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표는 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며, 정치인이 그러한 말로 국민을 속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밝혔다.
전날 당선된 유승민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가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유 원내대표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증세없는 복지는 가능하지도 않고 국민도 다 알고 계신다"며 "증세를 만약 하기로 한다면 당연히 가진 자한테 세금을 더 부과하는 증세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근 지지율 폭락은 청와대 문건파동에서 시작됐지만 증세없이 복지지출을 늘리다는 원칙에 매달려 꼼수증세를 해온 결과로 증폭된 것이다.
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와 함께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고 무상보육을 시행한다는 공약에 힘입어 당선됐다.
하지만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을 지급한다는 기초연금은 소득 70% 이하에 대해 최대 20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후퇴했고 심지어 국민연금과 연계해 국민연금 장기가입자가 불이익을 보는 식으로 설계돼 논란을 일으켰다.
중앙정부가 부담하겠다던 누리과정 무상보육은 예산의 상당부분을 교육청에 떠넘기면서 중앙정부와 교육청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초 증세없는 복지를 내세우면서 늘어나는 복지 재정은 비과세 감면 축소와 지하경제 양성화 그리고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조달이 가능하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를 통한 재원조달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늘어나는 복지 예산을 증세 없이 충당하려다 보니 갖은 꼼수를 쓰게 된 것이다.
사실상 증세인 담뱃값 인상을 하면서 국민 건강을 위한 조치라는 궤변을 늘어놓고 국민 눈치를 보면서 슬그머니 주민세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또 사실상 세수를 늘리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솔직하지 못한 대응으로 연말정산 파동을 불러왔다.
반면 고소득자들에게 보험료를 추가로 물리는 건강보험료 개편안은 1년 반동안 준비해놓고 일부 부담이 늘어나는 부유층 반발을 우려해 백지화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이 모든 일들이 증세없는 복지라는 원칙에 집착한데서 비롯된 것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제는 '증세는 없다'는 말에 집착할 게 아니라, 꼭 필요한 복지가 있는데, 그걸 하려면 세금이 더 필요하다고, 납세자, 국민에게 솔직히 털어놓고 설득해야 한다.
실제로 한국 갤럽이 최근 전국 성인 남녀 1009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해 65%가 ‘가능하지 않다’고 답했다.
그리고 이 설득작업은 여당 대표나 원내대표가 아닌 대통령 스스로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나서야 한다.
아울러 이같은 논의가 복지의 후퇴로 이어져서는 안된다.
조세가 부의 사회적 재분배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가진 사람들이 세금을 더 내고 특히 법인세를 올리거나 실효세율을 높이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시점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