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박지원 후보는 초반부터 '양강'으로 분류됐다. 당내 최대 계파의 수장이자 국민적 지지도를 자랑하는 문 후보가 앞서가는데 호남과 중도의 상징인 박 후보만이 이른바 '문재인 대세론'을 깰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이런 양강 구도는 지난달 7일 예비경선 이후 한 달이 지나도록 큰틀에서 유지되고 있다. 당권-대권 분리론 등을 앞세운 박 후보 측의 저돌적인 공세로 1, 2위의 격차가 최근에는 더 줄어들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박 후보 측은 막판으로 갈수록 경선이 초박빙 양상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전당대회 여론조사 환산방법을 둘러싼 논란을 두고 '친노가 경선 룰을 바꿨다'고 주장하며 75%가 반영되는 당심(黨心)을 자극하고 있다.
박 후보는 3일 "결승점을 바로 앞둔 시점에서 특정 선수의 요구로 경기 룰이 바뀐 것은 승패를 떠나 상식적으로도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박지원의 승리가 우리 당의 변화이고 기억이라고 믿는다. 반드시 승리해서 당을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문 후보 측의 손을 들어준 전당대회준비위원회 결정에 반발하는 동시에 '친노 패권주의'의 기억을 환기시켜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는 전당대회가 다소 혼탁해지더라도 문 후보에 비해 손해볼 것이 별로 없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박 후보 측 관계자는 "친노 쪽에서 문자 메시지를 돌리고 경선 룰을 바꾸고 나서면서 지역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민심에서는 열세지만 당심에서 차이를 벌리면 1위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내다봤다.
문 후보 측도 차이가 줄어든 점은 인정했다. 다만 '대세론'은 전혀 꺾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최근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처음으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누르고 1위에 오른 점을 강조하며 '대세론' 굳히기를 시도하고 있다.
문 후보는 이날 당 대의원과 당원 등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저는 당내 싸움은 일체 하지 않겠다. 당내에서 싸우지 않고 현 정권에 맞서 국민을 지켜내겠다"며 "사즉생 각오로 총선승리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유력 대선후보로서 소모적인 논쟁에 더이상 휘말리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문 후보 측은 나아가 박 후보 측의 '네거티브 공세'에 지친 부동층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이인영 후보는 차별화된 정책·민생 행보로 표밭을 착실히 다지고 있다. 양강이 정면충돌한 '저질 토론'에서 "저는 이 자리에서 나가겠다"며 불쾌감을 드러낸 이 후보는 이날 한반도 평화 공생을 위한 제안과 비정규직 줄이기 및 최저임금 인상 공약을 잇따라 제시했다.
이 후보 측은 문 후보가 전체적인 판에서 선두를 달리되, 변화에 민감한 호남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 후보가 박 후보를 제쳤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권리당원과 대의원 등 당내 선거에서는 우리가 박 후보를 넘어설 정도에 이르렀다고 본다"며 "전당대회 과정이 역설적으로 당의 위기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이인영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새정치연합 전당대회 경선은 대의원 45%, 권리당원 30%, 여론조사 25%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권리당원 ARS투표는 3일부터 6일까지, 일반 당원·국민 여론조사는 5일과 6일 양일 동안 각각 실시되며 대의원들은 오는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에 참석해 현장투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