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리가 태극마크를 달고 그라운드에 나서는 마지막 경기. 후배들은 차두리를 위해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차두리 본인도 선발 출전 기회를 얻어 전후반 90분에 연장전 30분까지 120분을 쉴 새 없이 뛰고 또 뛰었다.
하지만 경기는 1-2 패배였다. 차두리를 위해 반드시 승리하겠다던 후배들은 눈물을 쏟았고, 이를 지켜본 차두리도 끝내 눈시울이 붉어졌다.
31일(한국시각)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호주와 2015 호주 아시안컵 결승에서 1-2로 패한 뒤 취재진과 만난 차두리는 "대표팀에 이제는 다시 뛸 일이 없다. 오늘이 마지막 경기였다"면서 "선발로 나가는 것은 이틀 전에 미리 알았다. 우승하고 싶은 간절함 때문에 마지막 경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비록 결과는 패배였지만 차두리는 오히려 기뻐했다. 이렇게 잘하고도 패할 수 있다는 것이 축구의 매력이라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오늘 경기를 통해 우리가 다 같이 뭉쳤을 때 얼마나 승리하기 어려운 팀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태극마크의 자부심을 후배들이 느낀 경기였다. 한국 축구가 우승보다 값진 것을 가져가는 것 같다"고 평가한 차두리는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굉장히 큰 실망을 준 팀이 이번에는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비록 졌지만 충분히 박수받고 감동을 줬던 경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고맙다. 후배들이 마지막까지 이기기 위해서 싸워줬다. 우승은 아니지만, 여기까지 올 수 있는 과정부터 시작해서 오늘 마지막 경기까지 너무나 좋은 선물을 해줬다. 감독님 포함해 모든 스태프에게도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잊지 않았다.
차두리는 앞으로 자신을 대신해 한국 축구를 이끌어 나갈 후배들에게도 분명한 조언을 남겼다.
"오늘 같은 경기가 태극마크를 달고 기본적으로 가져야 하는 정신자세"라고 강조한 차두리는 "이런 경기가 매번 나와야 팬들도 감동하고, 한국 축구를 사랑하고 지더라도 응원하게 된다. 대표팀은 국민과 팬이 마음을 다해 응원하지 않으면 절대 성적이 날 수 없다. 후배들이 이 점을 깨닫고 오늘 같은 경기를 한다면 한국 축구가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마지막 A매치까지 뜨거운 응원을 아끼지 않은 팬들에게도 "저를 많이 사랑해준 분들이 똑같이 후배들을 응원해주고 사랑해 주길 바란다. 후배들 역시 부족해도 항상 열심히 하고 있으니 똑같이 응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