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의 배짱 … 제일 작은 커피 달랬더니 "톨이요?"

8년전 같은 문제 지적에 "조치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모르쇠

스타벅스커피를 애용해서 '골드 레벨' 회원이 된 이경하(34)씨는 아메리카노 '쇼트' 사이즈를 자주 먹는다.

주문할 때는 '제일 작은 사이즈'라고 해선 안되고 반드시 '쇼트' 이라고 분명히 말을 해야 한다. 박씨는 "'가장 작은 걸로 주세요'하면 직원이 '톨이요?'하고 다시 물을 때가 많기 때문에 '아니, 쇼트요'라고 확인을 한다"고 말했다.

한국 스타벅스 메뉴판에 '쇼트' 사이즈가 없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운영 중인 국내 매장의 커피 음료 크기는 아메리카노 기준 쇼트(Short·237㎖) 3천600원, 톨(Tall·335㎖) 4천100원, 그란데(Grande·473㎖) 4천600원, 벤티(Venti·591㎖) 5천100원 등 4가지다.

하지만 최저가인 '쇼트' 사이즈는 메뉴판에서 찾을 수가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메뉴판만 보고 주문을 하는 소비자들은 제일 작은 양을 먹겠다며 '톨' 사이즈를 주문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앞서 소개한 사례처럼 '제일 작은 사이즈'를 주문하면 바로 쇼트 사이즈 커피를 주는 대신 "톨이요?"하고 묻는 매장도 상당수다.

스타벅스 측은 톨 사이즈로 유도하는 정책은 없다고 하지만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소비자들이 많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개인블로그 등에는 스타벅스에 쇼트 사이즈가 있다는 것을 알아낸 경험을 자랑스럽게 소개한 글들도 많다.

한 커피전문가는 쇼트 사이즈가 게시되지 않은 스타벅스 메뉴판에 대해 "아메리카노의 경우 쇼트 사이즈나 톨 사이즈나 원가 차이는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500원 차이는 그대로 마진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서울YMCA 시민중계실은 스타벅스의 이같은 영업행태가 단순히 매출을 늘리려는 '꼼수' 차원을 넘은 '법 위반사항'이라고 보고 있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가격표는 손님들이 보기 쉽도록 영업소의 내외부에 붙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스타벅스 측은 "메뉴판 하단에 '뜨거운 음료는 쇼트 사이즈 주문이 가능하다'는 문구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쇼트 사이즈를 가격표에 게시한) 다른 나라 사례를 조사하고 조치할 방침"이라고 했다.

문제는 이같은 문제제기가 2007년에도 있었고 당시에도 스타벅스 측이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달라진 것은 없다. 이 부분에 대해 스타벅스는 "(과거 문제제기 등) 히스토리는 잘 모르고 있다"고 했다.

후쿠오카와 뉴욕 등 숏 사이즈가 표시된 국외 스타벅스 매장의 메뉴판과 비교하겠다는 방침도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YMCA 시민중계실 관계자는 "해외 사례가 어찌됐든 현행 국내법에 저촉되는 영업행위를 했다는 걸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스타벅스는 이달 초 소비자시민모임의 조사결과에서 한국에서 유독 비싼 가격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었다. 해외 11개 주요 도시와 비교했을 때 평균 28% 가량 가격이 높았는데, 이 역시 주기적으로 지적받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스타벅스가 배짱 좋게 관련 정책을 유지할 수 있는 배경은 '그래도 소비자들이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에서 온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얘기다. 스타벅스는 1999년 한국에 상륙한 이래 고가 정책을 펼쳐왔지만 업계 1위 자리는 논란들이 우습다는 듯 굳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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