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대망론'의 이완구… '직언'은 물음표

'직언'은 제한적이고 우회적 수준에 그칠듯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지난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연수원에 마련된 후보자 사무실로 첫 출근했다. (사진=박종민 기자)
이완구 의원은 평생의 꿈인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지위에 오르게 됐다.

국무총리 지명 통보를 받고 한숨도 자지 못했다는 그의 일성이 이를 대변한다.

이완구 총리 후보자는 좀처럼 자신의 소망을 말하지 않는 정치인이지만 총리를 맡으면 아주 잘 할 것이라는 말을 충남지사 시절 한 적이 있다.

이완구 총리 후보자가 지난 2009년 11월 세종시 수정안 반대를 외치며 충남지사직을 던질 때 '왜 그렇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내가 지금 그만둘 시점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2010년 지방선거를 6개월 남짓 남겨둔 시점이었다.

이어 '혹시 박근혜 의원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그 때 큰 중책을 맡겠네요?'라고 질문을 했더니 "그걸 그렇게 연결할 수도 있나"라며 "그런 기회가 오면 그럴 수도 있겠지"라고 대답했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 정홍원 후임 총리 인선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이 대표께서 총리를 맡으면 아주 잘 할 텐데… 한번 해보겠다고 하지 그러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내가 어떻게 그걸 말하느냐"며 싫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지난해 7월 새정치민주연합의 카운터파트였던 박영선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의 청와대 초청을 받고 "이런 분(이완구 대표)이 총리를 하면 괜찮을 것, 문제 없을 것"이라고 하자, 박 대통령은 미소를 띠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배석했던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이때부터 차기 총리 1순위는 이완구 원내대표임을 알았다.

◇ 그는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한다고 공언했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내정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이완구 총리 후보자는 지난 23일 총리로 지명되자마자 일성으로 "대통령에 직언하는 총리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마지막 공직 기회로 여기고 최선을 다하겠다"며 "대통령에 직언을 하지 못하는 총리는 문제가 있다.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직언하는 총리가 돼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완구 후보자가 박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할 것이라는 공언에 "그럴 것"이라고 대답하는 정치인은 별로 없다.

새누리당의 일부 의원들은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 후보자를 잘 아는 한 의원은 "(직언을)별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의 한 핵심 의원은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을 바꿀 정도로 직언을 하지 않을 것이며 대통령의 비위를 맞출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말했다.

박영선 전 원내대표는 "이완구 대표는 박 대통령의 청와대 초청 행사 때 보니까 대통령이 조금이라도 듣기 거북스러운 말을 하면 눈짓과 얼굴 표정을 통해 그만하라는 신호를 수도 없이 보냈다"고 말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이완구 총리 후보자가 대통령에게 직언을 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알아서 판단하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가 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하고 총리로 임명장을 받더라도 그가 총리 지명 일성으로 밝힌 "대통령에 쓴소리, 직언"은 극히 제한적이고 우회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청문회에서 대통령에게 직언, 쓴소리를 할 것이라고 장담할 것이다. 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하기 위한 일종의 '야당 달래기' 차원 발언일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의 마이웨이 방식 국정운영을 근본적으로 개선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따라서 그는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국민이 보기에 좋은 모습으로 각색하고 윤색하는 역할을 주도할 것이다.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처럼 기초노령연금 문제를 갖고 박 대통령에게 안 된다고 직언하는 모습이란 그에게선 상상할 수 없는 그림이다.

◇ 이완구, 상황 판단이 아주 빠른 정치인이다

특히 그는 상황 판단과 대처가 아주 명민하다.

아들의 병역 문제가 불거지자 "공개검증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총리 지명 발표가 나오자마자 야당으로 달려간 것 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소통에 있어 나무랄 데 없는 정치인 반열에 오른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대 단점으로 꼽히는 정치권과의, 국민과의 소통에 있어선 아주 어울리는 총리감이다.

이 후보자와 함께 원내수석 부대표를 맡고 있는 김재원 의원은 "이완구 총리 후보자는 보기 드물게 거의 모든 일을 아랫사람들과 상의하며 권한을 맡기고 영광도 동료들에게 돌리는 지도자형이라"고 추켜세웠다.

이 후보자는 "암을 극복하며 사선을 넘나든 이후 인생의 많은 것이 달라졌다"는 말을 자주 되뇌인다.

모든 것이 내 공이라는 말을 되도록이면 안 하고 부하 직원들이나 동료 의원들이 했다는 말을 습관처럼 한다는 것이다.

정치인으로서, 총리를 맡게 되면 상당한 장점으로 작용할 부분이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23일 내정소식을 알린 뒤 바로 서울 여의도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실을 방문했다. (사진=박종민 기자)
◇ 이완구 후보자에겐 신뢰성 없는 발언이 많다

그런 소통의 모습들이 일부에게 비쳐질 때는 '허언'이 있는 정치인으로 분류될 소지를 남긴다.

"뭐 해주겠다"라거나 "한번 꼭 만나자"라는 말이 그의 입에 너무 자주 오르내리면서 지키지 못하는 빈발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를 접한 여러 명의 중견 언론인들은 이 후보자의 잦은 공언(空言)에 대해 "그렇다"고 대답한다.

충청도 특유의 스타일이라는 옹호론도 있다.

그는 1974년 제 15회 행정고시 출신으로 경제기획원에서 사무관을 하다 경찰로 전직해 충남경찰청장을 끝으로 1995년 옷을 벗고 민자당에 입당해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

1996년 15대 총선에 출마해 고향인 청양·홍성에서 당선됐고, 김종필 전 총재가 김영삼 전 대통령과 신한국당에서 사실상 쫓겨 나오자 JP를 따라 자민련으로 갔다.

◇ 그는 DJP연합을 깬 것을 자랑으로 여긴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는 야당과의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이끌었다. (사진=윤창원 기자)
98년 DJP연합 정권 출범 때 자민련의 대변인과 사무총장 등 당직을 맡아 DJP 국정운영에 상당 부분 영향력을 행사했다.

지난 2000년 임동원 통일부 장관의 해임 문제로 김대중 대통령과 김종필 총리가 갈등을 빚을 때 JP에게 DJP 연합을 깨고 갈라서라는 주문을 하고 실제로 그런 역할을 했다.

이때부터 그에겐 정치적 수가 높고 '꽤가 많다'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야당이 지난해 7·30재보궐 선거에 세월호 참사를 활용하고, 박영선 전 원내대표가 세월호 특별법을 성급하게 추진하는 바람에 이완구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의 정치적 수 싸움에 걸렸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작금의 국회 운영도 거의 대부분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주호영 정책위 의장, 김재원 원내 수석 부대표의 뜻대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완구 후보자는 2009년 말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반발해 충남지사직을 전격적으로 던졌다.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했던 박 대통령 눈에 제대로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국무총리 후보 지명도,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그런 행동에 대한 보상 차원이라고 보는 정치인도 있다.

세종시 원안을 거부하고 박근혜 의원의 수정안을 지지하는 바람에 그는 고초를 겪었다.

충남 지사직을 물러난 이후 이명박 정권의 검찰로부터 주변을 샅샅이 뒤짐을 당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치적 탄압을 받았다.

이 후보자는 2012년 19대 총선을 통해 국회 재입성을 노렸으나 그해 1월 다발성골수종 판정을 받고 투병을 위해 출마를 접었고, 8개월간의 골수이식 수술과 항암치료 끝에 죽음의 병마를 극복했다.

정치를 접고 조용히 지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2013년 4월 부여·청양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나서 80%에 가까운 득표율로 화려하게 정치권에 복귀했다.

◇ 암을 극복하고 화려하게 부활한 오뚝이 같은 정치인

지난 7개월 동안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로 활동하면서 야당 원내대표가 교체되는 진통 속에서도 세월호 특별법 합의를 이끌어냈고, 새해 예산안을 12년 만에 법정시한 내 처리했다.

그는 정치력을 겸비했을 뿐만 아니라 권력의지도 강해 이해찬 전 총리 못지않게 왕성하게 활동할 것이다.

이완구 후보자는 책임총리로서의 역할을 다 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으나 이해찬 전 총리만큼의 권한이나 책임을 가지진 못할 것이다.

그는 그럴지라도 곧 물러날 김기춘 비서실장 이상의 정치적 '위상'을 가질 개연성이 있다.

친박의 한 핵심 인사는 "앞으로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이 이완구 총리와 최경환 부총리 주도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 이완구 후보자는 '충청권 대망론'을 품고 있다

그는 본심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나 그에겐 1차 소망(총리)보다 더 크고 창대한 정치적 포부(?)가 있다. 그의 가슴 속엔 '충청권 대망론'이 자라고 있다.

누구보다도 충청권의 정치적 맹주 역할을 한 JP를 존경한다.

새누리당에는 차기 대선 후보군에 한 명이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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