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장인이 실거주 목적의 전원주택을 짓기 위해 경기도 분당 땅을 샀다는 해명이 상당 부분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 후보자는 28일 해당 토지의 매입 경위에 대해 장인 부부가 외국생활을 접고 귀국하면서 전원주택에 살기를 원해 매입을 알선해준 것일 뿐 투기 목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청의 건축 인허가 기록과 등기부등본 등을 보면 이 후보자의 해명은 크게 세 가지 점에서 석연찮은 의혹을 남긴다.
◇ 2개 필지의 주인 다른데 ‘묶어팔기’ 요구?
이 후보자는 장인이 당초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의 1개 필지(1-37번지)만 사려 했는데 부동산중개업자가 2개 필지를 모두 사라고 해서 지인 강모(66)씨에게 나머지 1개 필지(1-71번지)를 사도록 부탁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들 2개 필지는 2000년 6월 동시에 매매거래가 이뤄진다.
그런데 이들 필지의 직전 소유자는 서로 다른 사람이다.
2개 필지의 소유자가 한 사람일 경우 ‘묶어팔기’를 시도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지만, 각각의 소유자가 각각의 토지를 사실상 한 사람에게 함께 사라고 요구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더 납득하기 힘든 것은 강씨에게 1-71 필지를 매도한 사람이, 그 필지와 붙어있는 1-75 필지는 약 10개월 뒤 따로 팔았다는 점이다. 매입자는 이 후보자의 처남이다.
특히 1-75 필지의 면적은 72㎡로 1-71 필지(589㎡)보다 매우 작고, 무엇보다 소유자가 같기 때문에 묶어팔기가 훨씬 쉬웠을텐데도 어쩐 일인지 그 반대로 거래가 이뤄졌다.
◇ 집 짓는다고 땅 사놓고 건축허가는 남의 명의
전원주택을 짓기 위해 땅을 샀다는 해명도 내용을 뜯어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 후보자의 장인은 2000년 6월 1-37 필지를 취득하지만, 해당 부지에 대한 건축허가는 두 달 뒤인 8월 다른 사람 명의(이○○, 이△△)로 이뤄진다.
후보자의 장인은 토지를 취득한지 약 9개월 후인 2001년 5월에야 ‘행위자 변경’을 통해 건축주가 되지만 이때도 이△△와 공동명의로 신고했다.
이 후보자의 해명에 따르면 장인은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집을 짓지 못하고 결국 2002년 12월에는 건축허가가 취소되지만, 적어도 처음에는 집을 짓는 것에 열의를 보이지 않았던 셈이다.
당시 팔순이 넘은 노인의 입장에서 집 지을 땅을 사놓고도 건축을 서두르지 않았던 이유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 건축허가 취소는 2년 넘게 착공도 안 한 탓
이 후보자는 장인이 뇌졸중으로 쓰러지는 바람에 기간 내에 집을 짓지 못해 건축 허가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허가가 취소된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후보자의 장인이 건축에 적극적이지 않았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
건축허가를 받은 뒤 1년이 지나도록 ‘착공’을 하지 않으면 1년에 한해 연장할 수 있지만 그 이후에는 허가를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후보자의 장인은 1년 후 기한을 연장했고 2002년 4월에는 딸(후보자의 부인)에게 땅을 증여했지만, 착공은 커녕 건축주 변경조차 이뤄지지 않아 자동적으로 허가 취소됐다.
이런 의혹들에 대해 이 후보자 측은 “이 후보자의 부인에게 증여되기 전에 이뤄진 일이기 때문에 후보자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고, 따라서 이에 대해 설명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