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토 겐지 피살 사건을 보는 세가지 시선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박재홍>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 나와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성완>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오늘 주제로 빨리 가볼까요.

◆ 김성완> 일본 저널리스트 고토 겐지가 IS에 살해됐다는 소식으로 지금 일본 사회가 큰 충격에 빠졌는데요. 하지만 이번 사건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서로 극명하게 엇갈리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본 언론인 피살을 보는 세 가지 시선. 그 행간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 박재홍> 고토 씨는 이제 언론인이기 전에 또 두 딸을 둔 아버지였고. 또 가족들의 반응이 참 가슴 아팠어요.

◆ 김성완> 저도 그렇습니다. 정말 가슴이 아프던데요. 이 IS가 살해 동영상을 공개한 게 이제 엊그제였는데 그 직후에 고토 씨 부인이 영국의 언론인 지원단체를 통해서 입장을 발표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 반응이 누구를 탓하는 게 아니었고요. ‘남편이 자랑스럽다.’ 이런 거였습니다. ‘분쟁지역에서 사람들의 고통을 전해온 남편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남편은 아이들의 눈을 통해 전쟁의 비극을 우리에게 전하는데 열정을 기울여왔다.’ 이런 입장을 밝혔고요. 고토 씨 어머니도 ‘같은 일본인을 돕기 위해 시리아에 간 아들의 선량함과 용기를 알아주기 바란다.’ 이렇게 밝혔습니다.

◇ 박재홍> 가족들이 뭐랄까요, 성숙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고. 고토 겐지 씨 분쟁지역 참상을 알렸던 언론인이었기 때문에 그동안 취재했던 영상이나 글들이 확산되고 있어요.


◆ 김성완> 저도 글 하나를 보고 굉장히 감동을 받고 그랬었는데요. 여기 이 자리에서 소개해 드리기는 좀 그렇고 아마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게 고토 겐지의 피살을 바라보는 첫번째 시선이 될 것 같은데요. 고토의 삶을 통해서 IS의 테러를 이해하는 시각입니다. 지금 전세계 SNS에서는 다양한 추모글이 올라오고 있는데요. 고토가 생전에 남긴 글이나 취재했던 영상을 찾아보고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고 있습니다. 솔직히 사건 초기에 저도 고토 겐지가 누구야라고 이렇게 생각을 하기만 했었고 이 사람이 어떤 취재를 했왔었는지에 대해서 좀 찾아보지 않았는데요. 찾아보고 난 다음에 사실 저도 좀 놀랐습니다. 정말 대단한 저널리스트인데요. 1990년대부터 소형 비디오 카메라만 든채 분쟁지역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래서 인권이나 평화를 주제로 취재를 주로 했는데요. 우리 이제 아프리카 같은 경우에는 소년병들이 많이 들어가잖아요. 반군에 끌려가기도 하고 그러는데. 그런 소년병을 직접 가서 취재를 하기도 했었고요. 또 시리아에 마지막으로 들어갈 때 원래 먼저 잡힌 일본인 인질이 있었는데 그 인질을 취재하겠다, 이러면서 들어갔었던 거였습니다. 그때 이제 메시지를 하나 남겼는데요. 이렇게 얘기를 했습니다.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나는 시리아 사람을 원망하지 않는다, 일본 여러분도 시리아 사람에게 어떤 책임도 지우지 말아달라.’ 이렇게 부탁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이슬람 세력이나 이슬람 사람들한테 형제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이렇게 얘기를 했었거든요. 그런 뜻을 많은 사람들이 감동도 받고 좀 이어갔으면 좋겠다,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 박재홍> 죽음을 통해 일본에서 더욱 조명을 받고 있는데 하지만 또 일본 내부에서는 분쟁지역에 들어간 당사자가 책임이 있다, 이런 주장도 있어요.

◆ 김성완> 일종의 당사자 책임론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게 하필이면 위험지역에 들어가서 국민 모두를 힘들게 하느냐 이런 시각입니다. 2004년도에 일본인 3명이 이라크에서 자원봉사를 하다가 납치됐던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풀려나고 난 다음에 일본 사회에서 세금도둑이다, 이런 얘기도 했었어요. 협상 하는 데 돈 들고 또 항공료도 들고 여러 가지 부수적인 돈이 들었는데 입국하자마자 그 돈 다시 다 돌려받아라 이렇게 얘기를 해서 실제로 일본 정부가 받은 그런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번 사건 초기에도 비슷한 주장이 일본 내부에서 있었는데요. 주로 일본 극우세력 내에서 극우 정치인이 고토 겐지가 자이니치 그러니까 재일 조선일일 수도 있다 이런 주장을 해서 굉장히 큰 논란이 되기도 했었죠. 바로 이런 주장이 더 극단적으로 가면 아베 총리의 자위권 행사 주장과 맞닿는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그래서 아베 총리가 이번 기회에 전세계에서 군사작전이 가능하게 하겠다, 이런 말도 했어요.

◆ 김성완> 이게 이번에 어떤 사건을 바라보는 두번째 시각이 될 것 같은데요. 일본의 군사무장, 우리 입장으로써는 굉장히 불쾌하고 별로 반길만한 일은 아닌데.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이런 식으로 이제 테러에 무력으로 보복하겠다, 이런 식의 시각입니다. 아베 총리가 이번 기회에 굉장히 정치적으로 이번 사안을 이용하는 것 같다 이런 생각까지 드는데요. 어제 참여한 예산위원회에 참여를 해서 일본인 구출을 위해서 자위대의 무기 사용을 추진하겠다, 이런 발언을 했거든요. 그런데 현재 일본도 평화유지군을 파병하고 있는데 자기 방어 외에 무기 사용을 할 수 없도록 규정이 되어 있습니다. 이걸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런 뜻을 표명한 건데. 이게 적극적 평화주의라는 걸로 포장이 되어서 일본이 전세계를 상대로 군사력을 동원할 수 있는 그런 체제를 만들어가는 것 아니겠느냐, 이런 얘기가 나옵니다. 그런데 참 이게 역설적인데요. 이게 아베가 이번 사건에 오히려 근본적인 책임자이기도 하거든요. 왜냐하면 이번 사태의 근본원인이 아베의 친이스라엘 행보라고 얘기를 합니다. 아베가 인도적 지원을 위해서 2억 달러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이스라엘이 도입할 예정인 F-35 전투기를 또 공동개발 하겠다, 이렇게 해서 이스라엘이나 이스라엘 안에 이슬람 세계에서 굉장히 큰 반발을 사기도 했었던 거죠.

◇ 박재홍> 세번째 시각, 정리해 주신다면.

◆ 김성완> 세번째 시각은 우리의 무관심과 보이지 않는 위협이 될 것 같은데요. 사실은 우리도 일본이랑 똑같이 IS 격퇴에 지지의사를 표명했던 나라이기도 하고요. 인도적 지원국 37개 국가 중 한 곳이기도 합니다. 언제든 우리도 이런 사건을 맞닥뜨릴 수 있게 되는데요. 이번 기회에 우리도 중동문제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바라봐야 할지 시각을 좀 다시 세우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 박재홍>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성완>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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