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 'MB 회고록' 왜 자충수일까?

'실정법 위반논란', '4대강 국정조사 촉발', '친박 vs 친이 갈등 유발'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지난 2일 발간된 이명박 전 대통령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이 공식 출간됐다. 회고록은 2월2일이 공식 발간일이지만 지난주 책의 요약본이 공개되면서 인터넷 서점에는 지난 1월 29일부터 판매가 됐고 서점에는 30일부터 배포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은 판매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많은 논란을 빚었으며 발간이후에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회고록을 집필하는 과정에 대통령기록관에서 대통령기록물을 열람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대통령기록물관리법 등 실정법을 위반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MB 회고록' 왜 자충수일까?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왜 자충수가 된다는 거냐?

= 자충수라는 건 바둑 용어인데 스스로 자신의 활로를 메우는 걸 뜻하는 말이다. 바둑이 아닌 일상생활이나 정치권에서는 스스로 행한 행동이 결국에 가서는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걸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회고록'을 발간함으로서 스스로 발목에 족쇄를 채우는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는 의미에서 이 회고록이 자충수가 된다는 얘기다.

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은 "이 전 대통령 측이 견강부회하거나 과도하게 공개하거나 자화자찬 한 것들이 오히려 자신들에게 불리한 증거물이 새로 생긴 측면이 있다"면서 "무리하게 회고록을 출간함으로서 앞으로 자신의 발목을 잡는 그런 측면이 있다고 본다"라고 평가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도 "회고록이 민심과는 너무 거리감이 크고 이로 인해 오히려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 회고록이 어떤 족쇄를 채운다는 거냐?

2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한 시민이 판매대에 진열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을 읽고 있다. 이 회고록에는 이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 세종시 수정안 부결 사태와 남북관계 비사 등이 담겨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 크게 3가지 의미의 족쇄를 채울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는 실정법위반이라는 족쇄다. 회고록에서 공개하고 있는 내용들이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위반했을 것이라는 전문가의 진단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구체적인 사실여부는 검찰의 수사를 통해서 밝혀져야 할 것이다.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의원은 "대통령기록관에 가서 열람을 했다는 건 남북 간 접촉한 내용들이 대통령지정기록물화 됐다는 것이고, 이는 열람은 할 수 있지만 누설은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공개된 내용의) 성질상 당연히 지정기록물이 되어야 하는 것이고 또 공개된 내용들은 성질상 비밀이다. 누설할 수 없는 건데 누설이 됐다. 그래서 대통령기록물관리법위반 소지가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도 한겨레신문 기고문에서 "'이명박 회고록'은 미국, 중국, 일본 지도자들과의 대화를 따옴표를 친 채 문단 그대로 인용했다. 정상회담 대화록을 옆에 놓고 그대로 베낀 것이다. 3급 혹은 2급 비밀이라는 도장이 찍혀 있는 문서를 그렇게 소지하고 공개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최성식 변호사는 "MB가 공개한 새로운 사실 중 무엇이 비밀로 분류된 것인지 알도리가 없다"면서 "일단 강력히 의심되는 부분은 중국고위층과의 대화내용 중 '본인이 공개하지 말라고 했다'고 자랑하고 있는데 이 부분이 비밀로 지정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두 번째는 국회 국정조사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거다. 국회에서는 이른바 4자방 가운데 자원외교에 대한 국정조사만 합의했다. 4대강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국정조사 계획이 없었지만 회고록에서 4대강에 대한 자화자찬으로 일관하고 있어서 이 부분에 대한 국정조사 필요성이 제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노회찬 전 의원은 "4대강으로 금융위기 극복했다거나 일자리 창출했다는 것, 그리고 수중보 때문에 한강 수질 좋아졌다는 것 등은 사실관계 자체가 잘못된 것으로 여전히 허황된 시각에 갇혀 있다는 게 이 책을 출간함으로서 물증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윤희웅 민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실질적으로 현 정권이 MB정권에서 있었던 여러 문제들을 나름 티내지 않게 방어를 해오고 있던 상황인데 오히려 논란을 촉발시킴으로서 현 정권의 MB정권에 대한 보호 의지를 상당히 약화시켰다"고 진단했다. 윤 실장은 "회고록이 4대강이나 자원외교에 대한 야권의 공세를 강화시키는 결과만 초래하게 됐고 현 정권의 불쾌한 감정과 곤혹스러움 등으로 인해 현 정권의 MB정권에 대한 보호 의지를 상당히 약화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는 회고록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고 나섬으로서 '친이 vs 친박'간 정면대결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거다.

노회찬 전 의원은 이를 두고 "'이명박근혜'라는 암묵적인 카르텔을 깰 단초가 될 것"이라면서 "열지 말아야 할 판도라 상자를 연 것처럼 자해행위가 시작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최창렬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왜 현직 대통령을 지나치게 자극하느냐고 볼 수도 있고, 또 비박쪽 유권자들도 MB가 뭘 잘했다고 저렇게 책까지 내서 시비를 거냐고 볼 수도 있다"면서 "양쪽 모두에 호감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고 갈등만 초래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윤희웅 센터장은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권에서 일어난 일을 처리하면서 지금의 위기를 돌파할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망했다. "4대강이나 자원외교 문제를 전 정권의 비리나 문제와 연결 지어서 성역 없이 단호한 개혁의지를 나타내면서 위기국면을 돌파할 카드로 고민하는 상황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 검찰이 회고록의 법률위반에 대해 수사에 나설 가능성도 있는 거냐?

이명박 전 대통령 (자료사진)
= 그럴 가능성이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은 움직일 수없는 물증이 되기 때문에 야당이나 시민단체에서 고발한다면 검찰에서는 수사에 나설 수밖에 없다.

기록관리단체협의회 대표를 맡고 있는 한신대 안병우 교수는 2일 에 출연해 "(검찰이 수사에 나설) 방법은 있다. 누군가가 고발을 하면 수사주체가 결국은 검찰이 될 텐데, 검찰이 수사의지를 갖는다면 뭐 수사에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초기 청와대가 "내부자료 2백만 건이 유출됐다"고 공개하면서 이른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가기록물 유출사건'이 일어난 전례가 있다. 당시 청와대나 검찰의 대응을 되돌아보면 회고록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 엿볼 수 있다.

당시 국가기록원이 노 전 대통령 비서실 소속 10명의 비서관과 행정관을 고발했고, 비슷한 시기에 뉴라이트전국연합은 비서진 외에 노 전 대통령까지 포함하는 고발장을 검찰에 제출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검찰이 대통령기록물을 열람할 수 있는 영장을 발부받아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2일 CBS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회고록 출간을 위해) 언론 보도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확인했다"며 "심지어 대통령기록관에, 비서관이 대통령(이명박 전 대통령) 지명을 받아 거기에 가서 조회까지 다 하면서 찾아낸 것들"이라고 말했다. 이는 책의 주요 내용이 대통령기록물을 토대로 쓰였다고 시인한 것이다. 그러나 김 수석은 기록물을 열람한 사람이 누군지는 밝히지 않았다.

특히, 대통령지정기록물 등을 관리하는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이 뚜렷한 이유 없이 이 전 대통령 쪽의 기록물 열람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현 대통령기록관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이재준씨다.

조국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김두우 전 홍보수석이 "회고록은 참회록 아니다"라고 한데대해 "맞다. 그런데 형사법 학자로서 말한다. mb에게 필요한 것은 '회고록'이 아니다. 그리고 '신문조서'"라는 글을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올렸다.

▶ 이명박 정부가 대통령기록관으로 문서를 이관할 때 비밀이 없었던 걸로 아는데?

= 실제 그렇게 알려져 있다.

안병우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할 때 대통령기록관 이관한 기록물 가운데는 비밀기록으로 분류된 게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이런 경우는 아마도 비밀기록을 전혀 생산하지 않았거나 생산한 후에 모두 파기했거나 혹은 지정기록물로 모두 지정을 해버린 세 가지 경우가 있을 텐데 아마도 마지막일 가능성이 제일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예컨대 중국 원자바오 총리와 북한 김정일, 김정은 등등에 대해서 논의한 내용, 남북 정상회담 관련 비밀접촉 내용 이런 것 등등이 지금 대표적인 사례인데 이게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 됩니까, 안 됩니까?"라는 정관용 앵커의 질문에 "이걸 비밀로 분류했는지 자체를 우선 확인해야 된다"면서 "그러나 통상적으로 볼 때는 국가의 안보, 외교 관계에서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는 그런 기록물이기 때문에 비밀로 지정했을 것으로 그렇게 추정이된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비밀기록물은 국가안보, 외교 관계상 중요한 내용을 담은 기록물들을 1, 2, 3급 이렇게 비밀로 지정할 수 있고, 지정기록물이라고 하는 것은 그런 것을 포함해서 국가적,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거나 해서 당분간 공개하지 않도록 지정할 수 있는 그리고 대통령기록물에만 해당되는 그런 제도"라면서 "비밀기록물을 전부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을 해 버리면 비밀기록물의 목록도 확인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 이명박 대통령의 회고록을 비판하는 'MB의 비용'이라는 책이 오늘 출간된다던데?

지난 2일에 발간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좌측)과 이보다 하루 늦은 3일에 발간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실정을 조명한 책 'MB의 비용' (자료사진)
=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재임 중 일을 자화자찬한 회고록을 발간하자 이 전 대통령의 실정(失政)을 조명한 책 'MB의 비용'이 3일 출간될 예정이다.

인터넷에 공개된 책 소개 글에는 "한국사회는 MB정부에 물어야 할 것이 많다. 그가 터무니없이 탕진한 국민세금에 대해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면서 "공공의 곳간을 눈먼 돈 취급해 내다버리다시피 한 사례가 한둘이 아닌 것이다.『MB의 비용』은 그 탕진과 실정의 기록을 정교한 수치로 분석해낸다"고 소개하고 있다.

16인의 각 분야 전문가들이 MB정부가 발생시킨 문제들을 조목조목 짚으며 그 피해 금액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기업 실무 현장 출신 학자, 조세재정 전문가, 전 통일부 장관, 토목공학과 교수, 방송사 PD, 시민운동 활동가, 변호사, 과학자, 경영학자, 경제학자 등이 지혜와 통찰을 짜내 MB의 기만을 낱낱이 밝힌다는 것이다.

'MB의 비용'은 2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피해 금액 추산이 가능한 자원외교, 4대강 사업, 기업 비리와 특혜, 원전 문제, 한식 세계화 사업 등 5개 분야를 다뤘다. 2부에서는 남북관계, 부자감세, 인사 문제, 언론 문제 등 수치화가 어려운 문제를 전문가 대담 형식으로 조명한다.

출판사 측은 "자원외교의 경우 공기업 3사에서 늘어난 빚만 해도 42조원이 되고 4대강사업은 예산 22조원이 들어갔지만 앞으로 부작용을 바로잡는데 84조원이 더 필요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책 속에는 제2롯데월드 허가, KT 무궁화위성 매각, 원전 불량케이블 납품, 한식세계화 예산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집필에는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이사장으로 있는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소속 교수와 시민운동가, 정치평론가, 언론인 등이 참여했다. 4대강사업 반대 활동을 최일선에서 이끌었던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가 4대강 문제를, 국회 MB자원외교 국정조사 자문위원인 고기영 한신대 교수가 자원외교를 분석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남북관계를 놓고 대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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