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 'MB 증인채택' 새누리당은 왜 결사 반대하나?

"자원외교 비리 드러날 경우 박근혜 정부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기 때문"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 (자료사진)
국회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26일부터 예비조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국조특위는 기관보고 증인 채택을 두고 여야 간 입장 차이를 보이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국정조사의 핵심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증인채택 문제는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자원외교 국조특위의 'MB 증인채택' 새누리당은 왜 결사반대하나?>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 국조특위가 가동은 되고 있는 거냐?

= 사실 가동이 되고 있다고 하기에는 어려울 정도로 미미한 단계다. 국회가 지난해 12월 29일 자원외교 비리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의결하고 100일간의 국정조사에 들어갔다.

그렇지만 국회 해외자원개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보름이 지난 12일에서야 전체회의를 열어 국정조사 계획서를 채택했다. 이미 보름을 허송한 것이다. 여기에 기관보고 증인채택문제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으면서 또 2주를 허송한 뒤 어제(26일)부터 예비조사에 들어갔다. 100일의 국정조사기간 중 이미 한 달 가까이를 허비한 셈이다.

국조특위 일정상 어제(26일)부터 예비조사가 시작됐고 오늘(27일)은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홍영표 의원과 최민희 의원, 정의당의 김제남 의원이 오늘 울산으로 본사를 이전한 석유공사를 방문해 업무보고를 받고 예비조사를 할 예정으로 있다.

반면에 새누리당은 국조특위 간사인 권성동 의원이 해외출장중이어서 자원외교 국조특위는 한마디로 '개점휴업'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다.

▶ 2월 9일부터 기관 업무보고인데 아직 증인채택도 합의하지 못했다는데?

지난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부 및 공공기관 등의 해외자원개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영민 위원장(가운데)과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권선동 의원(좌측), 새정치민주연합 홍영표 의원이 함께 손을 잡고 포즈를 취했다. (사진=윤창원 기자)
= 사정이 그렇다.

국조특위 여당 간사인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과 야당 간사인 홍영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22일 국회에서 기관보고 증인 채택문제 해결을 위해 협상을 시도했으나 합의하지 못했다.

야당에서는 기관보고 때부터 문제가 된 당시의 공사 사장과 임원들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여당은 전직 기관장을 부르는 것은 선례가 없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증인채택 범위를 현직 자원관련 공기업 임원들로 한정할 것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국정조사를 방해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문을 갖게 하는 것이다.

권성동 의원은 "전직 기관장을 부르는 것은 선례가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지만 '자원외교 국조특위' 자체가 선례가 없는 일인데 선례를 핑계로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일조차 막으려 하는 것은 아닌지 의혹을 사고 있다.

권 의원은 또 "이명박 정부의 해외자원 개발은 참여정부의 정책을 계승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MB정부가 자원외교를 치적이라며 홍보할 당시에는 '참여정부의 자원외교를 계승'했다는 말은 듣도 보도 못한 주장이다. 이런걸 핑계로 차일피일 시간만 보내는 건 아닌지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야당 간사인 홍영표 의원은 "문제가 된 해외투자의 사실 확인을 위해서는 전직 공기업 사장들과 당시의 본부장 등 임직원을 증인으로 채택하는데 이를 못하게 하는 건 국정조사를 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며 반발하고 있다.

▶ '자원외교 5인방'의 증인채택 문제는 거론은 되고 있는 건가?

= '자원외교 5인방'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최경환 경제부총리(당시 지경부 장관), 윤상직 산자부 장관(당시 지식경제 비서관) 등 5명을 말하는 것이다. 이들 '자원외교 5인방'의 증인채택 문제는 아직 거론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기관보고를 앞두고 전직 공사 사장들의 출석문제도 합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벌써 국정조사 증인 문제를 얘기하는 것은 국정조사제도의 절차에 대해 무지하거나 절차를 진행하지 않으려고 미리 억지를 부려서 파토내기 위한 방법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아니다" 라고 말했다.

김재원 수석은 "기관보고는 해당 기관이 업무를 보고하는 것인데 사실관계를 보고받고 문서도 요구하고 문제점을 파악한 뒤 문제가 있으면 청문회 증인으로 부르면 될 일"이라면서 "기관관련 보고는 기초사실관계 파악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일단 야당도 신중한 입장이다. 지금은 해외자원개발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지 정쟁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국조특위 야당 간사인 홍영표 의원은 "엄청난 국부유출에 대한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인데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 등이 자료도 제대로 주지 않고 있고, 당시 상황파악에 꼭 필요한 전직사장이나 실무 책임자들의 증인채택도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자원외교 5인방 문제는 정쟁으로 흐를까봐서 기관보고 이후 논의하자며 미뤄놓고 있다"고 말했다.

▶ 국민들의 관심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증인으로 채택될 것인가 여부인데?

(자료사진)
= 그렇다. 자원외교 국정조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증인으로 채택될 것인가 여부인데 지난해 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5%가 증인채택에 찬성한다는 응답을 했을 정도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뷰>와 인터넷방송 <팩트TV> 공동으로 지난달 17일 전국 만19세 이상 휴대전화가입자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5.6%가 이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답변한 반면 증인 채택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24.1%, 무응답 10.5%였다. (이 조사는 컴퓨터자동응답시스템을 이용 임의전화걸기(RDD)로 진행됐고 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 ±3.1%p다.)

일반 여론조사에서는 압도적으로 증인채택을 해야 한다고 나오지만 국조특위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이'자도 꺼내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한다.

새누리당의 한 국조특위 위원은 "구체적인 증거 없이 의혹만으로 전직 대통령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건 불가능할 것"이라면서 "야당이 MB 증인채택을 고집할 경우 정치공방으로 인해 국조특위 자체가 파행으로 흐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야당의 요구대로 재임시절 추진했던 정책 방향을 문제 삼아 전직 대통령을 국정조사 증인으로 부른다면 향후 어떻게 정책을 추진해나갈 수 있겠느냐?"면서 "자원외교처럼 외국과 관계된 경우 우리의 국격과 국익을 해치는 나라 망신이 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증인채택문제는 국조특위 여야 간사 간 협의해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여.야 간사 간 협의를 통해서 결정할 것이라는 말은 합의가 되지 않으면 증인채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이미 국정조사 일정을 합의하면서도 국정조사계획서 채택을 기준으로 하지 않으면서 보름을 허비했다.

▶ 새누리당은 왜 이렇게 이명박 전 대통령의 증인채택에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거냐?

= 네 가지 이상의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는 일단 표면적인 이유지만 전직 대통령이 정책으로 결정한 사안에 대해 청문회 증인으로 나서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고위공직을 지낸 관계자 A씨는 "자원외교정책 자체를 문제 삼아서는 안 될 것"이라면서 "우리나라는 자원외교를 할 수밖에 없고 대통령은 큰 틀에서 정책을 결정하는데 그걸 문제 삼는 건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일방적인 정치적인 공격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다.

새누리당의 한 특위위원은 "야당이 국부유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검은돈이 MB진영에 흘러간 것에 집중하는 것 같다"면서 "그것도 구체적인 증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의혹만으로 정치적인 공세를 취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이런 정치적인 공세에는 응할 수 없다"면서 "구체적인 물증이나 진술이 나오지 않는다면 증인채택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는 복잡한 새누리당의 당내 역학관계 때문으로 보인다.


자원외교 국정조사를 계기로 친박계와 친이계가 정면충돌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 전 대통령의 증인채택을 결사반대 하는 것으로 보인다. 비박계의 지지를 근거로 버티고 있는 김무성 대표체제가 친이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전 정권의 비리를 본격적으로 파헤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새누리당이 자원외교 국조특위의 여당 위원을 선정한 것을 보면 그 속내의 일단이 드러난다. 새누리당은 여당 간사를 친이계의 핵심인 권성동 의원에게 맡겼다. 권성동 의원은 이명박 정권에서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냈다. 또 이명박 대선 캠프의 안국포럼 출신인 조해진 의원이 특위 위원으로 차출했다. 권성동 조해진 의원은 지난해 연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송년모임에도 참석할 정도로 친이계 핵심으로 분류된다.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이미 여당간사로서의 임무를 충실히 했다. 국조특위의 조사범위를 "특정 정부에 국한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이끌어내 김대중 정부까지 국정조사 대상으로 가능하도록 했다. 또 국정조사 기간도 국회가 국정조사 요구서를 의결한 지난해 12월 29일 부터로 계산하도록 해 100일 중 이미 한 달을 허비(?)하도록 했다.

새누리당의 한 특위위원은 "국부유출이나 부실업체 인수 등 문제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여당도 비판할 건 할 것"이라면서도 "국정조사가 특정 정부에 대한 정치공세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네 번째는 자원외교의 부실과 비리가 드러날 경우 박근혜 정부도 직접적인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자원외교 5인방'에 박근혜 정부의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윤상직 산자부 장관이 포함돼 있다. 이들의 구체적인 잘못이 드러날 경우 추가로 개각을 하거나 해야 한다.

그래서인지 이미 자료제출을 두고서도 산자부가 통계를 조작하거나 여당과 야당에 제출한 자료가 다른 것으로 드러나는 등 국정조사에 비협조적이다. 그래서 야당에서는 최 부총리와 윤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 이명박 전 대통령의 증인 채택은 불가능 한 건가?

이명박 전 대통령 (자료사진)
= 아직 가능하다 불가능하다를 단정 짓기는 이른 것 같다. 우선 2월 9일부터 시작되는 기관보고를 지켜봐야 한다. 기관보고 과정에서 결정적인 문제점이 드러난다면 새누리당에서도 마냥 반대만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또 핵심 증인들이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5인방과 관련된 구체적인 진술을 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지금으로서는 감사원에 의해 배임으로 검찰에 고발된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이 핵심으로 거론되고 있다. 모든 책임을 떠안을 것인가? 아니면 당시 캐나다 하베스트사의 인수를 결정하는 과정에 누군가의 구체적인 지시나 압력이 있었는지 여부를 밝힐 것인가?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그렇더라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직접 구체적인 지시를 하지 않았다면 증인으로 채택되기까지는 상당한 난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런 상황에서 회고록을 출간한다는데?

= 그렇다. 다음달 2일 정식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어제(26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보도 자료를 통해 회고록이 다음달 2일 출간된다는 걸 공식적으로 밝혔다.

보도 자료에는 "기억이 용탈(溶脫)돼 희미해지기 전에 대통령과 참모들이 생각하고 일한 기록을 가급적 생생하게 남기고 싶었다" 라고 밝히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 회고록의 제목은 '대통령의 시간'으로, 이 전 대통령의 재임 5년간 국정 경험이 담겼다고 한다. 전체 800쪽 분량의 책인데 자원외교 관련 부분은 3쪽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회고록에는 자원외교를 추진하게 된 배경 등을 담담히 밝혔고, 논란이 될 만한 대목은 없다고 측근들이 전하고 있다.

그렇지만 대통령기록관에는 중요한 문서들이 이관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만 하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국회가 해외자원개발 문제점에 대해 국정조사에 착수한 미묘한 시점에 회고록을 출간하는 걸 두고 개운치 않는 뒷말이 무성하다.

정치권에서는 국정조사를 앞두고 해명성 회고록을 내는 건 국정조사에 대한 물 타기인 동시에 박근혜 정부에 대한 일종의 시위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친이계의 결집도 노렸다는 분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말대로 "구름 같은 이야기"로 끝날지 아니면 전직 대통령이 국회 청문회장에 다시 서는 일이 일어날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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