 보내 박대통령의 축하 난을 전달할 예정이었다.
조 수석이 유 원내대표에게 축하 난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박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의 메시지가 서로 오고 가고, 이런 모습이 언론에도 자연스럽게 알려지길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일정은 계획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유 원내대표가 선출 당일인 2일 쏟아지는 언론 인터뷰와 면담 등으로 일정을 잡지 못해, 일단 그 다음 날인 3일을 기약했지만 이 날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유 원내대표의 바쁜 일정에다 조 수석마저 오후에 국무회의에 참여하는 관계로 박 대통령의 축하난 전달 일정이 잡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박 대통령의 축하난을 전달한 사람은 조 수석이 아니라 신동철 정무비서관이었다.
그것도 유 원내대표가 오전 11시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와 상견례를 겸한 정례회동을 위해 방을 비운 참이어서 신비서관은 축하난을 직접 전달하지도 못하고 돌아서야 했다. 이에 신비서관은 추후에 전화로 난의 전달 여부를 확인해야 했다.
박 대통령이 축하의 마음을 담아 보낸 난이 주인도 없는 상황에서 눈길도 끌지 못하고 아주 조용히 전달된 셈이다.
조 수석은 물론 2일 유 원내대표와 전화 통화를 통해 축하의 뜻을 전했고, 유 원내대표도 "박 대통령 임기 중 잘 모시겠다, 청와대와 잘 조율할 것이다. 대통령에게 이런 뜻 잘 전해드려라"라고 말해, 양측이 서로 메시지를 화답하는 절차를 거치기는 했다.
신 비서관도 "축하 난은 원래 조용히 전달되는 것"이라며 확대해석에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청와대 안팎에서는 "유 원내 대표가 아무리 일정이 바빠도 박 대통령이 축하의 마음을 담아 보낸 난을 받을 시간도 내지 못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결국 청와대를 대하는 마음의 무게를 드러낸 것으로 향후 당청 관계가 어떻게 정립될지 귀추가 주목된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편 신 비서관은 지난해 이완구 원내대표에게 박 대통령의 축하 난을 전달할 때는 직접 면담을 하고 덕담을 나눈 뒤 축하난을 전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