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관습, 통제, 지침으로 경직된 학교 바꿔 나갈 것"

올해는 우리나라 교육의 전환점…마을교육공동체 사업 추진

"핀란드는 아이들은 즐겁게 공부를 하고 우리나라 아이들은 울면서 공부하고 있다는 말도 있는데 꿈의학교 등 올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학생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이는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올해 역점사업인 마을교육공동체에 대해 설명하면서 밝힌 추진 배경이다.

이 교육감은 CBS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4.16 세월호 참사는 우리나라 교육의 전환점이 돼야 한다"며 "학생들을 능동적이고 역동적으로 만들어 줄 마을교육공동체가 오는 3월쯤 윤곽을 드러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육감은 또 세월호 참사로 비극을 겪은 안산 단원고 치유와 회복을 경기교육정책에 반영하는 것은 물론 단원고를 우리나라 교육의 새로운 모델로 제시하겠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특히 학생들과의 소통강화를 위해 이 교육감이 직접 교실에서 아이들과 호흡하고 학생중심의 정책을 개발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이와 함께 열악한 교육재정 해소를 위해 경기교육가족들의 고통분담도 요구했다.

◇ 다음은 이재정 경기도교육감과 CBS 권혁주 경인센터장과의 일문일답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이 교육감은 교육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데

-지난해는 정말 참 어려웠다. 4·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경기도교육감으로 취임하면서 이 사건이 교육 변화에 대한 요구와 계기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다.

세월호 참사로 단원고 학생 250명이 생명을 잃고 교사가 12명이 유명을 달리했다. 이 같은 비극은 우리 교육계에서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세월호 참사는 침몰 이후 단 한 명도 구해내지 못한 비극이었고 이런 상황에서 정말 우리 교육이 잘 되고 있는 것인가, 교육이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생겼다.

교육을 위해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우리 학생들이 '가만히 있으라'는 선장의 지시를 따르다 엄청난 비극을 겪은 상황 속에서 우리 교육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겼다.

그래서 4.16 이후 능동적이고 역동적인 교육이 우리나라 교육의 나아갈 길이라고 생각했다.

▶교육감의 시선으로 바라 본 경기교육은?

-경기교육의 현장을 직접 체험해보니 오랜 관행과 관습, 교육부가 주도하는 통제, 지침, 제도 등으로 인해 너무 경직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러다보니 학생은 보이지 않았다. 학교 정책은 학생 중심으로 설계돼야하지만 학생보다는 교육부가 학생보다는 학부모들의 염원과 열정이 정책에 반영되고 있었다.

학교 현장도 마찬가지였다. 학교 안을 들여다보면 교사와 학생이 중요시 돼야 하지만 교장이 훨씬 더 권위적으로 끌고 가는 그런 현장을 보면서 학생을 중심으로 한 교육 현장의 변화가 시작돼야한다고 생각했다.

▶학생중심 교육정책이라면 9시 등교가 대표적인 데 이제 자리가 좀 잡혔나?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 경기도내 거의 모든 학교가 9시 등교를 하고 있다. 더 좋은 것은 학생들이 만족하고 행복해 한다는 점이다.

우선 9시에 등교해서 1교시 수업을 보통 9시 15분쯤 시작하는데 아침에 조는 아이들이 없어지고 집중력이 늘어났다. 또 컵라면 같은 것을 먹는 아이들이 줄어드는 등 아이들의 삶이 달라지고 있다.

특히 일부 학생들은 아침 일찍 부모님과 운동을 하는 것은 물론 동아리를 만들어서 자율적으로 하고 싶은 걸 하는 학생들도 있다. 매우 성공적이다.

▶혁신공감학교도 추진했는데…

-경기도의 혁신학교는 우리나라 교육의 희망이다. 이것은 정말 잘 만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올해에 운영될 경기도내 혁신학교는 356개 교에 불과하다.

이 같은 속도로 가다보면 경기도내 2,400여개 교를 혁신학교로 만드는데 최소 10년은 걸려야 한다. 그래서 이렇게 하면 안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많은 학생들에게 혁신교육의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생각 속에서 혁신학교로 가기위한 혁신공감학교를 만들기로 했다.

혁신공감학교는 일반학교에서 교사 중 70%가 찬성하면 혁신공감학교로 지정을 하고 혁신교육을 시도할 수 있는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혁신공감학교들은 학생들과 혁신교육을 위한 연구와 실험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지난해 경기도내에서는 1,430개 교가 혁신공감학교로 지정을 신청해 선정됐다. 학교 현장에서 혁신교육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큰 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학교 현장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혁신교육의 핵심은?

-혁신교육의 핵심은 정말 교육의 혁신과 변화다. 그럼 이게 뭐냐. 기존의 수업방식은 일방적으로 수업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혁신교육은 학생들과 함께 소통하는 토론식 수업과 함께 현장을 중심으로 한 체험형 수업, 교과과정에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자기주도형 수업 등이 핵심이다.

결국 학생들이 수업을 통해 자기변화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에 교육의 초점이 맞춰져 있고, 교사들도 열정을 가지고 변화를 이끌어 내는 교육이다.

핀란드나 우리나라 학생들이나 세계적인 평가에서 수학이나 과학은 1·2등을 다투고 있다. 그런데 학교에 대한 만족도는 핀란드 학생들은 최상위권 우리나라 학생들은 40등 이하다.

이러다보니 교육계에서는 핀란드 학생들은 웃으면서 공부해서 성적이 좋고 우리나라 학생들은 울면서 공부해서 성적이 좋다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혁신학교는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 학생들도 즐겁고 만족스러운 생활 속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통해 수립된 정책이다.

▶올해 추진되는 학생중심의 정책은?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이다. 올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청사진을 제시했다. 현재 TF팀이 구성이 돼서 이제 활동을 시작했다.

마을교육공동체 기획단이라고 하는 구체적인 행정조직 설립이 담긴 조직개편안이 경기도의회에서 통과되면 공식적으로 3월 1일 출범이 가능해진다.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의 대표적인 개별 사업으로는 꿈의학교가 있다. 꿈의학교는 학생들이 정말 하고 싶고 잘할 수 있고 꿈꾸는 교육을 다루는 학교다.

지금까지 정규교과목에서 소화하지 못한 여러 내용들을 담아서 학생들과 전문가들이 참여해 만들어가는 것이 꿈의학교의 요체다.

TF팀이 다양한 꿈의학교들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부천에서 준비하고 있는 영상학교는 영화와 드라마를 제작하는 실제 현장도 보고 학생들이 스스로 능력을 배울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또 소설학교는 소설가의 작품들을 가지고 분석도 하고 작가의 생애도 알아보며 작품의 배경이 됐던 자연, 지역 등을 체험하며 창작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이밖에 작곡학교, 마술학교, 비보잉학교 등도 3월말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꿈의학교와 함께 추진되는 또 다른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은?

-경기도내 각 학교에 매점을 직접운영하는 협동조합을 설립할 예정이다. 협동조합에는 학생은 물론 학부모, 교사, 퇴직교원 등을 참여시킬 예정이다.

특히 협동 조합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지역 교육청 단위로 운영조직을 두고 공동구매와 유통을 담당하는 조직도 설립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지역사회의 교육재능을 기부받을 수 있는 교육자원봉사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교육감 취임 이후 교육현장 곳곳을 다녀보니 예술, 음악, 미술, 체육 등 여러 가지 역량이 있는 분들이 많았으나 지역사회가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역사회가 교육에 참여할 경우 여러 가지 순기능이 발생하는 만큼 교육자원봉사센터를 조직해 운영할 방침이다.

▶안산 단원고 지원을 위한 경기도교육청 차원의 대책은?

-단원고의 학교 기능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올해 혁신학교로 지정했다. 경기도교육청은 혁신교육을 통해 단원고가 우리나라 교육의 롤모델이 될 수 있도록 육성할 계획이다.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시설확충도 중요하다. 현재 체육관도 건립하기로 했다. 하지만 교육방법과 교육내용을 바꾸고 새로운 교육정책을 펼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3월부터는 직접 수업에 참여도 하겠다고 했는데

-학교현장을 다니면서 학생들과 하이파이브도 해보고 토론도 해보고 교사들도 만나고 학부모들하고 이야기를 나눠봤다. 이 과정 속에서 학생들의 호흡을 느끼려면 교실에 들어가서 직접 학생들과 수업시간에 만나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수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아직 뭘 가르칠지는 정하지 않았는데 (제가) 독일문학을 전공했으니 이에 대한 강의도 가능하다.

또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경험과 사회생활 속의 체험 등을 학생들에게 들려 주는 것도 의미 있을 것같다.

얼마전 한 학생이 '공부는 왜 해야되요'라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다. 단순해보이는 질문이지만 굉장히 의미있는 질문이었다. 이 같은 질문과 대답을 강의를 통해 나누어 보고 싶다.

▶경기교육재정이 어려운데

-교육청은 기본적으로 정부로부터 교부금을 받아 운영을 하는데 경기도내 학생의 1인당 연간 교부금은 552만 원에 불과하다.

이는 전국 평균보다 학생 1인당 182만 원 적은 것으로 타시도에 비해 재정 상황이 열악할수 밖에 없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교원 1인당 학생수도 타시도는 17명인데 비해 경기도는 20.6명이다. 이러다보니 1만5천여 명에 달하는 기간제 교사를 쓸 수밖에 없고 교육재정은 더욱 열악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또 학교와 학생수가 타시도에 비해 월등히 많다보니 학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도 3만5천여 명에 달하는데 상당수가 교육부의 재정지원을 받지 못해 인건비 부담이 매우 크다.

이와 함께 1조 원에 달하는 누리과정사업비 부담도 문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인원감축 등 구조조정을 펼치고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재정 교부율을 늘리는 등 국가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

▶교장·교감, 수석교사들의 수업 참여도 권유하고 있는데…

-교장·교감선생님들도 교실에서 학생들의 호흡을 느끼다보면 학생들이 원하는 것이 뭔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 등을 알 수 있다.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겪고 있는 여러 가지 갈등, 고민 등을 찾아서 해소해주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고양 킨텍스에서 초·중·고 학생대표 1000명과 함께 원탁토론회를 했다. 당시 학생들은 우리의 진로를 어떻게 해야하는 지에 대한 물음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학생들의 고민은 당장의 진학과 취업 등인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느냐에 대한 물음과 의문이 더 컸었다.

학교 현장에서 이런 큰 물음들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는 스승으로 교장·교감들이 적임자다. 그래서 교장·교감들의 수업 참여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라나는 미래세들에게 통일교육도 중요한데. 통일부 장관 출신으로서의 한마디


-경기도는 파주, 가평, 연천, 포천 할 것 없이 접경지역이 많다. 접경지역에 학교들도 많다. 따라서 평화, 통일 등에 관한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평화통일이 학생들에게 하나의 꿈이 되고 현실이 돼야한다. 정부도 유라시아 이니셔티브(initiative)로 남북철도 구상을 밝히고 있다. 대북정책은 정부의 방향이 매우 중요하다. 통일교육도 만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이 남북화해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만큼 교육도 민족이 화해하고 공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재정립돼야 할 것으로 본다.


[인터뷰 후기] 아이들과 하이파이브 즐기는 이재정 교육감
[CBS노컷뉴스 권혁주 기자]

이재정 경기도육감은 달변에 다정다감한 스타일이다. 집무실 한켠에 커피머신기를 비치해 놓고 내방객들에게 직접 커피를 대접한다. 자기 방의 철칙이란다.

외모나 말투도 자상하고 푸근하다. 어린 학생들하고 하이파이브도 자주 한다고 한다. 3월부터 교단에서 직접 강의를 한다고 하는데 아마도 대박 인기몰이를 하지 않을까 예상된다.

그는 행복해 보였다. 또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으로 느껴졌다.

"현장을 돌아보고 있는데 여전히 관습과 (교육부의)통제,지침에 학교가 너무 경직돼 있어요. 즐겁고 아이들이 꿈을 키울수 있는 학교, 학생과 교사들이 우선인 학교가 돼야 된다고 봅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때 통일부 장관으로 잘 알려져 있다. 목회자 출신으로 민주화 운동과 인권회복 운동 등을 이끌어온 대표적인 진보성향의 인사다. 대학총장(성공회대)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이미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학교를 직접 운영하고 교육일선에 나선 경험이 있는 특이한(?)경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떨어졌을 때였어요.당시 고향인 충청북도 진천으로 내려갔는데 그때만 해도 진천중학교 들어가기가 꽤 어려웠어요. 시험에 떨어져서 중학교 못 가는 아이들이 있었어요.그래서 그런 아이들을 모아서 한 3년 무상으로 직접 가르쳤었지요. 나중에는 교육청에서 교실 세 칸만 있으면 정식으로 학교 인가를 내줄테니 정식으로 학교를 설립하라고 했었지요."

이후 그는 대학과 신학원을 졸업하고 목회자, 총장을 거쳐 정치인의 길을 걸었고 지난해 선거에서 이겨 경기도 교육의 최고 수장인 도교육감이 됐다.

"학교를 혁신해야 한다는 전 교육감의 뜻에 공감한 것이 교육감 선거에 나오게 된 계기가 됐지요."

그는 푸근하고 유한 성격으로 보이지만 불의와 맞서 싸우거나 소신을 펼칠때는 타협하지 않고 불도저처럼 밀어부치는 스타일로도 알려져 있다.

교장,교감도 직접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에 대해 일부 반발과 논란이 있지만 교육감도 직접 나선다는 데야 군말이 많을 것 같지는 않다.

그는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주창하고 있는 정치연정에 이은 교육연정에 대해서도 "이미 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 될 것이다"고 반겼다.

이 교육감은 "교육청과 학교,지자체 또 전문가와 학생대표들까지 참여하는 회의를 통해 어떻게 학교를 혁신하고 좋은 학교로 만들지 고민하고 연구하고 있으며 또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막내 아들녀석이 수학 영어에 도무지 취미가 없어 일반계 고등학교가 아닌 특성화고로 진학하게 됐는데 특성화고도 좀 잘 살펴달라는 기자의 개인 민원(?)에 "잘 될겁니다. 잘 한 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크게 웃었다.

세월호 사고로 너무 가슴 아팠고 진심으로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는 이재정 교육감의 학교혁신,교육현장 혁신을 기대해 본다.


[영상제작] = 노컷TV 임동진PD(www.nocutnews.co.kr/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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