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박 대통령은 대대적인 인적쇄신과 대기업·부자 증세 등 지지율 반등을 위한 대책을 뒤로한채 '정면돌파' 카드를 택했다.
◇ 朴대통령 '증세 없다' 기조 유지
박 대통령은 26일 오전 열린 대통령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늘어나는 복지수요와 줄어드는 세수를 언급하며 지방교부세와 교육재정 교부금 제도를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런 때일수록 지속적인 재정 개혁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원활한 소통이 필요하다"며 지방정부의 고통분담을 강조했다
지방교부세와 교육재정 교부금 등 정부 재정에 큰 부담이 되는 재정제도를 개선해 세수를 확대하고 이를 통해 늘어나는 복지수요에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는 연말정산 대란으로 "대기업과 부자 증세를 통해 늘어나는 복지수요에 대응해야한다"는 야당 등 일각의 주장에 대해 '수용불가'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다시 말해 일부 집단이나 계층에 대한 증세가 아닌 불합리한 재정제도 개선 등을 통해 복지수요를 충당해 가겠다는 것으로 '증세 없는 복지'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 인적쇄신 소폭 그쳐 효과 미비
정윤회 문건 파동 이후 단행한 정부와 청와대에 대한 제한적인 인적쇄신 역시 박 대통령이 현재의 위기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대목이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깜짝 총리 지명으로 관심을 집중시키기는 했지만 박 대통령은 정작 인적쇄신 요구의 핵심인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재만 총무비서관 등 소위 문고리 3인방에 대한 경질 요구는 수용하지 않았다.
김 실장의 사퇴와 관련해서는 "시간 문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청와대 일각에서는 "사퇴 기류가 읽히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예상보다 오랫동안 김 실장 체계가 유지될 가능성도 있다.
또, 보직변경과 일부 권한조정이 있기는 했지만 문고리 3인방은 여전히 청와대에 남아 박 대통령을 보좌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와함께 향후 있을 해양수산부 장관 인사 등 개각과 관련해서도 국면전환을 위한 큰 폭의 개각이 거론되기도 하지만 공석인 해수부 장관만 새로 임명하는 선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집권 3년차를 맞아 필요에 의한 일부 인적쇄신일 뿐 정윤회 문건 파동으로 야당 등이 주장한 대규모 인적쇄신과는 거리가 멀다.
박 대통령이 연말정산 대란으로 촉발된 세수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교부세와 교육재정 교부금 개혁 카드를 꺼내든 것은 또 다른 논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서울과 경기도 등 지방재정이 풍부한 수도권을 제외한 타 지자체와 교육청의 경우 지방교부세와 교육재정 교부금 의존도가 높아 반발이 예상된다.
특히, 연말정산 대란과 마찬가지로 대기업과 부자 보다는 또 다시 없는 살림에서 세금을 충당하려 한다는 비판 역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정윤회 문건 파동과 관련한 인적쇄신 역시 기대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서 결국 측근 감싸기를 한다는 비판론이 높은 상황이다.
이같은 비판은 결국 가뜩이나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는 지지율 하락을 견인할 가능성이 높지만 박 대통령은 지지율 반등을 위한 처방을 내놓기 보다는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위기돌파용으로 깜짝카드를 꺼낸 걸 본적 있나"라고 반문한 뒤 "증세없는 복지 등 취임 때부터 지켜온 국정기조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 역시 "오늘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는 박 대통령의 표정이 아주 평온해 보이더라"면서 "여러 논란에 휘둘리지 않고 가던 길을 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 정면돌파가 또 다시 불통으로 비춰지며 국민 여론을 더욱 악화시키고 이를 감지한 여권의 반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려 역시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의원은 "국민 여론이 계속 악화되는데 나홀로 옳은 방향이라고 계속 갈 수는 없다"면서 "박 대통령의 스타일이 원래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반대편의 요구도 수용하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