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연엽초 생산 농가들에 따르면 남부지방의 경우 빠르면 1월 말부터 시작하는 파종 작업을 계획조차 못하고 있다. 보통 농가와 KT&G 간 계약은 1월 말에서 2월에 체결하는데, 최근 담뱃값 인상과 판매량 급감 등 담배산업 전망이 부정적으로 흐르면서 늦춰지는 분위기다. 담배잎을 생산하고자 하는 농가는 늘어나는 상황과 국내에서 담뱃잎을 구매하는 양을 줄이려고 하는 KT&G의 입장이 부딪친다.
일단 농가 상황을 보면, "담배 농사 하는 집에는 딸을 시집보내지 말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어렵다는 농사임에도 경작 희망자가 늘고 있다. FTA 등으로 농업 기반이 무너지면서 '안정적인 매입처'가 있다는 점이 강력한 유인이 되는 것이다. 연엽초생산협동조합(연협)에 따르면 2014년 3,544개 농가가 참여했던 것이 올해는 확보된 농가만 3,851개다. 여기에 추가로 경작을 희망하는 농가는 628개다.
국내 담배제조업체 중 유일하게 농가와 계약을 통해 잎담배를 구매하고 있는 KT&G는 이런 분위기가 부담스럽다. KT&G 관계자는 "최근 담배가격 인상, 소비량 급감, 이에 따른 판매량 급감 등 담배산업환경이 극도로 어려워진 상황에서 국산잎담배 재고부담 가중으로 인하여 타작물을 재배하는 농가까지 계약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KT&G는 2001년과 2005년 담뱃값 인상 때마다 상대적으로 고가인 국내산 원료잎담배의 사용비율을 낮춰왔다. 국내판매용 제조담배의 국산잎담배 사용 비율은 2001년 75%이던 것이 지난 해 37%까지 낮아진 상태다.
한편 국산 잎담배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외국 담배회사들은 이 모든 고민에서 자유롭다. 연초생산안정화기금에 판매 담배 등 개피 20개 당 5원을 출연하기만 하면 된다. 안정화기금의 약 85%는 KT&G의 출연금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해 말 관련 내용을 담은 담배사업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