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자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1일 서울 종로에 있는 서울극장에서 영화 '트라이브'(수입 오드)를 본 뒤 전한 영화의 총평이다.
지난달 29일 개봉한 트라이브는 농아학교 기숙사에 들어간 한 소년이 학교를 휘어잡고 있는 조직 안에서 겪는 사랑과 증오를 사실적으로 그린 영화다. 대사·자막·음악 없이 오직 수화로만 이야기가 진행되는 파격적인 설정과 독창적인 연출로 2014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대상을 비롯해 30여 개국 유수영화제를 휩쓴 화제작.
진 교수는 이날 관객과의 대화에서 "영화가 영상 언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 준 영화였다"며 "이런 모티브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최대한을 보여준 성공적인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그는 “무성영화가 정점을 이뤘던 1920년대에는 영상언어로서의 영화를 망각하게 되고, 배우들의 연기 표현성이 사라진다는 이유로 유성영화를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다"며 "하지만 결국 유성영화가 관철돼 여기까지 왔다. 트라이브는 등장인물이 청각장애인이라는 것을 이용해 아주 자연스럽게 무성영화를 빗대면서도 확연히 다르다는 점에서 묘한 역설이 있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이어 "트라이브가 무성영화와 또 다른 점은 자막이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은 끊임없이 해독을 해야 하고, 그래서 지루하지 않다"며 "트라이브를 보는 관객들은 각자 자기 영화를 하나씩 갖고 나갈 것이다. 움베르트 에코가 말한 '열린 예술 작품'을 극대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 교수는 인상적인 장면을 꼽아 달라는 질문에 "시네마스코프(표준 규격보다 가로의 비율이 높은 와이드 스크린 방식) 비율에서 펼쳐진 정사 장면이 인상적이었다"며 "여태까지 봤던 정사 장면 중 가장 아름다웠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다양성영화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보는 것은 영화를 관람하는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 같다"며 "최소한 그렇게 영화를 봐 주는 튼튼한 층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오늘 이 자리에 오신 분들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트라이브 상영관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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