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日 만난 디즈니, '빅히어로'의 득과 실

따뜻한 감성의 영웅물로 인기몰이에는 성공…디즈니색은 찾아보기 힘들어

영화 '빅히어로'의 한 장면. (공식 홈페이지 캡처)
애니메이션 영화 '빅히어로'의 기세가 무섭다.


개봉 1주차에는 박스오피스 2위에 그쳤던 성적이 뒷심을 발휘해 2주차에는 1위에 올랐다. 누적 관객수는 170여 만명. 월트디즈니(이하 디즈니)의 본격적인 '영웅물' 시도가 성공 궤도에 오른 셈이다.

사실 '빅히어로'의 성공은 어느 정도 예견된 바였다. 마블코믹스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대다수 국내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이들 영화의 인기 요인은 빠른 전개 속도와 재미를 빼놓을 수 없지만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영웅 캐릭터의 공감 가능한 인간미 덕이 컸다.

'빅히어로'의 영웅, 힐링로봇 베이맥스 역시 그 법칙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디즈니의 '착한' 느낌까지 더해져 순하디 순한 영웅 캐릭터로 태어났다.

건강관리를 위해 만들어진 베이맥스는 남 돕기를 좋아하는 로봇이다. 목적 그대로, 사람을 해칠 수도 없어 악당을 향한 복수보다는 사람의 생명을 우선으로 한다. 영웅에게는 핸디캡인 이 점이 따뜻한 감성으로 다가와 관객들의 가슴을 울린다. 포근한 덩치와 유머러스한 행동에서 느껴지는 귀여움은 덤이다.

또 다른 주인공 히로 아르마다를 비롯한 4명의 친구들 역시 영웅이라고 하기엔 어설픈 부분이 상당하다. 그러나 괴짜 공학도라는 설정이 그들에게 비범함을 더하고, 친구를 전심으로 돕는 순수한 마음이 강한 매력포인트로 작용한다. 위대한 영웅이 아닌, 친숙하면서도 제각기 개성이 강한 영웅 캐릭터를 구축한 것이다.

영화 '빅히어로'의 배경. (공식홈페이지 캡처)
소년만화같은 마블의 색이 많이 입혀졌기 때문일까. 디즈니 특유의 고전적 느낌을 바란다면 '빅히어로'에는 다소 낯선 지점이 존재한다.

지난해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겨울왕국'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좋은 진화로 꼽힌다. '온고지신'이라는 사자성어처럼 디즈니 특유의 감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다변화된 캐릭터와 입체적인 스토리를 통해 흥행에 성공했다.

꼭 왕국의 공주나 왕자가 등장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디즈니가 전통적으로 지켜온 색채가 많이 사라지고, 트렌드적인 요소들이 이를 대체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빅히어로' 곳곳에서 느껴지는 짙은 일본색은 이질감을 더한다.

한국 개봉 시에는 일본과의 미묘한 역사적 관계를 의식하듯 주인공 이름과 상점 간판 등을 영어식으로 바꿨음에도 완전히 그 색을 지우기는 힘들었다. 영화 속 배경 공간인 '샌프란도쿄'(샌프란시스코와 도쿄의 합성어)의 지명에서 보듯이, 원작도 영화도 철저히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아닌 일본의 로봇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빅히어로'는 새로운 시도와 변화의 지점에 선 디즈니의 현재나 다름없다. 그 속에서 디즈니의 정체성이 어떻게 확립될지는 또 다른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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