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서부지방법원 제12형사부(오성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조 전 부사장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앞서 검찰은 항공보안법상 항공기 항로 변경, 안전운항 저해 폭행, 위계공무집행방해, 업무방해, 강요 등 5개 혐의로 조 전 부사장을 구속기소했다.
아울러 검찰은 사건 은폐를 주도한 혐의로 함께 구속기소했던 같은 회사 객실승원부 여모(57) 상무에 대해서는 증거인멸 및 은닉,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징역 2년을 구형했다.
또 국토교통부 조사사항을 대한항공 측에 넘긴 김모(53) 감독관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징역 2년을 구형 받았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에 대해 "사적권위로 법질서를 무력화하고, 공적 운송수단의 사적통제로 안전을 위협하면서 승무원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줬다"고 구형 배경을 설명했다.
또 "조직적인 사건 실체를 조작한 정점에 조 전 부사장이 있었고, 아직도 승무원 등에게 사건의 발단이 있다고 주장해 진지한 자성이 보이지 않는다"며 "임원 지위를 남용한 사상 초유 항공기 리턴으로 항공기 안전을 위협했다"고 지적했다.
여 상무에 대해서는 "기업 오너의 개인 범행을 은폐하려는 목적으로 조직적인 증거인멸을 주도했다"며 "임원 지위를 남용해 관련자 진술을 강요할 뿐 아니라 법정에 이르기까지 혐의를 부인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고 말했다.
김 감독관에 대해서도 "조 전 부사장의 형사고발 여부를 판단해야 할 조사관 신분이지만, 조직적인 사건 은폐행위를 알면서도 묵인·방조했다"며 "법정 양형기준에 징역형만 있는 데다 장기간 유착관계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고, 통화내용을 삭제하는 등 증거를 인멸했다"고 말했다.
◇ 최후변론 나선 조현아, "상대방 마음 생각하며 살겠다"
이날 조 전 부사장은 최후변론에서 "저로 인해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입은 박 사무장과 김 승무원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용서구한다"며 사과했다.
또 "평소 대한항공을 아껴주신 고객과 저로 인해 회사로 쏟아진 많은 질책, 비난을 받아야 했던 대한항공 임직원에게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번 사건으로 인해 커다란 분노와 충격을 느끼셨을 국민 여러분께도 머리 숙여 사과의 말씀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사람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지 못한 저의 잘못을 알기에 어떠한 변명도 내세울 수 없고, 어떠한 결과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은 자신의 두 아이를 언급하면서 "앞으로는 상대방의 마음을 한 번 더 생각하며 살겠다"면서 울먹이기도 했다.
여 상무 역시 "직장 상사로서 승무원들이 느꼈을 심리적 고통을 헤아려서 사려깊게 대처하지 못했다"며 "제 본의와 다르게 국토부 관계자와 김 감독관에게 피해를 드려 마음 깊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김 감독관은 "사건 초기 미숙한 조사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점은 사과드린다"면서도 "조사과정에서 항공사에 조사 상황, 정보나 각종 비밀을 알려줬다는 혐의는 목숨을 걸고 인정할 수 없다"고 결백을 호소했다.
한편 이날 조 전 부사장 측 변호인단은 최후 변론에서 "박창진 사무장은 관련 서비스의 기본 개념도 구분하지 못했고, 매뉴얼이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다"며 사건의 원인이 사무장의 업무 미숙에 있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은 '항로'를 '항공로'로 혼용하는 통념과 달리 '운항중'이라는 개념에 맞춰 확장 해석하고 있다"며 "항공기 항로변경죄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등 사실상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
여 상무 측 변호인단은 "시말서 등은 통상의 업무 지시이며 협박 등도 한 적 없다"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는 물적 증거 없이 박 사무장의 일방적 진술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감독관 측은 "당시 최모 감독관이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며 "국토부 최종 보고서와 여 상무의 보고서 내용이 다른 것만 봐도 김 감독관의 결백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조현아, 사고원인은 "매뉴얼 따르지 않은 승무원"
조 전 부사장은 사과는 했지만, 승무원이 매뉴얼을 따르지 않았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했다.
피고인 심문에서 조 전 부사장은 "그 뒤에 있었던 제 행동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깊이 반성하고 당사자 분들에게 사죄드린다"면서도 "(승무원이) 매뉴얼대로 서비스하지 않은 건 확실하다"고 말했다.
공판이 진행되는 내내 고개를 숙인 채 시종일관 조용한 목소리로 진술하던 조 전 부사장은 "매뉴얼을 자의적으로 판단해 서비스한 건 잘못"이라며 승무원의 '잘못'을 지적할 때 유독 목소리를 높였다.
회항 과정과 관련해서는 "매우 흥분한 상태였고 상황에 집중했기 때문에 이동 중이라는 걸 몰랐다"면서 "비행기를 되돌리라고 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검찰이 조 전 부사장이 평소 직원을 대하는 태도를 문제삼자, 조 전 부사장은 "1등석 승무원으로서 더 잘 하라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적극 해명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사건 은폐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여 상무의 국토부 조사 관련 보고에 대해 조 전 부사장은 "10일 이후에는 메일을 받아도 집중해서 읽지 않아 잘 모른다"고 주장했다.
◇ 박창진 사무장 "조현아 반성도, 조양호 사과도 없어"
반면, 이날 대한항공 유니폼을 차려입고 법정에 증인으로 들어선 박창진 사무장은 "조양호 회장이 언론 인터뷰를 하면서 저에게 사과했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저는 한 번도 사과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조현아 전 부사장이 한 번도 잘못을 인정 않고 있다"면서 "조 전 부사장의 기내 폭언, 인권유리 행위는 심각했다, 봉건시대 노예처럼 일방적 희생만 강요했다"고 발언했다.
증인 심문에서 박 사무장은 "회사는 저를 위해 업무 복귀를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해주고 있다 이야기했는데 이 또한 받은 것 없고, 받았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박 사무장은 "합리적, 이성적이지 않은 경영방식으로 저와 다른 승무원이 당했던 사건과 같은 행위에 대해 좀 더 진실성 있게 반성해야 한다"고 말한 뒤, "저야 언제든 소모품 같은 존재가 될 수 있겠지만 오너 일가는 영원히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며 여러 차례 소리 내어 흐느끼다 휴지를 꺼내 눈물을 닦기도 했다.
조 전 부사장 등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12일 오후 3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