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전자랜드 테렌스 레더는 1쿼터 막판 판정에 항의하다 잇따라 테크니컬 파울을 받고 퇴장 당했다. 유도훈 감독 역시 테크니컬 파울 누적으로 4쿼터 코트를 떠나야 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테크니컬 파울이 무려 6개(전자랜드 5개)나 쏟아져 경기 진행이 매끄럽지 못했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발단은 1쿼터 레더의 첫 테크니컬 파울. 종료 1분 전 레더는 상대 문태영과 경합하던 중 아웃된 볼에 봉하민 심판이 모비스 공을 선언하자 불만을 드러냈다. 봉 심판에게 다가서며 항의하려던 레더는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다. 이에 격분한 레더가 공을 발로 차면서 두 번째 테크니컬 파울로 퇴장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두 번째 파울은 공을 발로 찬 만큼 명백했다. 그러나 첫 번째 파울이 다소 과했다는 의견이다. 유도훈 감독도 "두 번째는 인정하지만 첫 번째는 이해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리다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다. 이에 한국농구연맹(KBL)은 27일 오후 2시 30분 전자랜드를 대상으로 심판설명회를 연다.
하지만 정작 논란이 된 레더의 테크니컬 파울은 이날 논의에 빠진다. 왜 이런 결정이 내려진 것일까.
▲"규정 맞는 판정…운영의 묘 아쉽기도"
테크니컬 파울 자체는 규정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유 위원장은 "레더가 공을 발로 찬 것은 분명한 사유가 된다"면서 "경기 운영상 어쩔 수 없이 불렀어야 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레더의 첫 파울 콜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유 위원장은 "봉하민 심판은 터치아웃을 선언했는데 레더가 아마도 자신의 파울이라고 여기고 흥분을 해서 위협적으로 다가오니까 테크니컬 파울을 선언한 것 같다"면서 "경고성으로 주의를 준 뒤 콜을 했어도 되지 않을까, 조금 빨랐던 부분이 있다"고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경기 진행이 매끄럽지 못하게 된 부분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유 위원장은 "규정에 의한 판정이긴 했으나 전자랜드의 홈에 주말 경기인데 그런 점에서 운영의 묘가 조금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판정에 대한 어려움도 호소했다. 유 위원장은 판정 논란에 대해 "정말 죽겠다"고 혀를 내두르면서 "정말 최선을 다해서 심판들이 경기를 진행하지만 인간이 하는 일이다 보니 논란이 생긴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런 일들이 재발하지 않게 심판들과 얘기를 나누겠다"고 강조했다.
▲달라진 판정 혼란, 설명 없이 어떻게 해결하나
전자랜드 관계자는 "레더의 파울에 대한 부분은 이미 심판진, 위원장 등으로부터 운영상의 묘가 부족했다는 말을 들었고, 또 지난 일이라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라면서 "다만 우리가 그런 파울을 당했다면 상대에 대해서도 해야 하지 않았나 싶어 설명회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 해도 KBL은 논란의 진원지를 파악하고 해결할 의지를 보여야 하는 게 맞다. 그러나 뜨거운 감자를 놓고 엉뚱한 사안에 대해서만 논의를 하는 모양새다.
올 시즌 KBL은 판정과 관련한 항의를 감독이 아닌 주장만 할 수 있게 규정을 바꿨다. 국제농구연맹(FIBA) 룰을 따랐다고는 하지만 첫 시즌 미숙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여기에 U1, U2 파울과 핸드 체킹 등에 대한 기준이 오락가락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충분한 심판의 설명이 곁들여져도 불만이 가라앉지 않을 판에 권위주의적인 판정만 코트에 난무하고 있다. 지난해 11월30일 이상민 서울 삼성 감독은 벌금을 감수하면서까지 판정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당시 KBL 관계자는 "판정 문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별로 나아진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현장이 그렇다면 지휘부에서 조정을 해줘야 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희망을 갖기 어렵다. 과연 KBL이 심판설명회에서 어떤 설명을 할지, 유도훈 감독이 또 어떤 표정을 지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