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는 ‘이정협’이 없었다

파격 세대교체에도 최전방은 여전히 유니스 마흐무드

한국 축구는 2015 호주 아시안컵을 통해 이정협(가운데)이라는 차세대 공격수를 발굴했다.(자료사진=대한축구협회)
파격적인 세대교체에도 최전방 공격수는 소속팀조차 없는 베테랑을 쓸 수밖에 없는 현실. '메소포타미아의 사자' 이라크가 준결승에서 멈춰야 했던 결정적인 이유다.

라디 셰나이실 감독이 이끄는 이라크 축구대표팀은 26일(한국시각)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호주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한국에 0-2로 패했다.

이라크는 이 경기에서 1골 1도움한 한국의 신예 공격수 이정협(상주)을 막지 못한 채 그대로 무너졌다. 이번 대회 출전조차 상당히 파격적이었던 이정협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이라크. 그들이 결국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고개를 떨궈야 했던 이유가 바로 이정협의 등장이다.

국내 정세로 인해 한동안 국제무대에서 사라졌던 이라크는 최근 들어 과거 ‘중동 축구의 강호’라는 별명을 되찾기 위해 파격적인 세대교체를 진행 중이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23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30대는 베테랑 공격수 유니스 마흐무드(무소속)가 유일하다. 나머지 22명은 전원 20대로 평균 나이는 22.8세다. 최연소 선수는 1996년생 미드필더 후맘 타리크(알 다프라)다.

하지만 고민은 분명하다. 마땅한 공격수가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 때문이다. 이번 아시안컵에서도 이라크의 최전방 공격수는 여전히 마흐무드였다. 마흐무드는 2002년 3월 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이래 14년째 이라크의 최전방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다. A매치 135경기에서 53골을 넣으며 현역 이라크 선수 가운데 A매치 최다골을 기록 중이다. 이라크의 A매치 역대 득점 기록에서도 마흐무드는 2위에 올라있다.

◇유일한 30대 마흐무드, 빼고 싶어도 뺄 수 없다


아시안컵에 출전한 유일한 30대 이라크 선수인 마흐무드는 요르단과 조별예선 1차전을 시작으로 일본, 팔레스타인과 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했다. 3경기에서 모두 후반에 교체된 마흐무드의 평균 출전 시간은 69분이며 최약체 팔레스타인과 경기에서 1골을 넣는 데 그쳤다.

마흐무드는 이란과 8강에서는 전후반 90분과 연장 30분까지 모두 활약했다. 연장 전반에는 2경기 연속 골을 터뜨리며 이라크의 짜릿한 승부차기 승리에 힘을 보탰다. 베테랑의 분명한 존재 이유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2007년 이라크를 아시안컵 우승으로 이끌며 대회 최우수선수와 공동 득점왕을 차지했던 마흐무드는 8년의 세월이 흐른 2015년에는 예전의 명성에 걸맞지 않은 모습에 그쳤다. 결국 한국과 준결승에서는 인상적인 활약을 하지 못한 채 아시안컵을 마무리했다.

셰나이실 감독은 마흐무드를 쉽게 뺄 수 없었다. 앞서 경기에서 마흐무드를 대신해 젊은 공격수 저스틴 메람(콜롬버스 크루)과 마르완 후세인(알 쇼타)을 교체 투입하며 가능성을 시험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 합격점을 얻지 못했다. 두 선수 모두 교체 출전해 침묵했다. 셰나이실 감독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은 이동국(전북)과 김신욱(울산)이 부상으로, 박주영(알 샤밥)이 경기력 저하로 아시안컵에 출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직접 발탁한 신예 공격수 이정협이 맹활약하며 27년 만에 아시안컵 결승에 진출하며 1960년 이후 첫 우승에 도전할 기회를 잡았다.

과거를 풍미했던 간판 공격수를 대신할 후계자를 찾은 한국과 그렇지 못한 이라크의 차이는 결국 준결승에서의 결과로 증명됐다. 어린 선수들로도 일본과 이란, 한국을 차례로 상대하며 무섭게 성장한 이라크가 마흐무드를 대신할 차세대 공격수를 찾을 경우 ‘중동 축구의 강호’ 자리를 되찾는 것은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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