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이 깜짝 발탁해 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도전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는 이정협(상주). 그는 현역 군인 신분으로 이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 부임 전까지 이정협은 K리그에서도 주목받지 못한 공격수였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과의 만남은 이정협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이정협은 어느덧 A매치 6경기에서 3골을 넣는 엄청난 골 감각으로 한국 축구를 1960년 대회 이후 55년 만의 우승으로 이끌고 있다. 우승까지 남은 경기는 개최국 호주와 결승뿐이다.
연일 계속되는 이정협의 맹활약에 국군체육부대도 모든 군인의 ‘꿈’이라고 할 수 있는 포상휴가를 적극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이정협에게는 아시안컵에서 55년 만의 우승을 노리는 한국 축구뿐 아니라 자신을 위해 골도 넣고 승리를 이끌어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비록 몸은 호주에 있지만 이정협은 ‘군인’이었다. 28일(한국시각) 대표팀의 공식 훈련을 앞두고 호주 시드니의 코가라 오벌에서 취재진과 만난 이정협은 포상휴가 이야기가 나오자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애써 기쁜 표정을 감춘 이정협은 “개인적인 욕심은 없다. 내가 뛰든 아니든 우승만 한다면 아무 상관이 없다. 팀 우승이 최우선”이라고 다부진 각오를 선보였다. 이어 “대회가 끝나고 팀에 복귀하게 되면 동계훈련을 해야 한다. 동계훈련을 잘해야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면서 “휴가를 받더라도 당장은 보류하겠다. 신병들과 빨리 발 맞춰 훈련을 하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1956년 1회 대회 이후 한국 축구는 통산 99호골을 기록 중이다. 이번 대회에서 우리 대표팀 공격수 중에는 이정협이 손흥민(레버쿠젠)과 2골로 가장 많은 골을 기록 중이다. 이 때문에 이정협이 역사에 길이 남을 100호골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하지만 호주 언론이 한국의 새로운 '킬러'로 주목하는 이정협은 침착했다.
“100호 골이라고 해서 꼭 욕심이 나는 것은 아니다. 누가 넣더라도 우승만 할 수 있다면 아무 상관하지 않겠다“는 이정협은 “내가 운 좋게 골을 넣어 주목을 받고 있지만 그런 것과는 관계 없이 운동장에서 주어진 역할을 모두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호주전의 맹활약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