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월드컵은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에게 ‘꿈의 무대’였다. 축구선수로서 나설 수 있는 최고의 무대에 당당히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특히 단짝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와 함께 중앙수비를 책임질 것으로 큰 기대를 얻으면서 축구팬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2014 브라질월드컵은 김영권에게 ‘악몽의 무대’가 됐다. 대표팀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로 16년 만에 처음으로 조별예선에서 무승으로 탈락한 데다 ‘1승 제물’이라고 평가했던 알제리와 조별예선 2차전에서 1-4로 완패한 악몽의 충격이 너무나 컸다.
사실 알제리와 경기에서 김영권이 부진했던 이유는 따로 있다. 사실 김영권은 부상을 안고 경기에 나섰다. 김영권은 알제리와 경기를 앞두고 오른쪽 무릎과 다리에 평소보다 많은 테이핑을 하고 나타났다. 근육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잡아주기 위한 테이핑이 평소보다 많았다는 점은 김영권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준 장면이다.
김영권은 알제리전을 앞두고 몸을 풀기 위한 간단한 훈련에서도 동료들이 모두 하는 동작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걸음걸이도 부자연스러웠던 김영권은 결국 알제리와 경기에서 상대 공격수의 빠른 움직임을 극복하지 못하고 그대로 무너졌다.
브라질월드컵에서 아픈 기억을 뒤로하고 김영권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부임한 축구대표팀에도 당당히 포함됐다. 아시안컵을 앞둔 슈틸리케 감독이 부임 후 다양한 선수를 시험대에 올리며 최상의 조합을 찾았고, 결국 김영권은 다시 실력으로 축구대표팀에 합류했다.
“언제나 경기장 밖에서도 뛸 준비는 하고 있었다”는 김영권은 “대회를 준비하며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차츰 경기력이 돌아오면서 잘 되고 있다. 혼자 훈련을 할 때는 신경 써야 하는 부분도 많았는데 새로운 가족이 생기면서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활짝 웃었다.
사실 김영권은 지난해 12월 13일 깜짝 결혼식을 올렸다. 언론을 통해 자신의 결혼식 소식을 전하는 대부분의 운동선수와 달리 김영권은 조용히 유부남이 됐다. 신혼인 김영권은 아내 이야기가 나오자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아내 이야기에 잠시 들떴던 '새신랑' 김영권은 이내 침착한 모습을 되찾았다. 호주와 아시안컵 결승을 앞둔 만큼 어느 때보다 더 침착해야 했다. “결승 한 경기 남았는데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그는 “당연히 부담은 있다. 하지만 부담을 이기고 경기에 나가서 좋은 결과를 얻겠다”고 55년 묵은 ‘아시아 챔피언’의 한을 풀겠다는 다부진 각오를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