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靑'을 끝내야 정책혼선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청와대와 정부가 정책혼선을 해결하기 위해 각각 정책점검회의와 정책조정협의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연말정산 대란과 건보료 개편 백지화 등을 둘러싼 정책 혼선으로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이 위기를 초래한 데 따른 대책이다.

청와대와 내각이 투톱 방식의 운용 시스템을 가동함으로써 정책 추진과 집행의 밀착도를 높이고 파열음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계산이다.

당정회의와 각종 정책협의회가 가동 중인데도 정부에 정책조정협의회를, 청와대에 정책점검회의를 두는 것은 '옥상옥'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 무슨 사안이 발생했다 하면 각종 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식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이명박 정부 때 장관을 지낸 한 인사는 "정책혼선이 났다고 해서 위원회다, 협의회다 하면 잘 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정책협의회가 없어서 혼선이 일어난 게 아니고 대통령과 청와대 수석, 장관들 간의 정책 조정이 잘 안 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정책혼선이 빈번하게 빚어지고 있는 원인이 불통, '나홀로 청와대'로 지목된다.

정치 불통과 인사 불통은 많은 지적을 받았으나 대통령 국정수행의 문제는 정책 불통이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이다.

대통령은 청와대 각 수석비서관들과 각 부처 장관들로부터 정례적으로 업무보고를 받는다. 대통령의 주요 업무가 장차관, 수석들과의 그런 정책협의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그 어떤 장차관들로부터 정책 입안, 시행과 관련한 업무보고를 잘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과 청와대 수석들로부터 정책 추진에 대한 보고를 받으면서 궁금한 점이 있거나 추진에 따른 문제점을 사전에 점검해 수정 작업이 이뤄지는 곳이 대통령과 장관, 수석 간의 업무보고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 때는 장관들이 수시로 청와대에 드나들며 대통령에 직접 보고를 했다.

역대 대통령들이 직접 장관에게 보고 날짜와 시간을 미리 정해준 예도 흔하다.

한 전직 장관은 "무슨 사안이 발생하거나 정책을 추진하려고 하면 입안 단계에서부터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를 하고 실시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그런 직접·대면 보고의 전례들이 거의 생략됐다.

대통령은 서면 보고서만으로 업무를 챙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서면 보고서를 보다가 의문이 들면 청와대 수석들에게 전화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面對面(면대면) 보고와 전화 또는 서면 보고는 완전히 다르다.

대통령이 장차관들로부터 직접.대면 보고를 받지 않고 서면으로만 받으니 정책혼선과 불협화음이 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청와대가 정책 추진에 따른 부작용과 파장이라는 중요한 점을 놓쳐버리기 쉽다.

정책 추진과 관련한 보고를 받을 때 청와대 수석과 해당 비서관을 대동하고 보고를 받으면 문제점과 파장을 쉽게 짚어낼 수 있으나 서면보고와 전화보고는 그렇지 못한 결과를 종종 낳는다.

현장에 답이 있으니 현장을 중시하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대통령이 변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으면 정책의 파열음은 계속 발생할 것이라는 의견이 상당하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63%라는 것은 정치와 인사 불통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 불통에 대한 불만의 뜻도 담겨 있다.

청와대가 나홀로 국정 수행을 하는 바람에 당청, 당정관계도 원할하지 못하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해 7월 14일 전당대회 이후 단 한 번도 박근혜 대통령과 단독 회동을 하지 않은 것이 대표적이다.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우리 때는 이명박 대통령 앞에서 격의없이 토론하는 바람에 만용에 가까운 직언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정책·인사·정치 불통을 우회적으로 빗댄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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