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 회합 모임 명단에 엉뚱한 사람의 이름이 들어갔다는 지적이 일자 이를 뒤늦게 삭제한 것이다.
헌정 사상 초유인 당 해산 결정문에 기본적인 사실관계의 오류가 있었음이 드러난 것이어서 결정의 정당성에 치명타를 입게 됐다.
헌재는 29일 보도자료를 내고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경정사유가 있어 직권으로 일부를 경정결정(更正決定)을 했다고 밝혔다.
헌재는 우선, RO회합 참석자로 잘못 들어간 윤원석씨와 신창현씨의 이름을 삭제했다.
결정문 중 '통진당 주도세력의 형성과정'을 서술하면서 내란 관련 회합 참석자들의 이름을 언급하는 과정에 엉뚱한 사람의 이름이 들어간 것을 뒤늦게 확인하고 이를 뺀 것이다.
헌재는 또한 결정문에 '한청년단체협의회'라고 표기한 것을 '한국청년단체협의회'로 고치는가 하면 강사, 위원 등 직제 이름을 잘못 쓴 것도 함께 정정했다.
헌재는 이같은 경정결정이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않는 한도에서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한다"는 헌법재판소법 40조에 근거한다고 밝혔다.
민사소송법에 판결에 잘못이 있을 경우 법원 직권으로 경정결정을 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삼았다는 것.
하지만 헌재가 이처럼 이미 내려진 결정문을 뒤늦게 고치는 것은 드문 일이다. 특히 사건과 관련없는 엉뚱한 사람의 이름을 삽입하는 오류는 극히 이례적이다.
헌재의 이번 경정결정은 오류를 스스로 인정한 것이어서 결정문 정당성 논란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특히 헌재가 실수한 부분은 당 해산 이유와도 직결돼 있는 RO 회합 부분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대법원은 최근 이석기 전 의원의 최종심에서 RO 모임의 실체 증명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헌재는 지난해 말 '당 주도세력'이라는 표현으로 RO의 실체를 인정하고 당 해산의 주된 이유로 삼았다.
헌재가 대법원의 사실심 판단이 내려지기도 전에 성급히 당 해산을 결정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상황에 결정문 오류까지 확인되자 내부에서도 비판이 일고 있다.
수도권 현직 부장 판사는 "헌재의 결정문 경정은 치욕적인 것이다. 당 해산이라는 중대한 결정에 기본적인 오류가 있었다는 것을 자인한 꼴이다"고 말했다.
결정문에 잘못 표기된 윤원석씨와 신창현씨는 최근 서울중앙지법에 "명예훼손으로 발생하는 손해를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다.
이들은 "학문적으로 연구되고, 역사적으로도 오랜 기간 보관이 될 문서에 실체적 사실과 완전히 다른 내용이 기재됨으로 인해 예측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했고, 앞으로도 상당한 기간 동안 손해는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논란이 커지자 헌재 관계자는 "양측이 제출한 자료만 17만쪽에 달하고 결정문 분량이 많다보니 발생한 단순한 오류"라며 "헌재가 오류를 수정하는 것은 종종 있었던 일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