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의 소속사 팀GMP는 지난 26일 "박태환이 지난해 7월 한 병원에서 맞은 주사제에 금지약물이 포함돼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밝혔다. 상해와 공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해당 병원을 지난 22일 검찰에 고소한 상황이다.
금지약물은 WADA가 최상위로 정한 테스토스테론이다. 최소 2년에서 4년 자격 정지 징계가 주어지는 스테로이드계 약물이다. 육상 스타 저스틴 게이틀린(미국)과 메이저리그 최고 연봉자였던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도 강력한 징계를 받았다.
박태환과 병원 측의 주장을 보면 풀리지 않는 의혹이 생긴다. '네비도'라는 주사제가 금지약물인지 모르고 맞았느냐는 것이다. 과연 고의성이 없는 의료진 과실인지, 또 정말 고의성이 없이 투약이 이뤄졌는지 진실은 무엇일까.
▲"모르고 투약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박태환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병원에 금지약물 포함 여부를 수 차례 확인한 뒤 주사를 맞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래서 검찰 고소까지 한 상황. 서울 중구에 위치한 T병원도 검찰 조사에서 투약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금지약물인지는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어불성설'이라는 의견이다. 스포츠의학 전문의 은승표 박사는 "해당 병원이 모르고 네비도를 투약했다는 것은 정말 불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은 박사는 대한스포츠의학회 이사 겸 평창동계올림픽 의무위원 간사다.
일반 병원이라도 알 만한 약품을 전문 병원에서 모른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은 박사는 "해당 병원은 항노화 전문 클리닉이라고 알고 있다"면서 "테스토스테론 등 호르몬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처방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선수는 물론 관련 단체의 관리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은 박사는 "박태환이라면 일반 선수도 아니고 세계적인 스타인데 스포츠의학 전문이 아닌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수영연맹이나 대한체육회의 시스템도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정신과 의사인 나도 아는 약물인데…"
테스토스테론은 해당 분야와 무관한 의사도 익히 알고 있는 약물이라는 것이다. 이 의사는 "나도 스포츠의학은 잘 모르지만 테스토스테론은 알고 있다"면서 "금지약물 하면 떠오르는 대명사 격인데 박태환이나 그 병원에서 몰랐다는 것을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네비도라는 주사제에 포함된 테스토스테론은 고환에서 생성되는 남성호르몬으로 전립선·정낭 등의 발육을 촉진하는 기능이 있다. 동시에 근육 강화 기능도 있기 때문에 스포츠 선수들에게는 금지약물로 규정돼 있다.
이처럼 잘 알려진 약물이기에 박태환과 병원 측이 정말 고의성 없이 투약을 진행했는지 여부에 대해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팀GMP 측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 보도자료 외에는 더 밝힐 부분이 없다"면서 말을 아끼고 있다.
박태환에 대한 국제수영연맹(FINA)의 청문회는 오는 2월27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다. 이에 앞서 검찰은 이번 사건의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과연 한국 수영 간판 스타의 금지약물 사건의 진실이 무엇일지, 또 어떤 징계가 내려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